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간 | 8월 |
|---|
[에세이] 내 인생의 퀴어영화 #30
: 온누리가 사내연애, <3670>

▲ 박준호 감독, <3670>(2025)
서울의 게이커뮤니티 종로·이태원은 만인이 만인에게 식되는 축복과 저주가 함께하는 곳이다. 종태원 게이가 아닌 사람들은 이걸 잘 이해 못하는데, 그럴 때 일반 사회의 사내연애 비유가 꽤 유용하다. 회사 내 연애는 보통 업무상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로 금기시되는데, 그럼에도 거기서 연애를 감행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 사람들은 회사 내에서 서로의 로맨스를 지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그런 맥락에서 종태원은 온누리가 사내연애인 바닥이다. 그만큼 이곳에서의 연애는 눈치볼 것이 많고, 하물며 남녀 사이에 친구 없다는 속설과 정확히 같은 원리로, 종태원 바닥에서 썸 만드는 것보다 친구 한명 제대로 사귀는 것이 몇 배는 더 어렵다.
딴 데서 하지 말라던 연애와 섹스를 이성애 사회를 벗어난 바로 이곳에서 하러 나온 터이지만, 사내(社內)인 이곳에서 소위 '회사 바깥'의 자유로운 연애를 구사할 공간은 역설적으로 존재할 수가 없다. 그 말인즉슨 이곳에서 만난 모든 사람들을 대상으로 섹스어필과 순수한 친교 사이를 끝도 없이 견주어야 함을 뜻한다. 그것이 피곤하지 않을 리가 없다. 하물며 식이 되는 남자에게 거부당하는 일은 아무리 겪어도 아프다. 그것이 너무도 자주 있는 일이라 하나하나 애도하기 불가능할 따름이다. 사내에서 하루에 일곱 번 까이는 일이 여기서는 가능하고, 그런 일을 반복적으로 겪은 사람은 마음에 지층을 남긴다.
심지어 내 마음은 내가 모르는 곳에서 종종 자기 존재를 주장한다. 정리가 된 줄 알았지만 실은 아니었고, 미워할 건 없다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그 사람이 미웠던 일이 비일비재하게 발생한다. 그렇게 제 마음대로 달짝이는 마음은 종종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다. 그 가운데에서 종태원의 사람들은 자신의 품위와 진심을 지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적지 않은 경우 그것을 지키는 데 실패한다. 내 마음이 남에게 쥐어주어도 좋을 마른 수건같기를 모두가 원하지만, 내가 예측할 수도 없을 때 꺼내어진 내 마음은 대체로 젖은 수건과 같다. 정액에, 피에, 침에, 그리고 눈물에.
그러니 남자 만나려고 도망온 종태원의 인간관계는 높은 확률로 바깥 세상보다 훨씬 어려워지기 일쑤다. 모두가 여기에 "행복하려고 왔"지만, 그들은 좀처럼 쉽게 행복할 수 없다. 바깥 세계 이상으로 지켜야 할 준칙과 보아야 할 눈치가 많은 공간인 까닭에 사람들은 쉽게 지치고, 지친 나머지 스스로와 서로를 쉽게 헐뜯는다. 돌이켜보면 이 모든 일이 그럴 만하기에 일어난 일이다. 그러나 그런 해량은 당장의 실망보다 항상 뒤늦게 찾아온다. 그래도 딴데보다 낫겠지 하고 이곳을 들른 사람이 이곳의 일에 한번 실망했을 때의 그 마음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사람의 마음이 깨질 때 왜 사람의 머리 한쪽이 함께 날아가지 않을까 궁금했던 적이 있다. 그리고 그렇게 날아간 머리 한쪽의 몰골을 하고 이곳 종태원에 다시 들르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아무쪼록 큰 마음이 필요하다. 딴 데가 싫어 이곳으로 도망온 사람들의 마음이 대체로 클 수가 없음에도, 내가 헤어지고 거절당하고 실수하고 슬피 울었던 그곳에 마치 쓸개빠진 사람인양 또다시 들르기 위해서는 큰 마음이 필요하다. 한번 깨진 마음은 다시 붙일 수 없지만, 여기에 또 오기로 마음먹은 사람은 마음이 깨진 채 다시 사람에게 무언가를 기대하고, 그럴 수 있기 위해 지금보다 부디 큰 마음을 속으로 간구한다. 그 순간 그는 이미 이전보다 큰 마음을 지닌 것이다.
