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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26호][소모임] 문학상상 소식 : 문학상상, 상을 차리다
기간 12월 

 

[소모임]

문학상상 소식 #1

: 문학상상, 상을 차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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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상상은 2018년 2월 시작해 올해 친구사이의 정식 소모임이 된 독서모임입니다. 문학전문(주로 국내문학) 독서모임으로 현재까지 서른 두 번의 모임을 가졌습니다. 그동안 작가초청 이외 특별한 이벤트 없이 책만 읽어 오다가 3주년을 앞두고 ‘문학상상상’이라는 다소 거창한 이름으로 소규모 퀴어소설 공모전을 비대면으로 진행하였습니다. 총 여덟 분이 참가해 주셨고 참가자들의 투표로 장원을 선정하였습니다. 문학상상상 참가후기와 당선작을 소식지에 소개합니다. 지면을 허락해 주신 소식지 팀장님께 감사드립니다. 

 

 

 

참가후기 : 나에게 위로를 준 포트럭 파티 
 


올해도 벌써 다 지나가버렸다. 나에게 남은 건 무엇일까? 한 해를 되돌아보니, 달마다 구매하던 주식 수가 조금 더 늘어난 것, 작년보다 불어난 뱃살이 전부라는 생각에 마음이 헛헛하다. 그래도 무언가 하긴 했다는 기분이 들도록 하는 것이 있다면 문학상상상일 것이다. 


올해 난 위태로운 상태였다. 코로나 19 사태가 터진 이후 나는 종종 가던 종로에 완전히 발길을 끊을 수밖에 없었는데, 바이러스에 감염될 경우 동선이 노출되어 나의 정체(?)가 주위에 탄로날 거라는 공포감이 너무나 컸기 때문이다. 언제 다시 종로에 갈 수 있을까 생각하며 혈관에 쌓여가는 끼가 끼맥경화로써 터지지 않기를 바랄 뿐이었다. 그러던 중 문학상상상 공모 소식을 듣게 되었고 내 안에 응축된 퀴어함을 발산할 순간이 마침내 왔다고 생각했다. 마침 모집 장르도 퀴어소설. 하지만 막상 글이란 것을 쓰려니 꽤나 어려웠다. ‘글을 잘 쓰고 싶다’, ‘잘 쓰려니 시작을 못 하겠다’, ‘잘 쓰는 건 포기하고 마감 기한이나 맞추자’의 마음 상태를 거쳐 마침내 나의 자전적 경험과 판타지를 적당한 비율로 배합한 글이 완성되었다.

 

글을 써서 제출한 후 다른 참가자들의 소설을 받아보았을 땐 다들 정말 정성껏 글을 썼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것은 일종의 *포트럭 파티(potluck party)처럼 느껴졌다. 8명이 각자 ‘완성된 글’이라는 음식을 서로에게 공유하며 맛보고 평을 하는 무겁지 않고 유쾌한 파티였다. 우리가 같이 먹은 음식으로는 조금 투박하지만 흡인력 있는 글, 청량 음료처럼 가볍고 톡톡 튀는 글, 인물들의 대사가 맛깔나는 글, 등장인물의 심리 묘사가 일품이었던 글, 서점에 있는 기성 소설처럼 완성도 높은 글들이 있었다. 전국에서 가장 맛있는 요리는 아니더라도 저마다 다른 향취와 역사를 지닌 다양한 음식들이었다.

 

참가자들의 음식을 맛본 후에는 모든 요리에 관해 평을 해야 했다. ‘내가 글에 관한 평가를 내릴 자격이 있을까’, ‘에이, 그래도 밥은 못해도 밥맛은 안다’는 생각을 거쳐 각 글마다 애정을 담아, 어쩌면 내 글을 쓸 때보다 더욱 정성껏 평을 했다. 평을 하기 위해선 글을 힘주어 읽어야 했다. 그 과정에서 나는 뜻하지 않은 위로를 받았다. 우리가 진정으로 위로를 받는 순간은 남들로부터 위로가 목적인 말을 들을 때가 아닌, 나와 비슷한 아픔과 고통을 겪는 사람들이 아픔에도 불구하고 씩씩하게 자기만의 생을 살아가는 모습을 볼 때라고 생각한다. 이 모습들은 우리의 마음 속에 오래 남아 뭉근한 위로가 된다. 난 이런 점에서 참가자들이 준비한 글이 위안으로 느껴졌다.

 

각각의 소설 속 주인공들은 좋아하는 상대방에게 거부당하고, 타이밍이 맞지 않아 연애에 실패하고, 소중한 사람을 잃고, 자살을 생각하고, 일상의 끝없는 권태를 견뎌낸다. 하지만 그들은 결국 1인분의 삶을 잘 살아낸다. 각 소설마다 내가 있었다. 마음대로 안 되는 연애에 아파하는 나, 불안에 떠는 나, 소중한 사람을 잃은 나. 하지만 나도 소설 속 주인공들처럼 친구들에게 위로를 받으며, 이제는 떠나간 인연들을 잊어가며, 때론 눈물을 흘리며 나에게 주어진 소박한 삶을 씩씩하게 살아내려고 한다. 비대면으로 진행되어 공모전 참가자들을 실제로 만날 기회는 없었지만, 작품을 제출하고 심사평을 공유하는 일련의 과정을 통해 유쾌한 게이들과 한바탕 재미있게 송년회를 보낸 기분이다. 나에게 위로를 준, 재미를 준, 쌓여 있던 퀴어함을 쏟아내게 해준 그들에게 나도 비슷한 의미가 되길 바란다.


*포트럭 파티: 초대받은 손님들이 저마다 음식을 준비해 와서 나누어 먹는 파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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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상상 / 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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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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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짜 2021-01-08 오후 13:45

문학상상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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