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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20주년 특집 #1] 20주년 기념 <친구사이 20>을 맞이하며
2014-08-27 오후 21:2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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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간 8월 

<친구사이 20> - 친구사이 20주년 생일잔치를 맞이하며.

 

 

 

 

 

친구사이가 20년이 되었다. 길지도 짧지도 않은 역사가 만들어졌다. 스무 살, 사람으로 치면 성년으로 접어들게 되는 나이. 무언가 의미심장한 해이다.

 

 

친구사이 20주년을 맞아 나도 무언가 도움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내가 친구사이의 첫 문을 두드렸던 것은 2006년의 일이다. 30대 중반의 나이에 늦깎이 데뷔를 한 나는 친구사이에 대한 일종의 부채의식을 가지고 있었다. 한국에 친구사이와 같은 존재, 그들의 활동이 있어서 내가 게이로서 인정하고 살 수 있었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기에, 친구사이의 활동에 작은 힘이라도 되고 싶었다. 그러한 친구사이가 20주년을 맞이한 것이다.

 

올해 초, 친구사이 회원인 이쁜이가 20주년 행사를 준비하는 첫 기획회의에 함께 가자는 제안을 했고, 나는 못이기는 척 회의에 참석하게 되었다. 1월 27일 열린 첫 기획회의는 생각보다 조촐하게 8~9명 정도의 회원들이 모였고, 상반기 엘티 때 나왔던 논의 과정들을 공유하는 것을 시작으로 회의가 진행되었다. 그 당시 가안으로 기획되어 있던 20주년 행사는 4월 말 경에 토크콘서트 형식으로 진행한다는 것이었는데, 4월 말은 너무 급하다는 의견이 많았고 관련하여 공유할 수 있는 의미와 컨셉이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라 개최시기를 늦추고 이에 대해 좀 더 고민해 보자는 합의에 이르렀다. 그래서 8월 말 정도에 개최하는 방안을 친구사이 운영위에 제안해 결정했고 좀 더 많은 회원들이 참여할 수 있는 기획회의를 추진하기로 했다.

 

 

3월 초에 진행된 두 번째 기획회의에서는 20주년 행사의 의미와 목적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해 보자는 것과 친구사이 회원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면서 내부적인 동력을 만들어 가 보자는 논의가 중심이 되었다. 그래서 4월은 친구사이의 역사에 대한 스터디를 해 보기로 결정. 두 번의 모임이 진행되었는데, 첫 번째 모임에서는 친구사이의 역사와 관련한 자료들과 연표 등을 보면서 자료를 본 인상에 대한 회의를 진행했다. 두 번째 모임에서는 각자의 관점에서 친구사이 20년이라는 주제에 대해 글을 써 보고 이를 공유하고 회람하는 자리를 가졌다. 친구사이 20년이라는 주제가 크고 무거웠으나, 각자 한 층 더 깊이 친구사이의 활동을 바라볼 수 있게 해 준 기회가 되었다. 이 때 쓰여진 글 중 일부는 자유게시판을 통해 회원들과 공유하였다.

 

 

하지만 4월까지 기획회의를 마치고 우리는 다시 혼란에 빠졌다. 친구사이의 역사에 대해 고민하고 각자의 생각을 정리해 보면 무언가 공통의 실마리가 잡힐 것 같았는데, 20년의 역사와 수많은 활동에 대한 평가가 한 두 번의 스터디로 끝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오히려 절감하게 만들었다. 그렇다고 이러한 고민을 그만 둘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꼭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다. 20주년 기획팀은 기획회의에 계속 참여하고 있던 돌진의 제안으로 ‘담론팀’을 별도로 만들어 이에 대한 논의를 진행해 가기로 했다. 담론팀은 20주년 행사팀과 별개로 독자적인 계획을 갖고 더욱 긴 안목으로 그러한 활동을 이어나가게 될 것이다. 담론팀의 결성은 행사 준비과정에서 얻을 수 있었던 중요한 성과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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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20주년 기획팀은 5월부터는 좀 더 실무적인 방향으로 행사에 접근해 보기로 했다. 그 첫 번째 기획으로 친구사이 회원들이 함께 공유할 수 있는 키워드를 찾아보기로 했다. 그래서 기획팀은 5월에 열린 2차례 기획회의와 5월 말에 진행된 정기모임에서 친구사이 20주년의 키워드를 생각해 보는 아이디어 회의를 진행했다. 특히 친구사이 정기모임에서는 정말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쏟아져 나왔다. 성인식, 스무살, 커밍아웃, 프라이드, 언니, 사랑으로 데모하자, 기갈드링크, 끼자매의 암투 등 100여개의 키워드/행사 아이디어가 모였다. 하지만 기획팀은 다시 멘붕에 빠지게 되는데... 이 많은 아이디어들 중 무엇을 우리의 키워드로 정하지? 다시 고민이 이어졌다.