영화 속 모든 게이업소가 실제 상호를 내건 까닭으로, 종태원 게이라면 아무래도 종태원에 있을 것 같지 않은 미남 배우가 상처받은 게이를 연기하는 영화의 초반을 다큐 감상하듯 보게 된다. 그러다 영화 중반부에 다다르면, 배우의 타고난 외모 너머로 배우가 몸소 애쓴 연기와 감독이 안배한 서사가 마음에 들어온다. 그러기란 실로 쉽지 않고, 그것은 마치 게이커뮤니티에서 아무 증거도 없이 매혹되고 토라지고 하는 가차없는 식의 세계 가운데, 그 식 너머 서로의 진가를 조금은 알아보게 된 게이 친구와 맺은 관계의 빛깔을 닮았다.
식이 되고 안되고로 나뉘는 이쪽 바닥의 사람에 대한 관심은 정녕 추상같다. 그런 칼부림나고 억척스러운 사내(男) 연애의 바닥에서, 여기 모인 우리들은 섹스를 포기하지 않은 채 감히 섹스 너머를 꿈꾸었다. 그런 우리의 마음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조금은 크다. 그 흔한 섹스 신 없이 영화가 우리에게 전달하려 한 위로가 바로 거기에 있다.

[185호][이달의 사진] 첫 번째의 나라에서 온 사람들
2025년 11월 8일, 친구사이 RUN/OUT 팀과 서울국제프라이드영화제와 합동 주최한 미국 최초의 트랜스젠더 연방의원 당선의 역정을 다룬 영화 <State of First>(2...
기간 : 11월
사무실 임대 재계약을 마치고 올해 11월은 여느 달 못지 않게 성소수자 인권 현장에서 행사가 많았습니다. 11월 1일 제주, 11월 22일 부산, 30일 광주에서 퀴어들...
기간 : 11월
[185호][커버스토리 "RUN/OUT 프로젝트" #10] 커밍아웃 성소수자 정치인 가능성 찾기: 박한희·세레나 패널 후기
[185호] [커버스토리 "RUN/OUT 프로젝트" #10] 커밍아웃 성소수자 정치인 가능성 찾기 : 박한희·세레나 패널 후기 호명은 생각이 됩니다. 프레이밍 효과 ...
기간 : 11월
[185호][커버스토리 "RUN/OUT 프로젝트" #11] 커밍아웃 성소수자 정치인 가능성 찾기: 참가자 후기
[185호] [커버스토리 "RUN/OUT 프로젝트" #11] 커밍아웃 성소수자 정치인 가능성 찾기 : 참가자 후기 * 본 행사는 하인리히 뵐 재단(동아시아 사무소), 서울국제...
기간 : 11월
[185호][커버스토리 "RUN/OUT 프로젝트" #12] 23년 무소속 6선 당선의 기적: 트랜스젠더 가미카와 아야 의원 인터뷰
[185호] [커버스토리 "RUN/OUT 프로젝트" #12] 23년 무소속 6선 당선의 기적: 트랜스젠더 가미카와 아야 의원 인터뷰 「23年無所属6選当選の奇跡」 日本初のトラ...
기간 : 11월
[185호][커버스토리 "흘리는 연습" #8] 《흘리는 연습》, 또 다른 용기의 시작.
[커버스토리 "흘리는 연습" #8] 《흘리는 연습》, 또 다른 용기의 시작. 올해 2월 7일부터 16일 사이, 친구사이는 기획전《흘리는 연습》를 열었습니다. ‘...
기간 : 11월
[185호][활동스케치 #1] 2025년 하반기 교육프로그램 <친구사이 크루징 투어 - 종로 역사편> 후기
[활동스케치 #1] 2025년 하반기 교육프로그램 <친구사이 크루징 투어 - 종로 역사편> 후기 어느새 단풍이 들고 낙엽이 떨어지는 11월 가을날, 친구사이 교육팀에...
기간 : 11월
[185호][활동스케치 #2]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 (TDoR) 집회 참여 후기
[활동스케치 #2]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 (TDoR) 집회 참여 후기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TDoR, Transgender Day of Remembrance)은 매년 11월 20일, 전 세계 곳곳에...
