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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호][기획] <Seoul For All> #7 : 익선동에 관한 네 가지 질문들
2018-06-29 오후 15:5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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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간 6월 

 

[96호][기획] <Seoul For All> #7

 : 익선동에 관한 네 가지 질문들

 

 

1) 사회적 지위나 경제적 수준이 통상적으로 낮은 약자 집단의 쫓겨남이 우선 순위가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흐름 아닌가요?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어쩔 수 없는 흐름’이란 무엇일까요? 아, 물론 지금 사회가 최소한의 규칙도 없이 무한 경쟁을 요구하고 있는 곳이라면 어쩔 수 없는 흐름이라는 의견에 고개를 마땅히 끄덕일 수는 있겠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국가 혹은 공공이라는 이름 하에 적극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면, 우리는 그것에 대해서 ‘아, 그래. 이것도 어쩔 수 없는 흐름이야.’라고 가볍게 넘겨야만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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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1. 용산참사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 영화 <공동정범>의 포스터

 

 

2009년 그 해, 수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그 중에서도 용산참사라는 사건은 ‘아, 과연 우리가 가는 방향이 맞는 방향인가?’라는 질문을 우리 각자로 하여금 던지도록 했던 사건이었습니다.

 

용산을 떠올려 봅니다. 경제성장, 고용창출, 도심정비란 허울로 당장 편히 누울자리, 입에 풀칠할 곳이란 사람들의 기본적인 요구는 간단히 무시되었습니다. 많은 사람들, 그리고 우리 또한 이 힘없는 사람들의 말에 귀 기울이지 못했고,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했습니다. 그저 모르기도 했고, 타인의 일로만 여기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서울에서 살고 있는 힘없고 가난한 대다수의 서민들은 끊임없는 재개발과 뉴타운의 유령 속에서 잠재적 철거민입니다. (중략)

 

현재의 대책 없는 재개발이 계속된다면, 이와 함께 발생하는 살인적인 철거민 진압을 이번에도 끝장내지 못한다면, 지역 공동체 보호와 지속가능한 성장이 가능한 진정한 도시재생 방안에 대한 논의와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는 한, 개발의 어두운 그림자가 동성애자 공동체를 덮쳐올 때에 우리는 망연자실하게 당하고 있을 수밖에 없을지도 모릅니다. 우리가 용산의 원한과 억울함을 외면한다면, 마찬가지로 우리가 위험에 처했을 때에 우리의 목소리를 그 누구도 귀담아 들으려 하지 않을 것입니다.

자료2. 장병권. 2009. “용산에서 낙원동을 바라보다”. 동성애자인권연대.

 

 

그리고 이러한 질문은 단순히 한명 한명의 개인적인 질문을 넘어서 국가 그리고 공공의 근본적인 역할에 대한 물음으로도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재개발을 둘러싼 기존 질서는 막대한 개발이익을 일부계층에게 귀속시키고, 이에 이의를 제기하며 저항하는 경제적 약자를 공권력이 법의 이름으로 진압한다는 점에서 개발주의와 국가주의의 오래된 합성물이다. 이 기존 질서가 망루에 올라간 철거민들의 행위를 어떻게 평가, 단죄하든, 용산참사는 기존 질서의 실패를 뜻한다.

이 실패는 ‘국가공권력은 왜 존재하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한다. 이 근본 문제는 그 후 메르스사태, 세월호참사, 최근의 국정농단사태 등을 관통하고 있다. 지금 전국적으로 타오르고 있는 촛불도 이 근본 문제에 대한 우리 사회의 총체적인 맹성을 촉구하고 있다.

자료3. 서울특별시. 2017. 『용산참사백서 : 용산참사, 기억과 성찰』. p.234.

 

 

바로 그 물음에 대한 반성에서부터 시작된 박원순과 박근혜·문재인 정부의 도시재생정책은 분명 이러한 성찰에 근거한 정책의 대대적인 보완이 이뤄져야만 했을 것입니다. 그렇게 10년에 가까운 시간이 흘렀습니다.

