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 | 10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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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스케치 #4]
제5회 무지개행동 활동가대회 '무지무지 오랜만이야' 후기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친구사이 활동을 하다보면 이런저런 얘기를 많이 듣게 됩니다. "인권운동단체라니, 좋은 일한다." 라는 격려의 얘기, "아 인권운동~" 정확하게 표현하기는 어렵지만 왠지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듯한 시선도 가끔 있고요.
특별히 올해 친구사이 대표를 하게 되면서, 신입회원이나 친구사이에 관심있는 예비 신입회원분들로부터 가장 많이 듣는 얘기는 "인권운동단체요? 인권운동단체면 뭐하는 단체에요?"라는 질문입니다. 그럴 때면 내가 아는 선에서 친구사이에서 하고 있는 다양한 인권활동들에 대한 얘기를 해드리곤 하지만, 솔직하게 말하자면 인권운동 활동이 무엇일까에 대한 고민은 여전히 나에게 큰 숙제입니다. 그래서 이번 무지개행동(무행) 활동가 대회를 가기로 했을 때, 인권운동에 대해서 고민을 조금 해소할 수 있는 기회라는 생각도 있었지만 나는 인권에 대해서 정말 잘 모르는데... 라는 마음에 살짝 걱정도 되었습니다.
활동가 대회 프로그램은 단체소개로 시작하여 아이스 브레이킹, 함께하는 메인 프로그램을 거쳐 뒷풀이로 이어지는 평범한 흐름이었지만, 디테일에서 여러가지 면이 돋보였습니다. 점심과 저녁이 모두 비건식으로 제공되었고, 다양한 인권활동 의제를 포함한 퀴즈 프로그램을 진행할 때 서로의 점수를 알 수 없도록 진행하여 뒤처지는 사람들이 부끄럽지 않도록 배려하는 등, 사소하지만 중요한 부분에서 배려받는다는 느낌이 팍팍 들었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프로그램은 활동가로서의 고민을 나누고, 그것에 대해 멘토(주최측에서 미리 섭외하신 활동가 분들) 혹은 참여자들이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고민에 대해 답하고, 함께 고민하는 프로그램이었습니다. 나왔던 고민들은 대체로 워라밸 문제, 회원들과 소통하는 문제, 실무의 어려움, 재정문제, 의사결정의 어려움 등등이었는데, 꼭 인권운동 활동가가 아니더라도 친구사이 소모임을 할 때, 혹은 개개인의 삶에서 누구나 한번쯤은 다 겪은 주제들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오랫동안 머리속에 남았습니다.
특별히 이 프로그램이 오래 기억에 남는 이유는 "인권운동 활동가들은 뭔가 특별하고 다른 세상 사람들일 테지, 나라는 사람은 아무래도 인권운동을 하기에는 어려울 것 같아.." 라는 생각으로 스스로 벽을 쳤던 것이 무너졌기 때문이었습니다.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별로 평범하지 않은 다양하고 복잡한 인권문제들을 위해 고군분투 활동하지만, 또 한편으로 이들도 그저 행복하고 싶어하는 평범한 사람들이구나 라는 것이, 뭔가 나도 함께 할 수 있다는 묘한 안도감을 주었습니다.
친구사이를 말할때 커뮤니티 인권운동단체라고 말합니다. 커뮤니티로의 친구사이는 좀 더 가깝고, 피부로 느껴지지만, 그보다는 조금 멀게 느껴지는 인권활동이 생각하는 것만큼 먼 곳에 있지 않다는 것을 회원들과 함께 알아나가고 싶은 마음이 계속해서 드는 활동가 대회였습니다.
"클럽에 가서 얼굴 드러내놓고 노는 것이 인권운동이다",
제가 지보이스를 통해 처음 나왔을 때, 한 친구사이 회원이 인권운동이 뭐냐는 질문에 말했던 대답처럼 함께 춤추고 기뻐하면서 앞으로 나아가는 친구사이를 다같이 만들어나가면 좋겠습니다.
친구사이 대표 / 일지
[172호][활동스케치 #4] SeMA 옴니버스 《나는 우리를 사랑하고 싶다》 관람기 (1) : ‘친구사이’를 보는 친구사이, ‘지보이스’를 보는 지보이스
2024-11-04 19:08
기간 : 10월
이밀
내년 공연도 기대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