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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보수 개신교와 성소수자’ 특집 #3] 광장에서 만난 호모포비아: 똥물 장로 이정대 씨
2015-06-27 오전 01:0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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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간 6월 

[커버스토리 ‘보수 개신교와 성소수자’ 특집 #3] 

광장에서 만난 호모포비아: 똥물 장로 이정대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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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청 앞에서 연일 반동성애 시위를 하는 사람들>

 

“저 분이 임요한 목사다.”

 

5월 16일 오후 2시, 서울역에서 아이다호 데이(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 날) 기념행사가 한창이던 이날, 서울시청 앞에선 보수 개신교 호모포비아들의 동성애 반대 집회가 열렸다. 이날 집회는 시청 정문을 아예 가로막아 놓은 모양새였다. 펼쳐져 있는 의자는 10개 남짓. 시민들은 지나가며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지나치기도 했으며, 몇몇 시민들은 반동성애 책자를 들여다보며 진지하게 서명을 하곤 했다. 슬쩍 보니 이미 꽤 많은 사람들이 서명을 한 흔적을 볼 수 있었다. 잠시 뒤, 내가 현수막을 걸고 있던 한 무리에게 다가가자 주최자로 보이는 60대 남성이 “교회 다니나?”라며 내게 말을 걸었다. 거짓으로 “그렇다.”고 대답하자, 앞뒤 따지지 않고 “올바른 청년일세, 성령 받으라.”고 답했던 그 분. 그 옆에 있던 한 남성이 “저 분이 임요환 목사다.”라며 직접 소개한 뒤에 알게 됐다. 예수재단의 임요환 목사란다. 사실 나한테 그들이 누구인지는 노관심이었지만, 알 수 없는 사명감으로 불철주야 반 동성애를 위해 싸우고 있는 이들의 이야기를 한번 들어보기로 결심했다. 옛 말에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이들에겐 오직 퀴어퍼레이드 뿐

주최자로 보이는 남성은 아이다호 데이 행사를 일종의 ‘교란작전’이라고 묘사했다. 6월 이곳에서 열리는 퀴어퍼레이드가 이른바 ‘진짜’라고 말했다. 실제로 호모포비아들은 서울역 광장에서 성소수자 단체들이 행사를 연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서야 대응했다고 한다. 그것이 사실이라면 그들은 생각보다 단순한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는 듯했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성소수자들이 사회에서 눈에 띄지 않는 것이다. 그 대표적인 상징이 '퀴어퍼레이드'다. 그래서 그토록 퀴어퍼레이드를 행사를 막는데 온 힘을 다 하고 있을 터. 모두가 알다시피 6월 열리는 퀴어퍼레이드를 막기 위해 이들이 동원한 방법은 졸렬하기 그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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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대 장로 목사 인터뷰 캡쳐, KH TV>

 

청계천에서 내게 똥물 뿌린 이정대 씨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더니. 대화를 나누던 도중, 익숙한 얼굴이라는 생각이 들던 찰나. 아니나 다를까. 그는 자랑스럽게 자신의 정체를 스스로 밝혔다. “저는 장로면서도 나름대로 이름이 있는 장로에요.” 바로 2013년 9월, 김조광수 김승환 부부의 결혼식 무대에 난입해 똥물을 뿌린 이른바 똥물 장로 이정대 씨였다. 팔뚝의 털이 곤두서는 느낌이었다. 초점 없는 눈, 치아가 없고 틀니를 뺀 채 부자연스럽게 말을 내뱉는 모습이 퍽 안쓰럽게 보이는 동시에, 공포로 다가왔다.   

 

 

“우리나라 교회가 못 막으면 막을 데가 없어요.”

 

 

그는 이어 속내를 드러냈다. “우리나라 교회가 못 막으면 막을 데가 없어요.”그의 말에서 간절함이 느껴졌다. 그는 이어 “이것은 적그리스도와의 싸움이다. 대한민국이 기독교가 강한 곳이기 때문에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동성애 물결을 막을 수 있는 곳이다.”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의 이러한 민족주의적인 시각은 이전의 인터뷰를 통해서도 드러났다. 유튜브에 올라온 KH TV의 인터뷰에서 그는 “대한민국은 동방예의지국, 문화 선진국이다. 너무 아름다운 민족이다.”라며, “우리 민족의 자존심을 높여서 문화국가의 자존심을, 당당하게 세상에게 큰 소리 칠 수 있는 그런 저력이 우리 민족에게 있다고 본다.”고 말하기도 했다. 왜 국내 기독교 호모포비아들이 서구 개신교 근본주의자들과는 다르게 이러한 민족주의와 결합하게 된 것일까. 한 가지 더 흥미로운 사실은 흔히 ‘보수’기독교라고 불리는 이들이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꼭 그렇지도 않다는 사실이다. 

