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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2003-05-21 (사회) 기획.연재 10면 42판 993자  
투데이 / 梨大캠퍼스 달구는 ‘레즈비언’ 논쟁  

이화여대에 때아닌 ‘레즈비언’ 논쟁이 뜨겁게 일고 있다.
지난 13일부터 3일간 이대 학생문화관에선 ‘넌 어쩌다 이성애자가 되었니?’라는 주제의 레즈비언 문화제가 열렸다.
지난해 조직된 이화레즈비언 인권운동 모임인 ‘변태소녀 하늘을 날다’ 소속 학생들 10여명이 주도한 것.
동성애와 관련해 학생들이 학내에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고 공개적인 행사를 벌인 것은 이대 창립 117년 역사상 처음이다.

학생들은 행사 첫날 문화관 1층 광장에 ‘동성애자가 된 원인은 무엇인가’ ‘당신의 레즈비언 혐오증 지수 진단’ 등의 내용과 사진 등을 담은 대자보 20여장을 전시했다.
그러자 다음날 ‘이화에서 레즈비언 문화제를 반대하는 모임’이란 단체 명의로 ‘넌 왜 동성애자가 되었니?’라는 내용의 누런 도화지가 수십장 나붙었다.

이를 계기로 이대 캠퍼스엔 동성애를 둘러싼 찬·반 대자보와 낙서가 도배하듯 이어지고 있다.
동성애를 옹호하는 학생들은 소수의 목소리를 낸 용기와 노력에 지지를 보냈다.
이대 여성위원회는 “레즈비언 문화제를 반대하는 모임 결성과 대자보 사건은 성(性) 소수자에 대한 명백한 테러이자 폭력”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대가 레즈비언 학교인가? 동성애 인권 옹호자들은 소수의 권익을 보호한다고 하면서 이화인 다수의 권익을 묵살하고 있다”는 반박글이 따라 붙었다.
한 학생은 “동성애는 순간적 감정일 뿐이니 이들을 불쌍히 여겨 이성애자로 돌아올 수 있도록 보살펴 줘야 한다”는 의견도 냈다.

동성애 찬반 논쟁이 열기를 더하는 가운데, 급기야 지난 16일엔 레즈비언 문화제를 주최한 학생들 방에서 자료집 100부와 포스터 300부가 몽땅 도난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레즈비언 문화제 내용을 담은 분홍색 현수막은 예리한 칼로 찢겨 나갔다.
이대 사회학과 함인희(咸仁姬) 교수는 “우리 사회가 동성애를 너그럽게 수용하고 있는 듯 보이지만 막상 자기 주변에서 실체를 갖고 가시화되는 데엔 적잖은 저항감을 느낀다는 사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李敬恩기자 diva@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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