 

하지만 국가의 이름 아래 이뤄지고 있는 도시재생정책에서 여전히 사람이 될 수 없는 존재(참고글)들은 존재하고 있습니다. 내 눈 앞에서 살아 숨쉬고 있는 것 자체가 싫어서일까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사람이 될 수 없는 그들은 대체로 명랑한 아이들에게 ‘위험’하거나, 신체적으로 약한 여성에게 위협적인 ‘잠재적 변태’이거나, 전통적인 가치관을 지니신 노인분들이 보기 불편한 ‘문란’한 존재들입니다. 아, 때로는 지역의 품격과 가치에 걸맞지 않은 ‘경쟁에서 뒤쳐진’ 존재이기도 합니다. 검증되지 않은 공포의 존재라고나 할까요?

 

물론 이들은 인권변호사 출신 박원순 시장의 인권 중심 ‘사람특별시’에서도 관리의 대상이자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대상으로 너무나도 쉽게 치부되고는 합니다. 최근 난민에 대한 이슈에서 바라볼 수 있듯이 대한민국에서 인권이란 우리 사회에서 살아가고 있는 ‘세금을 납부하고 있는 모범적인 시민’에게만 적용될 수 있는 것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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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4. 2018년 상반기 크게 이슈되었던 '청년임대주택을 반대하는 플래카드'(출처 : 뉴스토마토)

 

 

그래서 전, 대다수 주민의 지지 속에서 진행되는 ‘으쌰으쌰! 지역 사람들끼리 공동체를 만들어서 우리 마을도 살기 좋은 마을이 되었어요!’라는 도시재생의 대표적인 수사가 때때로 무섭기도 합니다. 그들이 이야기하는 ‘살기 좋음’은 결국 그것이 사람이 되었든, 건물이 되었든 상관없이 불편한 존재가 없는 무균의 상태를 의미하기도 하니까요.

 

정말 현실적으로 생각해봤을 때 주민들의 이러한 수사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소수의 존재’라는 것은 불가능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사회경제적 지위가 낮은 사람이 지역에서 떠날 수 밖에 없는 것은 누구의 말처럼 정말 어쩔 수 없는 흐름일지도 모르겠네요.

 

하지만, 이러한 소수자에 대한 배제가 시민의 이름을 빌린 공공의 방관 혹은 적극적인 역할 아래에서 이뤄지고 있다면, 그것은 분명 다른 문제입니다. 용산참사에 대한 백서를 발간하고 이를 뼈아프게 반성하고 있다는 박원순의 도시정책은 더욱 그러해서는 아니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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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5. 최근 이슈된 궁중족발 이슈에 대한 일부 단체의 대응 (출처 : 미디어오늘)

 

 

그러나 최근의 행태들을 보고 있자면, 차라리 무분별한 개발주의에 근거한 뉴타운 정책이 더 나았을지도 모릅니다. 법적 책임을 떠나서 도의적인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대상이라도 존재했으니까요.

 

오늘날 ‘재생’이라는 가치관 아래에서 이뤄지고 있는 청년창업, 사회적 기업, 골목경제, 주민참여, 공동체 활성화 등의 지역 정책으로 인해 야기되는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에서 그 누구도 잘못한 주체는 없습니다. 모두의 선의 속에서 떠날 수 밖에 없었던 사람들, 일부러 배제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적극적으로 배려하지도 않은 존재는 쫓겨났다는 흔적만 남아있을 뿐입니다.

 

 

8.69. 개발 프로젝트의 영향을 받는 모든 공동체의 실질적인 참여를 보장하는 개발 정책 및 프로그램에 인권기반접근 방식을 채택할 것

자료6. UN 국가별 정례 인권 검토(Universal Periodic Review). 2017.11.09.

