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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호][칼럼] 호모과장(진) EP1 : 사장이 되고 싶다
2019-05-31 오후 15:3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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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간 5월 

 

호모과장(진) EP1 :

사장이 되고 싶다

 

 

사장이 되고 싶다. 식당 차임벨처럼 부르면 달려가던 사원 시절을 벗어난 기쁨도 잠시, 이제 또 한 번의 진급을 앞두고 있는 지금은, 매달 기다리던 월급날도 카드값에 묻혀 더 이상 아무런 위안이 되지 않는다. 가늘고 길게라는 예전 태도가, 지금은 안일하게만 느껴진다. 사장이 되어야 마지막까지 살아남는 것 아닐까? 조금은 분하다. 살아남기가 이다지도 힘든 일이라니.

 

문제는 사람이다. 인간관계라고 하면 뭔가 비리의 온상이고, 그런 것을 쫓는 사람들은 자기 실력없이 남의 것이나 낚아채려는 데에만 혈안이 되어있는 부조리함의 상징처럼 보였는데, 지금은 다른 면도 보인다. 선과 악이 불분명한 일상에서 나의 이익이 남에게는 피해가 되는, 모두가 대척점을 지는 상태, 어쩌면 모든 일이 각기 다른 입장들을 품거나 버리는 일로 보이기 시작했다. 누군들 사장이 되고 싶지 아니하겠는가?

 

그런 생각이 든 이유는 최근 들어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들을 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하는 일에 비해 내가 아는 건 너무 적어, 직접 하는 것보다 사람들에게 부탁하는 일들이 늘어가고, 보고보단 설득하는 일들이 커져갔다. 일을 알아간다기보단 만들어내고 있다. 이젠 알량한 수능 성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은 끝난 것이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사람들이 보였다. 각자의 다른 욕망을 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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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하자면, 사회성은 지레 포기해버린 부분이었다. 수컷 무리에 대한 이전 경험은 그다지 좋진 않았다. 본능적으로 그런 데엔 소질이 없다며 피했지만, 사실 이러한 도피 뒤에는, 해도 안될 것이란 패배감이 있었다. 습득된 무기력함이 가늘고 길게라는 유리천장을 내 마음속에 만들어 냈을 지도 모른다. 지금은 미안하게도 양보할 마음은 없다. 착한 마음을 먹었다간, 당장 손가락 빨게 생겼으니 말이다.

 

2년 뒤 과장 진급을 위해선 내 사람이 필요하다. 일적으로나 일 외적으로나 나를 끌어줄 수 있는 사람이 있어야 내가 원하는 걸 얻을 수 있다. 나는 입사한지 5년이 지나서야, 내가 이 회사에서 원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소망한다. 회사에서 오래 영위하기를, 좀 더 높은 곳을 바라볼 수 있기를. 그래서 독하게 마음을 먹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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