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letter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내 맘 같지 않은 사람 사이의 김대리 EP7

: 커밍아웃의 표정

 

 

 

인터뷰 속 아버지는 결의에 찬 표정을 하고 있었다. 성소수자를 자녀로 둔 <부모모임>은 세상의 편견에 맞서 함께 싸우려는 결연한 의지를 SNS를 통해 전달했다. 자식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 많은 노력과 시간을 들인 흔적들이 영상 곳곳에 나타나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그들은 웃으며 서로를 부둥켜안았다, <천국에서 열린 벽장> 속 그들처럼. 우연히 발견한 부모모임 인터뷰 속 가족들은 우리가 꿈꿔온 이상적인 모습을 하고 있었다. 

 

나도 커밍을 하긴 했다. 하지만 우리 가족의 모습이 그들과 같은 건 아니다. 오히려 저질렀다는 표현이 알맞을 지도 모른다. 미래가 불투명한 취업준비생 시절, 나를 자신의 미래라고 말하던 노모의 그늘에서 벗어나고파, 도망치듯 말했다. 나의 선언에는 단순히 남자를 좋아한다는 것만을 담은 것은 아녔다. 부모가 바라는 삶은 더는 살기는 어려우리라는 것과 남에게 숨 쉬듯 늘어놓던 자식 자랑은 이젠 못 하리라는 것이었다. 너울대는 혐오 속에서 스며든 패배감이, 가장 외로운 고백에도 여지없이 묻어나왔다.

 

 “내가 어릴 적에도 그런 사람이 있었다. 팬티에 양말을 넣고, 양복을 입고 다니는...."
다행히도 밀어내진 않으셨다. 이른바 양말부치에 대한 기억을 꺼내놓곤, 큰 문제는 아니라고 위로하며 우리는 황급히 선언식을 마쳤다. 몇 년이 지나, 어머니는 지보이스 공연을 보러 서울로 오셨고, 처음 두 곡을 듣곤, 흐느끼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셨다. 그리고 돌아온 것은 총알받이 그만하고 남자나 만나서 행복하게 살라는 유언이었다. 그날 이후 우리는 커밍아웃에 대해서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pics 201812.jpg

 

 

그렇게 끝날 것만 같았던 커밍아웃에 대한 기억을 되살린 건 영화였다. <총알받이>의 유래는 내가 태어난 해의 사건을 다룬 영화 <1987>에서 찾을 수 있었다. 어렸을 적 옛 부산시청 자리를 지나가면 종종 군사 정권 시절 데모하는 학생들이 얼마나 처참히 짓밟혔는지에 대해 어머니는 말하곤 했었는데, 지보이스 속 나의 모습은 어머니 눈에는 <1987>의 학생과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민주화로 나아가기 위해 많은 아픔을 겪은 부모의 입에서 나온 숨어있으라는 말을 그저 비겁하다고만 할 수 없다. 30여 년이 흘렀지만 <나는 남자가 좋아요>라는 단말마가 모든 것을 해결해 주진 못하기 때문이다. 

 

나의 커밍아웃은 얼굴은 있지만, 표정은 없다. 부모모임의 인터뷰처럼 환하게 웃지도, 어떤 비극처럼 울지도 않는다. 그저 덩그러니 얼굴만 그려놓은 채 그대로 두어버렸다. 걱정이 되어서, 아니면 이마저도 깨져버릴까봐 두려워 아무 것도 하지 못했다. 나와 부모를 죽음이 갈라놓는 날이 온다면 엄마는 나를 어떤 모습으로 기억할까?

 

 

8e2d4ce2702f1f51322d5a7b26709a18.jpg

 

 

 

 


donation.png

 

 

 

 

  • profile
    박재경 2019.01.01 11:55
    자식이 어떤 사람이고 어떤 삶을 앞으로 살 것인가를 부모가 모르고 죽는다면 ?
    이란 질문에,
    어떤 자녀는 부모가 절대 알아서는 안 되며, 당신 말은 폭력이라는 주장을 하는 경우도 있고,
    어떤 부모는 정말 내가 사랑하는 자식에 대해서 모르고 죽는다면, 죽어서 눈을 감지 못할 것이다 라는 말씀 속에
    어떤 차이와 교차하는 맥락이 있고, 실제로 서로 어떻게 투쟁을 벌이고 있는 것인지?

    커밍아웃은 그렇게 과거에도 현재에도, 그리고 미래에도 성소수자들의 삶에 분명 중요한
    키워드일 것 같아요.
    각자의 삶에서 누군가에게 커밍아웃을 하고 수용을 받고 환영를 받은 과정은 꼭 필요한 일인데,
    한 걸음 한 걸음, 실천해 나갔으면 해요
  • profile
    크리스:D 2019.01.01 13:51
    나의 커밍아웃은 얼굴은 있지만, 표정은 없다.