 

서울시 관계자는 “(해당 구역에) 성소수자 업소가 많은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역사인문재생계획을 구상하면서 성소수자에 대한 특별한 고려를 하진 않았다. 그렇다고 일부러 배제한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자료7. 낙원상가-돈화문로 일대 도시재생활성화계획의 성소수자 차별 문제에 대한 서울시의 답변 (출처 : 한겨레)

 

 

물론, 위와 같은 인터뷰에서 공공기관이 거짓말을 하지 않고 있다는 기본적인 신뢰는 정책 진행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문제입니다. 과연, 서울시는 낙원상가-돈화문로 일대 도시재생활성화계획(창덕궁 앞 도시재생활성화계획)으로 인해 성소수자 공동체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을까요? 그리고, 이들을 배제하기 위한 계획은 서울시 어떤 조직에서도 고려되지 않았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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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8. (좌) 2015 낙원상가,돈화문로 일대 도시재생활성화 계획(안) 중 일부.
(우) 서울시 「2016 한옥마을 가꾸기」 마을공동체 지원사업 익선포럼 발간 자료 p.27.

 

 

1) 한옥밀집지역 익선 : 한옥의 상업시설 활용 및 주거환경보호대책 필요

 

지역의 상업화 확대에 따른 증·개축 등 한옥의 상업시설 활용과 함께 소음·조명 및 게이바 등 위락시설 업종제한 등 주거환경보호를 위한 역사도심 내 한옥밀집지역 전반에 대한 별도의 종합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 이 보고서의 내용은 연구진의 견해로서 서울특별시의 정책과는 다를 수도 있습니다.

자료9. 서울연구원, 임희지 외, (발행일) 2016.12.31, (등록일) 2018.02.05, 서울시 역사도심 특성관리지구 실현 방안, p.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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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10. 서울시는 '익선동 지구단위계획'이 익선포럼을 포함한 여러 시민, 전문가 집단과의 협의를 통해 만들어졌음을 밝히고 있다. 

 

* 즉, 2017년 한겨레 인터뷰 당시, 서울시는 익선포럼의 2016년 자료와 2015년 수립된 도시재생활성화계획의 구체적인 내용을 인지하고 있었다.

* 2018년 고시된 익선동 지구단위계획에서 위락시설은 전층 불허용도로 지정되었다. 물론, 모든 게이바가 법적으로 위락시설은 아니다. 연구자께서 착각을 하셨나보다.

 

 

그럼, 질문을 다시 해볼게요. ‘사회적 지위나 경제적 수준이 통상적으로 낮은 약자 집단의 쫓겨남’이 공공 정책에서 우선 순위가 되는 것은 정말 어쩔 수 없는 흐름인가요? 이러한 현상을 ‘어쩔 수 없는 흐름’이라고 이야기하는게 맞는 말이긴 한가요?

 

 

이 백서를 성장을 중심으로 하는 무분별한 개발의 시대였던 지난 반세기, 서울시 도시개발 역사를 반성하고 성찰하는 기회로 삼고자 합니다. 성장과 개발을 명분으로 약자들의 희생을 강요해온 그동안의 도시개발은 수많은 폐단을 낳았습니다. 갖가지 형태의 폭력이 난무하고, 인권이 유린되는 철거 현장은 이러한 폐단을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망루가 불타는 것을 눈앞에서 목격해야 했던 사람들에게서 터져 나온 ‘여기 사람이 있다’는 안타까운 외침을 서울시는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사람은 결코 철거의 대상이 될 수 없습니다. 개발을 위해 사람들의 삶터와 일터를 대책 없이 파괴하고 철거하는 과거의 개발 방식과는 결별하겠습니다. 사람 중심, 인권 중심의 새로운 도시재생의 길을 열어나가겠습니다. 가보지 않은 길, 하지만 가야 할 길을 ‘사람특별시’ 서울시에서는 시민과 함께 걸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자료11. 서울특별시. 2017. 『용산참사백서 : 용산참사, 기억과 성찰』. 발간사 중 일부.

 

 

 

2) 익선동 야간개장은 자생적으로 진행되는 이벤트라는 측면 말고는 별 의미가 없지 않나요?