 

 

이른바 ‘보수적 아나키즘’으로 불릴만하다. 동성애와 관련된 문제뿐만 아니라, ‘세월호’ 등을 대하는 태도를 살펴보면 우리 사회에서 흔히 보수, 진보를 나누는 리트머스지가 이들에겐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적어도 이정대 씨에게 ‘세월호’는 국가적 음모다. "세월호도 다 정부의 음모에요." 그런데 음모가 일부 진영의 것보다 해괴하고 단순하다. 그는 “배에서 건질 수 있는 아이들을 정부가 일부러 살리지 않았다.”는 중의적인 말을 했는데, 그의 말은 침몰한 배를 바로 건져올리지  않았다는 기술적인 문제와는 거리가 먼 1차원적인 뜻으로 말했다. "그냥 배를 들어올리면 되잖아요." 그것이 과학적이든 비과학적이든 여태껏 일부 좌파 진영에서 통용되던 음모론 패턴이 변형되어 일부 대표적 호모포비아에게서 발견되는 것은 흥미로운 지점이다. 이들은 대부분 보수적 사고 패턴을 가지고 있을 거란 내 예상을 완전히 빗나갔다. 단지 이들에게 대한민국은 자신들의 믿음을 증명할 수 있는 기회의 땅일 뿐이다. 기독교국가 건설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닐 터. 그 국가가 어떤 국가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이들은 언제든 국가를 부정하고 전복할 만한 무정부주의적 사상으로 무장되어 있다. 안타깝지만 그것을 뒷받침할만한 능력이 없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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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9월, 결혼식장에 오물을 뿌린 뒤 끌려나가는 이정대 씨의 모습>

 

결국 이들이 믿고 있는 것은 오직 ‘믿음’하나뿐이다. 박근혜 대통령도 전 세계에선 도지사일 뿐이라며, “동성애를 막을 수 있는 힘이 없다.”고 말했다. 이미 국제연합(UN), 미국, 유럽 등을 비롯한 선진국들에서 성소수자 인권을 보장하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고, 언젠가 한국에도 그런 날이 온다면, 이정대 씨에게 이 국가의 존재 자체의 의미가 없어지게 될 것이다. “초헌법적인 기관인 국가인권위원회가 날뛰고 있다.”고 줄곧 이야기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래서 지금 이들의 행동과 사상은 극도로 불온하다.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2013년 9월 7일, 내가 무대에 올라 ‘성혼선언문’을 읽으려던 그 찰나, 하얀 셔츠에 오물이 튀었다. 사람들은 술렁이기 시작했으며, 내 뒤에 있던 지보이스는 이미 온몸으로 오물을 뒤집어 쓴 뒤였다. 개인적으로 친한 두 사람의 결혼식이었지만, 그 결혼식을 함께 준비했던 내게도 중요한 문제였다. 꼭 물어보고 싶었던 질문, “똥물 뿌릴 때 기분이 어땠나?”라는 나의 질문에, 그는 그 날을 이렇게 회상했다. “다른 사람들은 못해요. 큰 용기와 지혜가 필요한 일이에요.” 그는 삼엄한 경비와 인파를 뚫고 행위를 한 것에 대해 굉장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으며, “하나님께서 나를 사용한 것뿐이다.”라고 말했다. 이렇듯 종교적 세계관은 인간 주체를 객체로 전락시킨다. 본인의 행동을 자기 것으로 인식하지 못하며, 결국 스스로 꼭두각시로 살아가게 되는 것이다. “저는 작년에 감옥도 갔다 오고, 지금 이빨도 다 없잖아요. 이빨을 했는데 음식을 씹다보면 쏙 빠져버려서(웃음) 그래도 편하게 천국 가니까”라고 말끝을 흐렸다. 이 사람아, 천국은 바로 여기에 있는데 말이다. 이들이 아무리 안쓰럽고 불쌍해도 봐줄 순 없다. “계속 계속 할 거예요. 이 땅이 승리할 때까지. 하나님이 내게 맡겨준 사명이니까요.” 그래도 뚫린 입이라고 그가 내뱉는 말들이 퍽 섬짓하지만, 지금 당장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광장에 모이는 것. 마음 단단히 먹고 프라이드 행진을 위해 광장에 모이고, 우리의 존재를 세상에 당당하게 알리는 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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