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도별 기사

NEWSLETTER 연도별 기사
[2014년] 지극히 주관적인 게이 용어 사전 <not 'T'>
기간 2월 

지극히 주관적인 게이 용어 사전

 "not T"

 

 

not_t.jpg

 그림: 석,  feat. 미켈란젤로

 

 

 

 

2번. 다음을 잘 듣고, 물음에 답하시오.

 

A: "성향이 어떻게 되세요?"

B: "음...(침묵)"

 

이 대화에서 추론할 수 있는 B의 성향을 고르시오.

 

①탑

②올

③바텀

④답 없음

 

 

마음 속으로 답을 골라 보았는지? 그러면 출발하자. 두번째로 다룰 '게이 용어'는 'not T'다.

 

 

왜 바텀이라고 말을 못해?

 

not T(top)는 바텀이라는 의미로 읽고 쓴다. "나는 박는 것을 못 한다", "내가 겉보기와 다르게 탑답지 못하므로 감안하시라.", 혹은 "나도 내가 탑이었으면 좋겠지만 안타깝게도 그렇지 않아 유감이다." 이름을 말하면 안 되는 그 성향, 바텀이여. 왜 "바텀"은 흡사 볼드모트, 아니, 중국 황제의 이름처럼 피휘의 대상이 되어야 한 걸까?

 

 

성향 = 섹스 포지션? 성격?

 

보통 게이들이 성적 파트너로서 상대방을 파악할 때 가장 주요한 요인 두가지는 식과 성향이다. 식의 경우 다양한 스펙트럼(뚱, 퉁, 통, 벌크근육, 건장, 스탠근육, 스탠, 마른근육, 말라 등등등...) 안에 존재하는 반면에 성향은 탑, 올, 바텀으로 삼원화 되어있다. (실제와 다르게 사람들은 올은 바텀이라고 단정한다. 올 역시 바텀의 완곡어로 쓰인 경력이 있기 때문이다.) 어디에서 이 차이점이 올까?

 

당연히 삽입이다. 남자의 몸은 참 다양한 형태를 가질 수 있다.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 하지만 '애널 섹스'를 놓고 볼 때, 그 행위에 필요한 것은 두가지요, 남자는 그 두가지를 각각 한개씩만 가지고 있다. 여기에서 수 천년에 걸친 역할놀이가 시작되는 것이다. "남자와 소년"에서부터 "이긴 놈과 진 놈", "위에 있는 놈과 밑에 있는 놈" 결국 20세기 한국의 "때리는 놈과 맞는 놈"까지. 삽입-피삽입 관계에는 정말 다양한 문화적 해석이 동반된다. 삽입이라는 행위가 담고 있는, 이성애적 양분 때문이다. 삽입 하는 남성과 삽입 당하는 여성, (정상위에서) 올라타는 남성과 깔리는 여성. 주도적인 남성과 수동적인 여성. 바로 이 때문에 '성격'으로서의 탑과 바텀이 만들어진다.

 

탑은 남성이요 바텀은 여성이라. 탑은 능동적이고, 일을 주도하고, 적극적인 반면 바텀은 수동적이고, 따르기를 좋아하며 소극적이다... 라는 인식이 탄생하는 것이다. 여기서 탑과 바텀이라는 말을 남성과 여성으로 바꾸면... 아주 구시대적이고 몰상식한 양성관이 재림한다. 하지만 그것이 우리가 "탑과 바텀"으로 게이를 이원화하는 방법이며, 그 증거는 바로 'not T'다. 왜 자신이 바텀이라는 사실을 최대한 완곡하게 돌려 말해야 하는가? 바텀이라는 말이 부정적인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아무도 아무리 자신이 선호하는 섹스 포지션이 바텀이라도, 여성적이고 수동적인 사람이라고 비추어지기를 원하지 않는다. 하지만 바텀이라고 말하면 사람들은 자신을 그렇게 생각하리라 여겨진다. 그래서 not T라고 쓴다.

 


"삽입"에서 벗어나기

 

섹스는 삽입으로 끝나지 않는다. 삽입이 전부도 아니고. 섹스는 서로가 즐기는 것이고, 그 누구도 '당하는' 입장이 되어서는 좋은 섹스라 할 수가 없다. 바텀은 당하는 것이 아니다. 동등한 섹스 주도권을 쥐는 것이다. 탑-바텀을 이분화 하는데서 벗어나면 세상에는 생각보다 다양한 '성향'이 있다. 탑만 하는 사람, 탑하는 것을 선호하는 사람, 건강상의 문제로 바텀은 못하고 탑은 즐기지 않는 사람, 탑을 주로 하되 때때로 바텀도 하는 사람, 탑을 하고 싶으나 물리적인 문제로 바텀을 자주 하는 사람, 바텀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 바텀만 하는 사람. 그리고 예상 외로 꽤 많은, 애널 섹스 자체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 등등.

 

"not T"라고만 하지 말고, 당신의 성향은 어떻게 됩니까?

 

 

 

file.jpg

등록된 글이 없습니다.
마음연결
마음연결 프로젝트는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에서 2014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성소수자 자살예방 프로젝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