 

아주 옛날, 월드컵이 열렸을 즈음의 퀴어문화축제는 종로에서 열리기도 했다고 합니다. 물론, 수많은 인권단체와 함께요. 하지만 여기저기서 들리는 이야기에 의하면 게이클럽 혹은 게이바들과 인권단체는 처음부터 그렇게 사이가 좋았던 상황은 아니었다고 하네요. 이러한 배경 속에서 저는 익선동 야간개장과 같이 ‘인권단체에 기반하지 않은’ 이벤트가 열렸다는 것 자체에 정말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종로를 게이의 거리로 선포한다”
제4회 퀴어 문화축제/5백여명 퍼레이드 펼치며 ‘동성애 차별 금지’ 외쳐


“많은 동성애자들이 종로를 마음의 고향으로 생각하고 있지만 종로는 한번도 동성애자의 이름을 불러주지 않았다. 그러나 종로는 어제도 동성애자의 거리였고, 오늘도 동성애자의 거리이며, 앞으로도 영원히 동성애자의 거리로 남을 것이다. 종로를 동성애자의 거리로 선포한다”

자료12. 시사저널. 2003. "종로를 게이의 거리로 선포한다".

 

 

사실, 우리가 마주하는 대부분의 성소수자 관련 이벤트는 여러 인권단체를 통해 만들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하지만 인권단체는 ‘인권’단체라는 성격상 고려해야 할 것이 많아, 때로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기 힘들 때도 있죠. 더군다나 모든 일이 서울을 중심으로 돌아가던 과거와 다르게 몇몇개의 단체가 적은 인력풀을 가지고 전국적인 이슈에 대응해야 하는 지금의 현실 속에서, 지역에서 벌어지는 하나하나의 목소리에 빠르게 대응하기는 더더욱 불가능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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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13. 서울특별시. 2017. 창덕궁 앞 역사인문재생지역 주민공모사업 선정결과 공고

 

* 친구사이는 익선동과 같은 지역 차원의 이슈에 대응하기 위해 노력해왔다고 합니다.

* ‘2017년 창덕궁 앞 역사인문재생지역 주민공모사업’에서 친구사이가 어떠한 연유로 미선정 되었는지를 살펴보는 것도 재미있는 이야기가 되겠네요. 과연 서울시에서 진행되고 있는 주민공모사업은 공정하게 진행되고 있을까요?
 

 

물론, 종로3가 일대 게이바 사장님들도 그동안 나름의 이해관계를 공유하고, 유의미한 이벤트를 열고자 모이려고 했을거에요. 하지만 여러 불안정 현실(참조글) 속에서 이러한 모임들이 지속되기란 불가능했겠죠. 이러한 상황에서 인권단체의 힘을 빌리지 않고 누군가 지역에서 이렇게 주체적으로, 그리고 상업적으로 성공적인 목소리를 낸 상황에 대해 과연 낮게 평가할 이유가 있을까요?

 

물론, 그 구체적인 내용에 대한 이야기는 자세하게 나눠봐야겠죠.

 

 

 

3) 이런 줄도 모르고 익선다다 같은 애들이 들어와 게이 컬쳐 몰아내네 어쩌고 하고 있었어!

 

위 질문은 익선동 야간개장의 구체적인 내용을 논의하기에 앞서 짚고 넘어가야할 부분이기도 합니다. 과연 익선다다는 게이컬쳐를 몰아내고 있었을까요?

 

물론, 익선동의 젠트리피케이션이 종로 일대 일부 게이문화를 몰아낼 수는 있겠습니다. 또한 익선다다가 포함된 익선포럼(현재 익선다락)의 의견은 위와 같이 서울연구원의 연구와 함께 지역 내 도시계획인 지구단위계획에 결과적으로 반영되었으며, 익선다다를 필두로 익선동의 불법건축물들이 빠르게 늘어나는 현상에 대해 서울시는 지역활성화 혹은 지역장소성 강화라는 측면에서 일부 눈을 감아주기도 했죠.

 

하지만 그것이 과연 모두 익선다다의 책임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요?

 

 

공동체 활성화를 위한 앵커시설 조성을 통해 기존 신흥활동 거점 공간으로 활용
(익선 지구단위계획구역 및 계획 결정(안) p.189.)