 

 

기획의 급진전이 이루어진 것은 6월의 첫 기획회의에서였다. 기획팀은 정기모임 때 받은 아이디어 쪽지들을 보면서 회의를 진행했는데, 그 중 퍼레이드란 단어가 눈에 들어왔다. ‘오, 퍼레이드’는 어떨까? 종로3가와 포차를 누비는 퍼레이드. 우리의 역사와 문화가 살아 숨 쉬는 공간을 돌아보는 행진. 생일맞이 번개 퍼레이드. 포차거리에서 기념식과 뒷풀이도 하면 재미있겠다. 포차는 관객석이 되는 거야. 오호, 의미도 있고 신나지 않을까? 이날 ‘퍼레이드’란 컨셉으로 급진전을 이룬 회의는 어느 때보다도 활기차게 진행되었으며, 기획의 즐거움과 현실적인 문제점들에 대한 토론을 이어가며 밤늦게까지 진행되었다.

 

 

컨셉을 정비한 기획팀은 6월과 7월에 걸쳐 퍼레이드와 기념식의 세부적인 기획을 진행하며 현실적인 여건의 문제들도 점검해 가며 실무 기획에 들어갔다. 여러 차례의 회의 끝에 퍼레이드는 화려한 퍼포먼스 보다는 참여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하며 종로라는 공간의 의미를 되새기며 걸을 수 있는 행사로, 기념식은 친구사이의 20주년을 자축하는 소박하고 알찬 행사로 만드는 것으로 방향을 잡았다. 기념행사의 타이틀은 ‘친구사이 20’, 섹시하거나 감각적인 제목보다는 친구사이의 역사와 좀 더 다양한 의미를 담을 수 있는 중성적인 타이틀로 결정했다.

 

 

행사가 다가올수록 준비할 것은 많아지고 사람들은 점점 더 자주 모였다.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모였고, 조금씩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돕겠다는 소리도 들린다. 홍보도 마무리 준비도 미진한 부분이 많지만 사람들의 에너지가 서서히 모이고 있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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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행사가 채 한 주도 남지 않았다. 돌아오는 토요일, 8월 30일에 ‘친구사이 20’은 진행된다. 행사를 고민해 왔던 지난 7개월간의 과정이 그리 만만치만은 않았다. 저마다의 다른 생각과 관점, 이상과 현실, 경험과 문화적 차이 등에서 오는 갈등도 있었으며 서로간의 소통도 쉽지는 않았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아쉬운 것은 첫 모임에서의 조촐했던 분위기가 오랫동안 계속 이어졌고, 여기엔 젊은 세대보다는 언니들의 참여가 더 많았던 부분이다. 기획의 과정에서 친구사이의 젊은 피들, 미래를 이끌어 갈 새로운 세대들이 더 많이 참여를 하지 못했던 것은, 계속되는 행사로 인한 피로도 누적이라는 원인도 있었을 것이고, 젊은 피들이 20주년 행사 혹은 20주년 기획팀과의 일종의 거리감을 느끼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러한 부분에서 20주년 기획팀이 좀 더 열린 분위기와 태도로 확장되지 못했던 것, 좀 더 많은 사람들에 대한 적극적인 참여 독려와 권유를 하지 못했던 것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친구사이 20’을 앞둔 이 시간. 행사 소식이 조금씩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왜 종로에서 퍼레이드를 해?’, ‘왜 포차거리에서 행사를 해?’라고 묻는 질문들이 많아졌다. 소수지만 우리만의 아늑한 공간을 떠들썩한 행사를 통해서 왜 외부에 노출시키려하는지 반문하는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나는 생각한다. ‘우리의 공간에서 우리의 자랑스러운 행사를 하는 것이 무엇이 이상하지?’라고. 밤이면 수많은 게이들의 런웨이가 펼쳐지는 곳, 자연스럽고 편안한 곳, 게이들의 희노애락이 함께 하는 곳. 종로 3가, 그리고 포차 거리. 나 역시 그 곳에 있다. 친구사이 20주년 생일잔치가 벌어지는 무대로 이보다 적합한 곳이 있을까? 우리가 우리에게 편안하고 익숙한 우리의 거리를 걷고 생일잔치를 하는 것은 매우 자연스럽고 함께 축하할 일이다. 이러한 자연스러움과 당연한 일에 대하여 이렇게 이유를 설명해야 하는 상황은 조금 서글퍼지는 일이다.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20주년 ‘친구사이 20’은 여러분들과 함께 하고 싶은 자리이다. 우리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손에 들고, 우리의 역사와 문화가 흐르는 종로 3가를 신나게 행진하고, 한국 사회에서 우리를 사회적 존재로 명명해 주었던 친구사이의 20주년 생일잔치를 함께 축하하고 싶다. 친구사이는 여러분의 이야기를 담을 수 있는 예쁜 피켓과 깃발, 함께 즐길 퍼포먼스를 준비해 놓고 있다. 2014년 8월 30일 토요일 저녁 7시, 여러분과 함께 하는 퍼레이드가 시작될 것이다. 행사 당일 6시부터는 사전마당으로 친구사이 사무실에서 자신의 피켓을 만들고 퍼레이드 소품을 나누는 시간이 준비되어 있다. 그리고 퍼레이드를 마친 후 포차거리를 무대, 포차를 객석으로 한 이색적인 기념식이 진행된다. 지금 이 글을 읽는 많은 분들께 작은 역사의 장이 되길 바라는 친구사이 20주년 생일잔치에 함께 해 주시기를 마음으로부터 제안한다. 8월 30일, 종로 3가가 무지개빛 거리로 물들게 되길 바라며, 당신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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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사이 회원 / 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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