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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인권 #2] 성소수자 인권, 현주소와 과제 - 무지개 농성과 성북구 사태를 거친 우리는 무엇을 할까
2015-02-27 오후 12:4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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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간 2월 
[커버스토리] 인권 #2
성소수자 인권, 현주소와 과제
- 무지개 농성과 성북구 사태를 거친 우리는 무엇을 할까

 
 
간단하기도 하고 어렵기도 한

소식지 팀장으로부터 “무지개 농성과 성북구 사태를 통해서 본 성소수자 인권의 현주소와 과제”라는 주제로 글을 써달라는 청탁을 받았다. 이런 이야기는 어떻게 보면 간단하고, 어떻게 보면 어렵다. 간략하게 말하면 “행정과 정치의 영역에서 성소수자들의 존재와 인권을 삭제하려는 시도가 전방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고, 성소수자들은 여기에 맞서 싸워야 한다”라고 일반적으로 이야기할 수는 있다.
 
“이 사건들에서 드러나는 성소수자 인권의 현주소? 제도 정치에서 성소수자 인권은 무시되고 있고 이렇게 무시하도록 하는 혐오집단의 세력이 더 조직화되고 그 목소리도 퍼져나가고 있어, 과제? 더 힘을 기르고 효과적으로 싸워야 해, 어떻게? 성소수자 인권에 대한 인식을 넓혀나가는 기반을 다지고 적극적으로 현안에 대응해 나가면서, 그렇게 하면? 편견과 혐오를 점차 넘어서고 권리를 쟁취해 나갈 수 있을 거야.”
 
그러나 위와 같은 말들은 2007년 차별금지법 사태 때부터 계속해서 반복되는 것이고, 따라서 시간이 지나고 사건들을 거치면서 조금씩 변화하는 지형을 효과적으로 드러내기는 쉽지 않다. 성장 중인 성소수자들의 커뮤니티와 운동의 역량의 측면에서도 그렇고, 또 더욱 분화되고 세력을 확대하려 하는 ‘반동성애’ 집단의 면에서도, 또 이런 국내의 지형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국제적 환경을 보면서도 그 변화들을 한 마디로 정리하기는 어렵다.
 
 
반복과 변화, 그 나선형의 구조
 
국내외의 인권기준으로 보자면 성적지향과 성별정체성은 차별금지사유로 명시되어야 하고, 이에 따라 원안에서는 이에 관한 인권보장이 들어가다 개신교를 중심으로 한 ‘반동성애’ 집단의 항의를 받아 결국 (지방)정부나 (지방)의회가 나서서 삭제하는 반복들. 그렇지만 이 속에서 우리는 변화를 경험한다. 때로는 실패하고 때로는 성공하는 것 같지만 성소수자들의 참여와 연대가 확장되고 사회적 관심도 높아지는 것들. 또 이러한 상황들은 필연적으로 성적지향과 성별정체성에 관한 합리적 논의의 장을 만들어 나가고, 이 속에서 성소수자 당사자들의 경험과 목소리와 서사들이 널리 알려지고 힘을 얻게 되는 것. 성소수자들은 여전히 편견과 모욕과 폭력 속에서 절박하지만, 점점 더 싸움을 두려워하지 않고 있다는 것. 이런 것들 속에서 말이다.
 
이런 반복과 변화는 성소수자 인권의 현황과 과제를 보여주는 핵심이기도 하다. 어떠한 제도적 이슈가 부각될 때마다 드러나는 반복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구체적 위치와 파급력 등의 국면은 달라지는 나선형의 구조. 이런 모습은 성소수자 인권의 현재가 그렇게 쉽게 변하지만은 않는다는 것을 말해주는 동시에, 또 보다 나은 변화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더 많은 노력들이 필요하다는 것도 보여준다.
 