 

필요성 및 확보 방안

- 안정적 재생기반 마련 및 사회·경제적 지역기반 마련 및 지속가능한 생태계 조성

- 익선동 내 활발히 활동 중인 기존 신흥활동 거점에 대한 물리적, 경제적 보조 등 지원을 통해 도시재생지원 거점공간으로 활용

- 새로운 공간을 조성하는 지역에 비해 경제적이고 실용적이며 조기 활성화 및 실현가능성 높음

자료14. 서울시는 익선 지구단위계획에 대한 내용에서, 지구단위계획을 통해 수혜를 받게 될 집단을 위와 같이 '익선동 내 활발히 활동 중인 기존 신흥활동 거점'임을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이들에 대한 '물리적, 경제적 보조 등 지원'이 이뤄질 것임을 밝히고 있다. 

 

 

주민협정에 관한 계획 (익선 지구단위계획구역 및 계획 결정(안) p.181.)

 

□ 계획방향

지구단위계획으로 관리되지 않는 사항에 대하여 주민협정으로 익선동 일대의 장소성 유지 및 지역 관리운영 도모

향후 경관법에 의거한 경관협정과 연계하여 시행할 수 있으며, 지구단위계획에서는 주민협정에서 다루어야하는 기본사항의 초안을 작성

 

□ 계획내용

[주민협정의 목적]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지역의 특성 및 환경을 고려하여 계획지침에서 정하는 범위 안에서 세부적인 가이드라인 및 주민참여 환경개선 프로그램 등을 주민협정으로 정하여 별도로 운영하도록 유도하고, 지역민들이 스스로 지역을 가꾸어나가기 위한 실천사항과 위반 시의 조치 등을 주민협정의 형태로 구체화시킴으로써 지속적이고 자율적인 환경관리가 가능할 수 있는 시스템 마련

 

[주민협정의 범위 및 참여자]

익선동 지구단위계획구역 내 모든 지역을 대상으로 하되, 주민협정의 목적과 범위에 따라 그 목적 에 맞게 별도로 설정 가능

주민협정의 참여자는 주민협정을 적용하는 구역 내의 건축물 또는 토지의 소유자

 

[주민협정 제정 및 운영 절차] 

초기에는 제안된 공공사업과 연계하여 주민협정의 체결을 유도하며, 절차는 서울시 경관계획의 경관협정 추진절차를 준용하고, 추진절차 중 경관협정운영회는 주민협의회로 보고, 승인 및 인가 주 체를 종로구 도시계획위원회로 볼 수 있음

체결된 주민협정은 향후 경관법에 의한 관련절차 이행시 경관협정으로 인가 가능

 

[주민협의회]

익선동 지역의 주민대표로 구성하는 운영위원회를 통하여 주민협정의 제정 및 변경을 제안하며 주민협정으로 정하는 사항의 홍보 및 실천, 지도 등의 기능을 담당

 

[종로구 도시계획위원회(별도의 종로구 지구단위계획 소위원회 운영가능)]

주민협정의 제정 및 변경에 대하여 심의

건축 시 시행지침의 세부사항 및 주민협정으로 정하는 사항의 운영 및 준수여부를 심의 또는 자문 할 수 있으며 이에 따른 인허가의 판단근거로 운영

자료15. 한편, 익선동에서 이뤄질 주민협정의 내용은 다소 흥미로운 지점이 있다. 익선동의 주민협정에 참여할 수 있는 사람은 '주민협정을 적용하는 구역 내의 건축물 또는 토지의 소유자'로 한정되며, 이들은 추후 진행되는 건축 인허가의 판단근거를 제공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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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의 종3지대 사창가 철거 계획이 착착 진행됨에 따라 이곳 주민들은 환성을 올리고 조용한 주택가의 옛모습을 찾으려고 노력한다는 소식. 10일 하오 단성사 극장에서 종3지대 주민 80여명은 종3정화위원회를 결성하고 자치적으로 창녀 축출에 앞서기로 했다는 것. 이 지대의 여관, 약국, 소개업, 요식업, 잡화상, 복덕방 등에서 창녀를 발견할 때는 즉시 관할 파출소나 경찰서에 신고키로 했다고. 한편 그간 창녀들 때문에 자기집을 버리고 나갔던 봉익동 1백번지 소재 최수용씨 등 주민 다수가 다시 옛집을 찾아 입주했다는 얘기. 20년간 사창가로 지적되어 온 종3이 상처를 씻을 날도 멀지 않은 모양이군.]