    아론님의 글에는 항상 심장을 울리는 말이 있어요. 이번에는 ‘총알받이’라는 표현과, 저 문구가 너무나 인상깊네요.
    커밍아웃을 계속 만지작거리는 저로서는.. 아론님의 한 발짝을 더욱 응원하고 싶네요. 2019년에는 좀 더 우리 모두 변화가 있기를..!
  • ?
    황이 2019.01.01 14:20
    이번 글 특히 너무 좋음...

  1. [104호] 2월의 친구사이 소식지

    브라우저에서 보기 후원하기 친구사이 2월의 소식지 이달의 사진:: 2019년 상반기 친구사이 LT 2월 활동보고 용기 있게 do, 즐겁게 do, 친구사이 do 2월의 활동스케치 / 소모임 [활동스케치] 인권활동가대회 <분단과 평화 사이> 참관기 이처럼 불과 몇 년 전 ...
    Date2019.02.28 Category2019년 2월 Reply0 Views40
    Read More
  2. [104호][이달의 사진] 인권운동단체 상근자의 안식월

    2019년 2월 친구사이 정기모임 때 촬영된 이종걸 사무국장의 자리이다. 친구사이 상근자는 근속기간 매 3년마다 1개월의 유급 안식월을 부여받는다. 만 3년 근속 주기가 돌아온 올해 사무국장의 안식월은 2월 18일부터 3월 20일까지이며, 해당 시기의 사무실 ...
    Date2019.02.28 Category2019년 2월 Reply1 Views95
    Read More
  3. [104호][활동보고] 용기 있게 do, 즐겁게 do, 친구사이 do

    용기 있게 do, 즐겁게 do, 친구사이 do 용기 있게 do, 즐겁게 do, 친구사이 do. 2019년 친구사이 한해의 활동기조입니다. 너무나도 친구사이다운 활동기조로 보이기도 합니다. 또한 너무 상투적인 표현이면서 추상적이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구사이...
    Date2019.02.28 Category2019년 2월 Reply0 Views101
    Read More
  4. [104호][활동스케치] 인권활동가대회 <분단과 평화 사이> 참관기

    [활동스케치]  인권활동가대회 <분단과 평화 사이> 참관기     지난 봄 서로 손을 잡고 판문점을 넘나드는 남북 두 정상들의 모습을 브라운관으로 보습이 마치 현실이 아닌 영화 속 한 장면처럼 느껴졌던 기분을 잊을 수 없습니다. 불과 몇 년 전 까지만 해도 ...
    Date2019.02.28 Category2019년 2월 Reply0 Views62
    Read More
  5. [104호][소모임] 읽은티 #01 - 박상영, <알려지지 않은 예술가의 눈물과 자이툰 파스타>

    "읽은티"는 정기적으로 독서 모임을 갖는 친구사이 소모임 "책읽당"의 독서 모임 후기를 매월 친구사이 소식지에 기고하는 연재 기획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수록 단편 중 "조의 방"에 대한 감상> - 공을기 2018년은 김봉곤과 박상영을 차례로 읽은, 내 독...
    Date2019.02.28 Category2019년 2월 Reply1 Views105
    Read More
  6. [104호][소모임] 읽은티 #01 - 박상영, <알려지지 않은 예술가의 눈물과 자이툰 파스타>

    "읽은티"는 정기적으로 독서 모임을 갖는 친구사이 소모임 "책읽당"의 독서 모임 후기를 매월 친구사이 소식지에 기고하는 연재 기획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수록 단편 중 "조의 방"에 대한 감상> - 공을기 2018년은 김봉곤과 박상영을 차례로 읽은, 내 독...
    Date2019.02.28 Reply1 Views8
    Read More
  7. [104호][칼럼] 내 맘 같지 않은 사람 사이의 김대리 EP8 : 나는 여자가 좋아<完>

    내 맘 같지 않은 사람 사이의 김대리 EP8 : 나는 여자가 좋아<完>   "나는 여자가 좋아" 급작스러운 누나의 고백에 머리는 멍해지고 몸은 얼음처럼 굳어졌다. 누이의 커밍아웃은 게이인 나에게도 충격이었다. 얼굴이 터질 것처럼 빨갛게 달아오를 때쯤, 떠오르...
    Date2019.02.28 Category2019년 2월 Reply0 Views113
    Read More
  8. [104호][웹툰] 끼와 나 - 7 <完>

                                                                                                                   
    Date2019.02.28 Category2019년 2월 Reply1 Views363
    Read More
  9. [104호][웹툰] 끼와 나 - 7 <完>

                                                                                                                   
    Date2019.02.28 Reply1 Views3
    Read More
  10. [104호] 2019년 1월 재정/후원 보고

      ※ 2019년 친구사이 1월 재정보고     *1월 수입   후원금 정기/후원회비: 9,461,245 일시후원: 728,600   정기사업 친구사이 LT: 135,000   비정기사업 음원: 177   총계:  10,325,022     *1월 지출   운영비 임대료: 1,815,000 제세공과금: 754,850 활동...
    Date2019.02.28 Category2019년 2월 Reply0 Views55
    Read More
  11. [103호] 1월의 친구사이 소식지