 
‘존엄성’이라는 열쇳말
 
이제까지 한 이야기를 우리의 경험으로 돌려볼 필요도 있다. 한 번 떠올려 보자. 작년 12월 무지개 농성에서 당신이 서울시청으로 향한 이유는 무엇이었는지, 서울시청 로비에서 느끼고 생각한 것은 무엇인지, 또 농성이 끝난 이후 어떠했는지. 그 자리에 함께하지 못했더라도 돈을 보내고, 물품을 보내고, 마음속으로 응원과 걱정을 보내던 당신은 또 어땠는지. 그리고 성북구 ‘청소년 무지개와 함께 지원센터’ 예산 불용처리 사건에 대해서도, 성북구청장과의 집단면담 자리에 앉아 있었던 당신은 어떤 심정이었는지, 무엇을 해야 했고, 앞으로 또 무엇을 해야 하고 할 수 있는지를 떠올렸는지. 혹은 그것들을 떠올리기 이전에 어떤 감정들에 휩싸였는지. 그 자리에 없었더라도 이 소식을 전해들은 당신은 또 어땠는지. 두 달이 넘어가는 지금은 또 어떤지.
 
그것들에 대해 충분히 이야기를 나누지는 못했지만, 적어도 분노, 슬픔, 억울함, 배신감, 모욕감, 아쉬움, 그리고 즐거움, 자신감, 자랑스러움, 경이로움, 후련함, 고마움의 감정들이 교차했던 듯하다. 그리고 이러한 감정들을 관통하는 ‘존엄성’이라는 열쇳말이 있었다. 개별적으로 겪었던 조롱과 멸시와 경멸들을 재경험하면서, 존엄하게 대우받지 않고 있지만, 성소수자들은 이미 충분히 스스로 존엄하다는 것을 사회적으로, 집단적으로, 드러내려고 했다.
 
물론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은 모든 권리의 기초이고, 그래서 성소수자들은 이것을 계속해서 이야기해 왔다. 다만 2014년 연말 한국사회에서는 성소수자들의 존엄성이 적나라하게, 극적으로 부정당했고, 이에 맞서 많은 사람들이 이 존엄성을 추상적이거나 흩어져 있는 것으로서가 아니라 실체의 얼굴로 요구했다.
 
 

[56호][커버스토리 인권 #2] 무지개 농성.jpg

 
서울시민인권헌장 제정 관련 성소수자 차별반대를 위한 무지개농성 마무리 기자회견장. 2014.12.11.
 
 
 
존엄성을 지키고 회복하기 위한 통로
 
‘반복과 변화’ 속에서 우리는 또 다시 이런 일들을 겪게 될 것이다. 그러나 언제나 그렇듯, 그 국면들은 이전과 다른 새로운 모습이기도 하다. 그때 우리는 어떻게 보다 적극적이고 효과적으로 대응해 나갈 수 있을까? 성소수자들에 대한 존엄성의 훼손과 무시를 막고 권리와 사랑과 변화를 얻어낼 수 있을까?
 
이에 대한 대답으로는 다양한 방식으로 이야기를 할 수 있다. 각종 영역에서 차별과 폭력을 줄여나가기 위한 활동들, 전반적인 인권후퇴에 대한 대응들, 여러 권리의 목록들을 얻어내기 위한 각각의 싸움들, 각 단체나 개인의 상황에 맞는 전략들을 하나하나 풀 수도 있을 것이다. 이것들을 개별적으로 제시하는 것은 내 역량을 넘어서는 것이고, 친구사이가 해야 할 역할을 다시 한 번 새기는 것은 가능할 듯하다.
 
무지개 농성에서 눈에 띈 것 중 하나는 게이 커뮤니티의 움직임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시청 농성장으로 모여들었고, 모금에 앞장섰으며, 목소리를 높였다. 커뮤니티가 성장하고 역량이 확대된 것을 체감할 수 있는 자리이기도 했다.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하는 단체로서 친구사이는, 이런 흐름을 확장해 내야 한다. 스스로 역량을 강화할 뿐만 아니라 차별과 편견, 모욕과 폭력에 맞설 힘을 커뮤니티에 불어넣을 수 있어야 한다.
 
성적지향과 성별정체성을 이유로 한 공격은 단지 한 사람을 향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를 향하는 것이다. 따라서 그 차별과 폭력을 당한 개인이 해결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커뮤니티가 함께 맞서야 하는 것이다. 친구사이는 이런 역할을 해야 한다. 당신이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HIV/AIDS 감염인이라는 이유로 차별과 폭력이 발생했을 때 함께 싸울 수 있어야 하고, 위험한 상황에 처해 있을 때 안전을 확보할 수 있도록 옆을 지켜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회원들과 함께 성소수자들에 대한 차별과 폭력이 일어났을 때, 또 성소수자들이 위험에 처해 있을 때, 어떻게 대처할 수 있는지를 방법을 찾아내고, 이것을 정리하고, 회원들 스스로가 숙지를 하고, 효과적으로 홍보하고, 함께 나서서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이러한 대처들의 경험은 점점 더 성숙하고 현명하고 변화를 이끌어내는 대응들을 만들어낼 것이다.
 