자료16. 1968년 10월 11일 매일경제에서 보도된 기사의 일부.
* 종3의 상처란 무엇일까.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게이컬쳐’라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요? 이 글을 읽고 있는 우리는 과연 하나의 문화만을 지니고 있는 ‘게이 공동체’인가요? 그렇다면 종로와 이태원의 게이컬쳐는 과연 같은 게이컬쳐일까요? 

 

저는 얼마 전 익선동 야간개장에 대한 후기를 찾던 중 재미있는 문구가 다수 온라인 SNS 상에 등장하는 것을 관찰할 수 있었습니다. 바로 익선동 야간개장에 ‘퀴어축제에서는 볼 수 없었을 것 같은 게이들이 많이 왔다.’ 혹은 ‘이태원 갈 애들이 종로에 왔다.’라는 의견이었죠. ‘퀴어축제에서는 볼 수 없는 게이’ 혹은 ‘이태원에만 가는 게이’란 대체 어떤 느낌일까요?

 

 

굳이 종로라고 특정을 더 지으면, 이태원과 비교했을 때, 이태원은 이 꼴로는 못나가는 것 같아요. (웃음) 종로는 더 후줄근하게 나갈 수 있어서 더 친정같고 이태원은 약간 시댁같은 느낌? (웃음) 바리바리 하고 꽃단장 하고 뭔가 채비를 하고 나가야 하는 곳이고. 왜냐면 종로 문화의 상징이 포차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오히려 여기에 풀메이크업하고 나오면 되게 더 그렇고. 더 편하게. 평종이라는 말은 있어도 평태원이라는 말은 없거든요. (웃음) 그럴 수 있는게 평일에도 업무 끝나고 잠깐 들러서 한잔 하고 갈 수 도 있고. 이태원과 대비했을때 좀 더 무방비로 있을 수 있는, 그런 느낌이 있어서 종로만의 편안함이 있는거 같아요.

자료17. 2017년 4월. 행성인에서 진행된 이든의 인터뷰 내용 중 일부.

 

이태원을 만든 사람은 통신하던 사람들이었다. 하이텔, 천리안, 나우누리 모든 통신의 정기모임을 이태원에서 했다. 종로는 비싸고, 아저씨들 눈빛이 음흉하고 찝찝해서 종로를 싫어했던 젊은 애들이나 산뜻한 걸 원했던 애들이 이태원에 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몰라서 못 가다가 정모 몇 번 하면서 서서히 알려지기 시작했다.

자료18. 이서진. 2007. "게이남성의 장소형성 : 종로구 낙원동을 사례로". 서울대학교 석사학위논문. p.45.

 

처음부터 종로3가에 없던 콘셉트였죠. 지금 종로3가에 흔한 형식의 소주방도 프렌즈가 처음이었습니다. 예전엔 식당 같은 느낌의 소주방들만 있었는데, 지금 20대들이 많이 가는 모던한 느낌의 소주방은 프렌즈가 처음이었어요. (중략) 지금도 많은 게이업소들에 여성은 출입할 수 없지만, 프렌즈는 처음부터 모든 손님들에게 열려 있었습니다. 게다가 우리는 처음부터 1층에 자리 잡고 당당히 무지개 깃발을 걸고 영업했습니다.

자료19. 2017년. 서울퀴어문화축제에서 진행된 게이바 프렌즈의 천정남 인터뷰 중 일부.

 

 

아저씨들의 찝찝함과 대비되는 젊은 애들의 산뜻함, 혹은 식당 같은 느낌의 의기소침한 소주방과 대비되는 모던한 느낌의 당당한 소주방, 그리고 이외에도 수많은 인터뷰, 혹은 SNS에 떠돌아다니는 종로와 이태원에 대한 상반된 인식은 분명하게 존재하는 현실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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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20. 익선동 야간개장의 홍보 동영상에서 등장한 보갈컬쳐(Vogal Culture).

