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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6호][칼럼] 내 불필요한 경험들 #4
2020-03-03 오후 16:14:04
기간 2월 

 

 

[칼럼]

내 불필요한 경험들 #4

 

 

 

아파서 안 좋은 건 운동을 갈 수 없다는 건데, 코로나 피하자고 운동을 안 가면 그게 무슨 소용인가. 그러면서도 한편으론 시국이 시국인데 헬스장 가도 사람 많이 없겠지, 없어라, 하면서 헬스장에 갔다. 평소보다 두 배 이상 많았다. 그냥 집으로 돌아가야 하나, 가방만 몇 번 내렸다 들었다 하는데, 걸릴 거면 이러고 어물거리는 새에도 걸리겠지, 싶었다. 사람이 붐벼서 근력운동은 제대로 하지도 못 하고 러닝머신 옆에서 자전거나 타다 집에 왔다. 

 

며칠 뒤, 아침부터 목이 조금씩 따끔거리더니 열이 오르기 시작했다. 인터넷에 코로나 증상을 검색했다. 인후통, 발열, 근육통에 콧물, 기침. 망했다. 이제 뜨거운 국에 밥 먹고 흘리는 콧물이나 사레들린 헛기침도 순순히 넘어가지지 않는다. 열 번쯤 침을 삼키니까 목이 안 아픈 것도 같다. 마음이 놓여 열한 번째 침을 삼키면 다시 목이 아프다. 애써 참으려니 기침은 더 난다. 멍청한 자가진단으로 코로나 확진을 받고 우울해져도, 운동을 가지 말았어야 했다는 생각은 쉽게 안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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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번개했을 때 생각이 났다. 나라고 대단히 겁이 없어서 밤 열한시에 알지도 못하는 남자 집을 찾아간 게 아니다. 협박을 당하게 되는 건 아닌지, 괴담에나 나오는 일을 겪게 되는 건 아닌지. 한 시간 가량 지하철을 타고 가는 내내 머릿속에는 계속 새로운 최악의 수가 자동생성되었다. 앞뒤도 없이, 묶여서 거꾸로 매달리면? 의자에 꽁꽁 묶이면? 뭐 이런 대책 없는 걱정도 했다. 역에 내려 마을버스를 타고 인적 드문 오르막을 오르자, 누구 하나는 내 행방을 알고 있어야겠다는 데 생각이 미쳤다. 그때, 이쪽 친구는커녕 커밍아웃 경험도 없었다. 누구에게 알려야 좋을지 떠올리는 동안 난 이미 버스에서 내렸고, 무사히? 모르는 남자가 사는 아파트로 걸어 들어갔다.

 

알릴 사람이 있었다면, 정신 차리라고 하지 않았을까. 근데 정신 못 차리고 회까닥했다가 오밤중에 눈 떠보니 거기에 있던 게 아니다. 나름 이성적인 계산을 거치고, 그 집에 가기로 선택한 거다. 발랑 까졌다고 하기도 무리다. 만남의 유형에 대한 개념분화가 일어난 지금에야 그게 번섹만남이지만, 그때는 오밤중에 집으로 불러 치킨값은 나보고 내라면서 또 소주를 몇 병씩 먹이는 사랑도 기대할 수 있었다. 그게 대학에 입학하고 이년쯤 지났을 때였다. 외로움이 다들 겪는 거라지만, 그쯤 버텼으면 이런 생각도 충분히 가능하지 않나. 혹시 모를 위험들 피하면서 무탈히 살면 좋기야 한데, 하고픈 연애 못 하고 살면 그건 그대로 탈이 아닌가.

 

 

KakaoTalk_Photo_2020-03-02-01-51-56.jpeg

 

 

진짜 문제는 위험을 감수해도 딱히 대단한 사랑을 만나게 되는 게 아니란 거다. 나이는 정말 문제가 아니다. 어릴 때 나는 내가 바라는 바를 더 명쾌하게 남에게 말할 줄 알았다. 아직 경험이 없으니 그래도 감정적인 유대를 가질 수 있는 관계를 바란다던 내게, 그럼 열어놓고 한 번 만나보자고 열한시에 자기 집으로 오라던 서른 넘은 번섹남이, 사실은 처음부터 ‘그런 목적’이었다고 밝히는 것으로 그 관계는 끝이 났다. 정신적인 데미지가 신체에 영향을 줄 수도 있을까. 그러고 심하게 아팠다.

