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 | 5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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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모임]
책읽당 읽은티 #18
: 계속해보겠습니다
▲ 김민수 작가 전시 <다시만나 Queer Together>, 김민수 작가와의 대화 (2021.5.22.)
선크림을 바른 목뒤가 따끈하게 익는 토요일 오후였다. 지난 22일 포항의 달팽이 책방에 들렀다. 우산을 챙기기 싫어 출발일까지 바꾸며 시작했던 여행의 마지막 일정이었다. 몇 년 전 겨울 책읽당이 만든 문집을 발송하고자 주소 레이블을 뽑으면서 이 서점을 알게 되었는데 그 뒤로 포항에 갈 때마다 까닭 없이 방문하며 (나만의)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포항역에 몇 번 서지 않는 포항행 무궁화호에서 내려 버스를 몇 번 갈아타고 철길을 걸어 넘어 서점에 다다르는 시간이 퍽 흥미롭다. 자리를 잡고 시원한 차를 주문했다.
국내외의 아름다운 프라이드 퍼레이드 사진을 감상하며, 요즘의 위축된 퀴어 커뮤니티가 떠올라 마음이 착잡했다. 작가 역시 현실에 무기력을 토로하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작가는 사진을 꺼내 보이며 아무것도 끝나지 않았다고 꿋꿋이 말하고 있었다. 다시는 경험할 수 없을 것만 같은 순간들을 소환해 어루만지며 필연적으로 다시 모일 그날을 고대하고 있었다. 전시의 끝에는 김기홍 활동가, 변희수 하사를 비롯한 트랜스젠더의 죽음을 추모하기 위해 모인 장면이 자리했다. 작가와 함께 테이블에 모여 앉아 작품 소개를 듣고 각자가 겪은 축제의 경험을 나누었다.
자리를 정리하고 기차역으로 향하는 내내 누군가가 내 손을 잡고 있었던 것처럼 손에 열기가 남아있었다. 여행 내내 감흥 없이 지나쳤던 풍경과 쫓기는 듯한 기분에 덮여있던 감각이 이제서야 회복되나 싶었다. 모임에 집중하지 못하고 나만을 향해 좁혀졌던 시야가 다시 넓어지며 계속하는 사람들의 존재가 곁에 보이기 시작했다.
맑기로만 약속했던 20일엔 종일 비가 내렸었다. 버스를 타고 한 시간을 걸려 도착한 산에는 한 걸음도 오르지 못하고 다시 회귀해서는 김천으로 행선지를 바꿔 꾸역꾸역 밥을 먹었고 왜관에 도착해서는 인도를 걷다 지나가는 차에 물벼락을 맞았다. 그러나 여행은 약속과 상관없이 이어졌다. 이제 여행은 끝났고 나는 여전히 퀴어 커뮤니티와의 불완전한 연결에 어쩔 줄 몰라 하면서도 책읽당에서 계속해서 커뮤니티 구성원을 맞이할 것 같다. 완벽하지 않았던 여행의 나날들을 떠올리면서, 앞서 지나가 버린 책읽당 활동을 드러내면서 말이다.
* 글의 제목은 황정은 작가의 소설 『계속해보겠습니다』(창비, 2014)에서 가져왔습니다.
** 김민수 작가의 전시 <다시만나 Queer Together>는 2021년 5월 4일부터 7월 2일까지 포항 달팽이책방에서 열립니다.
책읽당 총재 / 모짜
[172호][활동스케치 #4] SeMA 옴니버스 《나는 우리를 사랑하고 싶다》 관람기 (1) : ‘친구사이’를 보는 친구사이, ‘지보이스’를 보는 지보이스
2024-11-04 19:08
기간 : 10월
이밀
내년 공연도 기대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