 

 

이러한 상황에서 얼마 전 ‘보갈컬쳐’라는 단어를 홍보에 활용한 익선동 야간개장은 과연 종로의 게이 문화를 대표하고 있다고 볼 수 있을까요? 물론 이것을 무조건 이분법으로 나누고 싶지는 않지만, ‘보갈’이라는 단어가 과연 그렇게 단순하게 게이라는 정체성을 지닌 사람들에게 모두 통용될 수 있는 단어일까요?

 

70년대부터 종로 일대에 존재해왔던 존재들에 주목하고자 했다는 이 행사는 결과적으로 20-30대 게이 중심의 행사에 불과했습니다. 종로 일대에 존재하는 그 어떤 게이 어르신도 이 이벤트에 참여하지 못했죠. 또한 참여자의 연령대를 떠나서 과연 최근 익선동에 자리잡은 일부 게이 친화적인 매장이 과거 종로 보갈의 역사를 대표할 수는 있을지, 솔직히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들은 과연 스스로 종로의 문화를 계승하고 있다고는 생각하고 있을까요?

 

 

 

4) 게이가 게이 문화를 몰아내는 젠트리피케이션에 동조한다는 비판을 비껴갈 수 없는 건 스스로 잘 알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종로의 게이 문화'를 몰아내고 있는 것이 단순히 익선다다의 책임, 글로우 서울의 책임, 혹은 서울특별시 정책의 책임이라고 쉽게 낙인 찍을 수는 없을 것입니다. 더 나아가 이런 과정으로 인해 익선동 내에서 게이 문화가 사라지고 있다는 의견에도 쉽사리 동의하기는 어렵습니다.

 

오히려, 이태원의 홍석천 모델(더 나아가서는 1세계권의 Gaytrification 모델)이 익선동이라는 장소에 새롭게 들어온다고는 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전의 종로 문화와는 다른 '더욱 친제도적이고, 신자유주의적이며, 디자인적으로도 가시적이고 힙한' 그런 모델말이죠.

 

단적인 비교는 어렵지만, 사회경제적 자본(외모, 힙함, 세련됨이라고 통칭되는 모든 것)을 등에 업고 등장한 익선동의 글로우 서울은 과거의 프렌즈가 종로3가에 등장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분명 이전에 종로에 존재하지 않았던 또 다른 위계를 지닌 게이 문화임에는 분명하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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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21. 지역콘텐츠를 다루는 스타트업 [어반플레이]에서 진행 중인 <들리는 도시, 도시살롱>에 출연한 홍석천.

 

 

 

그렇게 그 누구도 기록하지 않았고, 기념하지 않았던, 때로는 후즐근하고, 때로는 마음 편하게 찾아올 수 있었던 종로의 게이 문화는 사라지게 될 것입니다. 90년대 이전의 역사들처럼 언젠가 기록상으로나 마주하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에 대한 책임을 단순히 글로우 서울, 혹은 익선다다에게 묻는다? 그것은 매우 쉽고 간단한 일이겠지만.. 글쎄요? 그러한 책임을 물을 만큼 중요한 문화였다면, 과연 우리 중에 이러한 문화를 지키고자 노력했던 그 최소한의 ‘자생적인’ 노력은 했는지부터 물어보는게 우선이지 않을까요?

 

 

게이들이 여기에 존재한다고, 이것도 삶이라고, 이것도 사랑일 수 있다고, 우리도 인간일 수 있다고 외친 지 어언 스무 해의 시간이 지났습니다. 하여 우리에겐 그 세월을 버틴 커뮤니티와 그 세월을 지새운 종로라는 ‘공간’이 주어지게 되었습니다.

 자료22. 터울. 2015. 『사랑의 조건을 묻다 : 어느 게이의 세상과 나를 향한 기록』. 숨쉬는책공장. p.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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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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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경 2018-07-09 오후 12:48

지역에 대한 이러한 고민들, 불안하면서 아쉬워하면서, 그리고 다른 지역들이 있지 않을까에 대한 고민들, 이왕이면 거주와 이런 경제활동이 함께 이루어지는 곳이면 좋을 것 같다는, 그런 생각들이
다시 떠오르네요.
너무 익숙한 곳을, 익숙한 방식으로 이용하려는 나의 생활방식 때문에, 문제 의식을 많이 가지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요. 다시 한 번 내 자신의 '경직'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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