 

아플 때 인터넷으로 증상을 검색하고 앉아 있는 게 미련한 일이란 걸 알려줄 사람도 없었다. 인터넷에 HIV를 검색한 게 시작이었다. 온갖 보건소 홈페이지를 전전하며 영양가 없는 Q&A를 정독하는 동안 불안감은 더 커졌다. 일주일 넘게 설사가 멈추지를 않자, HIV는 혈액이나 정액 등의 체액을 통해서만 감염된다는 과학적 사실보다 어째 기독인들의 사실무근 ‘동성섹스=에이즈’가 더 확실하게 느껴졌다. 보건소는 항체형성 때문에 12주를 기다리라고 했지만 하나님께는 당장 기도를 할 수 있었다. 차세대 나사로를 꿈꾸며 기도하는 와중에, 그렇다고 섹스를 바라지 않고 살 수도 없을 건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숨겨야 할 비밀이 있을 땐 비밀이 있다고 말하는 것 자체가 위험이다. 세 달 가까이를 기다리는 것도 문제였지만, 당장 보건소를 찾아가는 게 일이었다. HIV검사 받으러 왔다고는 어떻게 말하지? 아는 사람을 만나기라도 하면? 익명검사라곤 하는데 혹여 정보가 남기라도 하면? 더 가서, 그래서 정말 양성이면? 감당할 수 있을지 생각하자 막막해졌다. 어머니께서 알게 되면 어떡해야 할지, 지원은 어디서 어떻게 받는 건지. 아무런 근거 없이 죽음을 상상할 패닉 상태로 한 학기를 마쳤다. 혼자 참으며 감당할 게 아니었고, 그때 친구에게 털어놓은 것이 내 첫 커밍아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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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지역구 선별진료소가 있는 병원에서 일하는 삼촌에게 전화를 거는 데 아직도 결심이랄 게 필요하다. 어서 병원에 가보라는 주변 사람들 말에도 일단 내일까지 기다려보겠다고 늦장을 부렸다. 혹시 코로나가 맞으면? 카톡방에서 웃음거리가 된 스무 살 모텔남의 동선이 머리를 스친다. 열흘 전 애인과 다녀온 제주도 여행, 주말에 들렀던 이쪽 술집. 뭐라 설명해야 할지 뾰족한 수가 서질 않는다. 1339에 전화하니 선별진료소 진료 대상자가 아니라고 하는데 차라리 마음이 편하다. 일반 병원 내원 후 방에 누워 증상을 살피는 것밖에 할 수 없어 답답해도, 주말 저녁 게이바를 방문한 000번 확진자가 될 생각을 하면 그건 그대로 골치다. 가족들에게의 아웃팅은 고사하고, 게이커뮤니티가 제2의 신천지가 되고 나면 안팎으로 공공의 적이 되는 건 시간문제일 거다.

 

병을 가벼이 여길 맘은 없다. 운명 운운하고 싶은 마음도 인명재천이라는 초연함도 애초에 나랑은 거리가 멀다. 반대로 많은 시간을 질병에 대한 트라우마와 함께 했다. 누구랑 관계를 맺고 감기라도 한 번 걸리는 날엔 혹시나 하는 생각에 종일을 사로잡혔고, 잇몸에 피가 나거나 피부에 작은 반점이라도 올라오면 금방이지 큰 병을 상상했다. 연달아 감기에 걸리는 경험은 그 중에서도 최악이었고. 그런데 첫 어플만남으로 홍역을 치르며 학습한 건, 다음부턴 이러지 말아야지가 아니었다. 모로 가든 겨가든 삶의 위험요소를 만나게 된다는 것이었다. 게이에게 질병은 치료대상인 동시에 낙인이어서, 병에 걸린다고 상상할 때면 그걸 어떻게 감당할 수 있을지 역시 고민해야 할 몫이었다. 병이란 건 무조건 피하고 볼 위험요소가 아니라, 더 큰 곤란을 고려할 때면 선택할 수도 있는 무엇처럼 느껴질 때가 많았다. 

 

스트레잇들이 게이들 반만큼만 열심히 살면 우주평화도 이루겠다고 진담반 농담을 하면서도, 게이들이 인생 뭐 있냐고 막 사는 미덕을 떠드는 데 별다른 이유가 있을까. 에이즈포비아에 시달리면서도 해외여행을 하며 낯선 사람의 공간에서 무턱대고 밤을 보낼 수 있던 것도, 코로나가 막 퍼지기 시작하던 때에 싼 비행기티켓을 알아보던 것도 마냥 이해 못할 바보짓은 아닐 거다. 그 생각없음은 어쩌면 질병을 비롯한 위험이란 게 (거의) 내 컨트롤 밖의 일이었던 과거 경험들에 대한 반항이자 방어기제였을지도 모르겠다는 게 내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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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전 일을 아직 겪는다는 게 새삼스레 어이가 없다. 인정하기 싫어도, 많은 것들이 바뀌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위험을 피해 사람 만나는 법을 터득했고, 나이를 먹었으니 건강에 대해 더 구체적인 염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상황에 반쯤 포기하는 심정으로 질병을 비롯한 삶의 위험들을 대하는 습관은 때로 편한 변명이란 것도 안다. 이쯤이면 나 자신에게도 다음 단계로의 전환이 무리가 아닐 것 같다. 노력이 닿는 한 HIV든 코로나든 막연한 공포로 감각하지 않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그래도 이 말은 하고 글을 마쳐야겠다. 다시 태어난다면, 건강염려증과 안전불감증이 공존하는 이 진귀한 경험은 기꺼이 다른 사람에게 양보할 것이다. 아무도 안 겪는 편이 더 좋겠지만.

 

 

* 칼럼 제목 수정 (2020.3.5. 13:44)

 

 

(사진_Jiyo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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