친구사이는 이렇게 성소수자들의 존엄성을 지키고 회복할 수 있는 통로가 되어야 한다. 물론 이것은 친구사이가 스스로 차별과 폭력에 대한 대응기구가 되는 것을 넘어, 공적 기관들 역시 보다 적절한 대처를 할 수 있도록 변화시키는 활동이 되어야 할 것이다.

 

 

 

[56호][커버스토리 인권 #2] 성북구 사태2.jpg

성북구 <청소년 무지개와 함께 지원센터> 사업불용 및 경찰폭력 규탄 기자회견장. 2014.12.31.
 

 

 

우리가 먼저 삶의 이야기와 응원의 목소리들을
 
친구사이는 커밍아웃에 중요한 의미를 두고 활동해 왔다. 정체성을 스스로 드러내고 주위 사람들과 자신의 일상과 서사를 공유하고, 그럼으로써 사회를 점차 바꾸어나갈 수 있다고 믿어왔다. 그렇지만 커밍아웃은 극히 일부가 할 수 있는 어떤 것이라는 인상도 여전하다. 커밍아웃을 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차별과 폭력에 대처할 수 없다면 쉽지가 않아 보였다. 이런 상황에서 커밍아웃을 하기 위해서는, 그 개인의 힘이 커야만 하는 것이 아니라 친구사이가 힘이 될 수 있는 친구로서 커뮤니티와 함께하고 대처할 방법을 함께 만들어야 한다. 그럴 때에야 더 많은 사람들이 자신감과 ‘비빌 언덕’을 가지고, ‘이중생활’을 넘어 한 명의 성소수자로서 있는 그대로 살아갈 수 있다.
 
이런 역할과 함께, 또는 이것을 통해서, 친구사이와 회원 각자들은 주위 사람들과 공감대를 보다 넓혀가야 한다. 우리의 많은 이야기들을 통해, 옆에 있는 사람들이 우리와 함께 싸워줄 것이다. 이것은 고통받는 다른 사람들의 현실에 눈감지 말고 함께 있을 때에야 더 가능해지는 것이기도 하다. 연대의 확장이라는 것은 이것과 다르지 않다.
 
사회를 향한 목소리도 그쳐서는 안 된다. 특히 온라인에서 넘쳐나는 혐오는 성소수자가 원치 않은 상황에서조차 불시에 공격한다. 이럴 때 친구사이와 회원들은 더 많은 응원의 목소리를 드러내야 하고, 자신의 이야기들을 보다 적극적으로, 체계적으로, 효과적으로 풀어놓아야 한다. 스스로 존엄한 성소수자들의 이야기와 목소리로, 또 성소수자들과 함께하는 사람들의 말들로, 사람들을 바꾸고 사회를 바꾸어나갈 수 있다.
 
이것은 친구사이의 과제이고, 당신의 도전이며, 나 역시 해야 할 일이기도 하다. 안전한 공간을 곳곳에 만들고, 성소수자들의 삶과 이야기가 더욱 드러나게 하며, 차별과 폭력과 위험에 보다 적극적으로 공동으로 대처해 나가는 것. 더 이상 당하기만 하고 삭제되기만 하지 않도록 미리 준비하는 것. 그렇게 해 나가면서 우리는 ‘반복’을 경험하지 않도록 ‘변화’를 만들어낸다. 무지개 농성의 경험을 뛰어넘는 활동과 결과들을 만들어 나갈 수 있다.
 
서울시청 로비에서의, 성북구청 지하식당에서의, 참담한 심정을 다시 겪지 않도록 지금 시작할 수 있는 이런 일들은 많다. 여기서부터 시작하되, 외롭고 지치게 혼자 하지는 말고 같이 하자고 하자. 무지개 농성장에서 빛나던 얼굴들을 기억하며, 함께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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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사이 법률지원팀장 가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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