기간 : 11월
[185호][활동스케치 #3] 2025 성소수자 인권활동가대회 : 개연과 당연의 역동, 그리고 필연적인 변화
[활동스케치 #3] 2025 성소수자 인권활동가대회 : 개연과 당연의 역동, 그리고 필연적인 변화 매년 한국성소수자인권단체연합 무지개행동은 전국의 성소수자 인권...
기간 : 11월
[185호][소모임] 책읽당 읽은티 #52 : 제10호 문집 발간 기념 낭독회 및 총회
[소모임] 책읽당 읽은티 #52 : 제10호 문집 발간 기념 낭독회 및 총회 책읽당은 11월 한달 간 낭독회와 총회라는 두 가지 큰 행사를 치렀습니다. 11월 1일에는 책...
기간 : 11월
[185호][소모임] 이달의 지보이스 #52 : 정기공연, 그리고 그 이후
[소모임] 이달의 지보이스 #52 : 정기공연, 그리고 그 이후 1. 2025 지보이스 정기공연 : Why We Sing 2025 지보이스 정기공연 <Why We Sing>이 많은 분들의 성원...
기간 : 11월
[185호][기고] 온 시간대로 비추는 삶 — 인구주택총조사, 동성 배우자 관계의 통계적 인정을 지켜보며
2025년《아트인컬처》12월호에 「‘모두’의 결혼, 우리는 부부다 — 2025 인구주택총조사 동성 부부 입력 허용, 미술계의 변화는?」라는 제목으...
기간 : 11월
친구사이 2025년 10월 재정보고 *10월 수입 후원금 정기/후원회비: 12,983,361 일시후원: 1,738,614 사업 지보이스: 3,550,000 재회의밤: 810,000 웰컴데이: 1,2...
기간 : 11월
친구사이 2025년 10월 후원보고 2025년 10월 정기후원: 655명 2025년 10월 신규가입: 15명 10월의 신규 정기 후원회원 강*구, 김*준, 김*훈, 김*준, 김*환, 박*...
기간 : 11월
[185호][알림] 2026년 대표 및 감사 선출 결과 공고
2026년 대표 및 감사 선출 결과 공고 일시: 2025년 11월 29일 오후 7시~8시 30분 장소: 서울 종로3가 낙원상가 5층 엔피오피아홀 (1) 2026년 감사 선거 (감사 2...
기간 : 11월
[185호][알림] 2025 친구사이 HIV/AIDS 문화의 밤 (12.5.)
2025 친구사이 HIV/AIDS 문화의 밤 친구사이는 매년 12월 1일 세계 에이즈의 날을 맞아 자체적인 행사를 개최하고 있습니다. HIV감염인의 인권을 상징하는 빨강...
기간 : 11월
[184호][이달의 사진] 우리가 잘 노는 게 인권운동
2025년 11월 1일 토요일, 이태원 참사 이후 3년만의 할로윈이 돌아왔다. 참사 현장에는 추모의 뜻을 담은 포스트잇과 꽃들이 놓였다. 이태원로에는 종종 행인들...
기간 : 10월
10월 친구사이 : 웰컴!! 추석 명절과 개천절, 한글날 등 공휴일로 10일에 가까운 연휴로 시작했던 10월이었습니다. 친구사이는 ‘재회의밤’으로 그 1...
기간 : 10월
[184호][커버스토리 "RUN/OUT 프로젝트" #7] 커밍아웃 성소수자 정치인 가능성 찾기: 차해영·전후석 패널 후기
[184호] [커버스토리 "RUN/OUT 프로젝트" #7] 커밍아웃 성소수자 정치인 가능성 찾기 : 차해영·전후석 패널 후기 우리가 바라는 것은 그리 대단하...
기간 : 10월
[184호][커버스토리 "RUN/OUT 프로젝트" #8] 커밍아웃 성소수자 정치인 가능성 찾기: 참가자 후기
[184호] [커버스토리 "RUN/OUT 프로젝트" #8] 커밍아웃 성소수자 정치인 가능성 찾기 : 참가자 후기 친구사이는 성소수자 정치의 가능성을 찾아 나...
기간 : 10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