    브라우저에서 보기 후원하기 친구사이 1월의 소식지 이달의 사진:: 2019년 상반기 친구사이 LT 1월 활동보고 이제 우리는 어떤 질문을 던져야 할까요? 1월의 활동스케치 [활동스케치 #1] 가족구성권연구소 창립 심포지엄 "가족을 구성할 권리, 가족을 넘어선 ...
    Date2019.01.31 Category2019년 1월 Reply0 Views58
    Read More
  12. [103호][이달의 사진] 2019년 상반기 친구사이 LT

      2019년 1월 19~20일, 친구사이의 신임 운영위원들은 단체의 한해 활동방향과 계획을 수립·점검하는 LT를 1박 2일 일정으로 다녀왔다. 친구사이의 LT는 연 2회 진행되며, 매월 운영위원회에서 논의하기 힘든 단체 활동의 큰 줄기를 토론하는 일정으로 구성된...
    Date2019.01.31 Category2019년 1월 Reply0 Views184
    Read More
  13. [103호][활동보고] 이제 우리는 어떤 질문을 던져야 할까요?

    이제 우리는 어떤 질문을 던져야 할까요? 기해년 새해입니다. 곧 설입니다. 이제 정말 새해지요. 올 한해는 어떤 해가 될까요? 어떤 계획을 갖고 계시나요? 2019년 새해를 기분 좋게 시작하셨나요? 친구사이는 또 올 한해 어떤 활동을 준비해야 할까요? 친구...
    Date2019.01.31 Category2019년 1월 Reply1 Views74
    Read More
  14. [103호][활동스케치 #1] 가족구성권연구소 창립 심포지엄 참관기

    [활동스케치 #1]  가족구성권연구소 창립 심포지엄 "가족을 구성할 권리, 가족을 넘어선 가족" 참관기     최근 들어 나의 SNS의 피드에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이(?), 귀염뽀짝한 태명에 겨우 눈을 뜬 아가들의 사진과 세상 부러울 것 없다는 표정으로 웃고 있...
    Date2019.01.31 Category2019년 1월 Reply1 Views136
    Read More
  15. [103호][활동스케치 #2] 제11회 성소수자 인권포럼 ‘여기, 축제’ 참관기

    [활동스케치 #2] 제11회 성소수자 인권포럼 ‘여기, 축제’ 참관기 제11회 성소수자 인권포럼 ‘여기, 축제’가 지난 1월 25일~27일(금~일) 3일 동안 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110동)에서 열렸다.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의 기획 사...
    Date2019.01.31 Category2019년 1월 Reply1 Views95
    Read More
  16. [103호] 2018년 12월 재정/후원 보고

      ※ 2018년 친구사이 12월 재정보고     *12월 수입   후원금 정기/후원회비: 9,727,895 일시후원: 190,200     정기사업 송년회: 440,000 워크숍: 120,000    비정기사업 이자: 8,723 음원: 35   총계:  10,366,853     *12월 지출   운영비 임대료: 1,815,0...
    Date2019.01.31 Category2019년 1월 Reply0 Views88
    Read More
  17. [102호] 12월의 친구사이 소식지

    브라우저에서 보기 후원하기 친구사이 12월의 소식지 이달의 사진:: 하늘엔 영광, 땅에는 차별금지법 12월 활동보고 올해 기억해야할 순간들 12월의 활동스케치 [활동스케치 #1] 2018 친구사이 송년회 ‘수고했어 올해도’ 현장스케치 지난 12월 15일...
    Date2018.12.31 Category2018년 12월 Reply0 Views122
    Read More
  18. [102호][이달의 사진] 하늘엔 영광, 땅에는 차별금지법

    2018년 12월 21일, 차별금지법제정연대와 무지개예수,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인권센터에서 주최하는 2018년 '축성탄,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거리 기도회'가 서울시청광장에서 개최되었다. 대한성공회 길찾는교회의 자캐오 신부와 NCCK 인권센...
    Date2018.12.31 Category2018년 12월 Reply1 Views71
    Read More
  19. [102호][활동보고] 올해 기억해야 할 순간들

    올해 기억해야할 순간들 2018년 한 해가 저뭅니다. 친구사이는 올해에도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에 맞서며 서로 연대하여 활동했습니다. 그 현장의 순간 모두를 기억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우리가 다시 한 번 조명하고 함께 나누고자 몇 가지를 골라봤...
    Date2018.12.31 Category2018년 12월 Reply1 Views109
    Read More
  20. [102호][활동스케치 #1] 2018 친구사이 송년회 ‘수고했어 올해도’ 현장스케치

    [활동스케치 #1] 2018 친구사이 송년회 ‘수고했어 올해도’ 현장스케치 지난 12월 15일 친구사이 송년회 ‘수고했어 올해도’가 마이크임팩트 종각에서 열렸습니다. 친구사이 한 해 활동을 돌아보고 함께 한 회원들과 함께 했던 회원들과...
    Date2018.12.31 Category2018년 12월 Reply1 Views173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 42 Next
/ 42
로그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