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 | 1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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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모임]
책읽당 읽은티 #23
: 애써 모일 필요가 있었습니다
학업이나 생업으로 엮이지 않은 우리는 코로나로 말미암아 거리를 둔 만큼 멀어졌습니다. 책읽당은 지난 한 해 줌으로 책모임을 이어왔지만 아무래도 예전 같은 열의를 지키기는 어려웠습니다. 함께 하는 시간은 함께 하는 공간에서 더 빛을 발했던 것입니다.
그래서 2022년의 책읽당은 먼저 종로부터 다시 찾기를 바랐습니다. 조심스레 검토하고 준비하여 지난 8일과 22일, 친구사이 사정전에서 두 차례 대면모임을 가졌습니다. 해가 바뀌어 오랜만에 만났지만 마스크 위로 내보인 눈빛만으로도 익숙하게 농담을 읽어낼 수 있었습니다. 더구나, 다섯 명의 새로운 얼굴이 다녀갔습니다.
8일과 22일에 각각 셋과 둘, 겹치지 않는 이들은 대학 입학을 앞둔 스물이었고 입대를 앞둔 청년이었으며 군 복무 중인 의경 등이었습니다. “이렇게 많은 게이들을 한 번에 보기는 처음”이라는 이들을 우리는 많이 만나 보았습니다. 아무리 무언가 새로 시작하기 좋은 1월이라지만, 이들이 특별한 용기를 내어 묘동빌딩의 가파른 계단을 올랐으리란 것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이윽고 이들은 자신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무게만큼 둔중하였을 낯섦을 견뎌내고 자신의 이야기를 책에 담아 들려주었습니다.
8일의 도서 『너에게 속한 것』은 불가리아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미국인인 ‘내’가 몸을 파는 청년 ‘미트코’에게 빠져드는 이야기로 짙은 욕망을 다뤘습니다. 작품처럼 더 나은 관계로 나아갈 가능성이 없음에도 속수무책으로 남자에게 매료되었던 서로의 경험을 나누며 여러 차례 즐거운 웃음이 터져 나왔습니다.
22일의 도서는 한국사회의 사회적 약자를 총망라하다시피 소개한 『웅크린 말들』로 삶의 위태로운 광경을 생생하게 그려낸 예리하고 힘찬 문장이 돋보였습니다. 더욱이 이 책은 보기 드물게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과 차별까지 독립된 꼭지로 나란히 담아 당사자로서 우리의 이야기를 보태볼 수 있었습니다.
애써 모일 필요가 있었습니다. 다시 모일 기대감에 열세 명의 당원이 만만치 않은 두께와 깊이를 가진 책을 불과 2주 만에 읽고 성의 있게 준비하였습니다. 그리고 여기에 처음 나오는 부담감까지 이겨낸 새로운 다섯 명의 참가자가 있었으니 만족할 만한 성과입니다. 이들이 2월에도 꾸준히 자리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우리 책읽당은 2월에도 두 차례 책모임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2월 5일(토)과 26일(토)로 차례로 박상영 작가의 『대도시의 사랑법』과 『1차원이 되고 싶어』를 함께 읽겠습니다. 제이님과 멧베님이 발제합니다. 참여 문의는 7942bookparty@gmail.com으로 메일 주십시오. 제가 성실히 답변드리겠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올해 더 즐거운 소식으로 찾아뵙겠습니다.
책읽당 총재 / 공을기
[172호][활동스케치 #4] SeMA 옴니버스 《나는 우리를 사랑하고 싶다》 관람기 (1) : ‘친구사이’를 보는 친구사이, ‘지보이스’를 보는 지보이스
2024-11-04 19:08
기간 : 10월
이밀
내년 공연도 기대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