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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3.07 10:32

효웅, 화이팅.

조회 수 1133 추천 수 2 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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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청소년 동성애자 인권학교 스태프로 활발한 활동을 벌였던 효웅이 오늘 아침, 기자회견 자리에서 양심적 병역거부를 선언했다. 전경으로 배치받았었더랬다. 이런저런 소식은 건너서 들었었는데, 결국은 휴가를 나온 뒤 복귀하지 않고 병역거부를 하기로 결심을 굳혔다. 여러 모로 힘든 결정이었을 텐데, 공개적으로 커밍아웃을 해야 했는데, 자기 내면의 "겁 많고 어리버리한 여전사"가 "‘자매애’보다는 ‘전우애’를, ‘상생’과 ‘공생’보다는 상멸과 공멸의 결말을 가진 군사주의와 남성우월주의적인 군대를" "온 몸으로 거부"한다며 사람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병억거부의 의사를 밝혔다.

나는 효웅을 잘 알지 못한다. 인권학교를 진행하면서 몇 번 본 것이 거의 전부이다. 그러나 효웅을 처음 보았을 때의 인상은 강렬했었더랬다. 나는 그를 작년 4월 친구사이 11주년 토론회 자리에서 처음 보았다. 그때 청중 의견을 자유롭게 말하는 시간에 그는 마이크를 잡고 ‘붉은이반 소속’이며 '신자유주의적 교육 정책'이라든지 '나는 채식주의자' 등의 이야기했었다. 사뭇 진지했었다. 나중에 인권학교 스태프로 다시 만났을 때, 그는 많은 것들에 예민한 사람이었으며, 세계를 복잡하고 세밀하게 불 줄 아는 눈을 가졌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 느낌은 그가 그의 삶의 원칙으로 받아들였던 것들, 그의 삶으로 이룬 것들 때문이었던 것 같다. 에코 페미니즘. 그는 스스로를 '에코 페미니스트'라고 했다. 에코 페미니즘이란 무엇인가. 자세히 들어가면 아마 복잡하겠지만, 열등함과 나약함의 표지였던 여성성을 적극적으로 인정하고, 폭력과 개발로 자연과 인간을 황폐하게 만드는 남성성에 반해 상생과 보살핌, 나눔 등의 질서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실천하는 것, 이라고 나는 대충 이해하고 있다. '여성성'이라는 것을 강조하는 만큼, 본질주의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지만, 기존 여성성의 의미를 재인식하는 데에 의미가 있는 것 같다. 효웅은 이러한 에코 페미니즘을 만나, 자기 안의 여성성을 적극적으로 인정해나간 듯하다. 이런 생각을 통해, “살아남기 위해” ‘보호색’으로 남성성을 겉으로 내보이면서 살아왔지만, “아마존 밀림 숲의 여전사”가 저항했다고 한다.

그런 그이니만큼, 군대에 대해서는 고민이 많았을 것이다. 그는 처음부터 병역거부를 고민하다가, 경험해 봐야 잘 알지 않을까 하면서 입대를 결심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 안의 폭력성은 가혹했고, 병역거부를 통해 얻을 고초를 감수하고서라도 그곳을 나올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게이들이 ‘동성애자 망신을 시킨다’는 둥, ‘부적응한 것 가지고 꼭 저래야 하냐’는 둥, ‘트랜스젠더가 왜 게이인 척 하냐’는 둥의 말을 하는 것을 들었다. 누구한테 잘 보이려고 ‘망신’을 운운하는지, 적응하는 게 꼭 좋은 것인지, 적응하는 게 치욕스러울 때도 있는 것은 생각 않는지, 게이/트랜스젠더를 무자르듯 가르고 여성성과 트랜스젠더를 폄하하는 ‘일반’들의 시선을 가지고 있는 건 아닌지 얘기하고 싶기는 하지만, 손쉽게 함부로 말하지 마라, 라고는 않겠다. 그렇지만 징역을 살아야 하는 병역거부가, 공개적으로 언론을 통해 뉴스에 나올 정도로 커밍아웃을 해야 하는 병역거부가, 그렇게 쉽지 않다는 것은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 만약 나랑 친한 친구여서, 나에게 상의를 해 왔다면, 나는 정말이지 간곡히 말렸을 것이다.

사람의 내면, 그 누구도 뭐라고 할 수 없는 생각, 그것이 바로 ‘양심적 병역거부’에서의 ‘양심’의 의미다. 그걸 죽이면 자신도 죽는 거다. 효웅군은 자신을 살리려고 어쩌면 훨씬 더 어려운 길을 선택한 거다.

오늘 저녁 무렵 효웅과 잠시 통화를 할 수 있었다. 경찰서라 했다. 무얼 도와줄 수 없어서 가슴이 저릿했다. 그가 병역거부를 한다는 얘기를 듣고 그리 깊게 생각하지 않다가, 지난 금요일 그의 병역거부를 지지하는 글 초안을 잡으면서야 안타깝고 힘이 들게 되었던 게, 미안했다. 오늘 기자회견장에도 개인적인 일 때문에 가지 못했다. 그런데 그는 도리어 “형, 화이팅이예요!”라고 외치면서 전화를 끊었다.

동성애자로서 병역거부를 한 효웅군, 그 “내 안의 여전사”가 화이팅할 수 있도록, 잠시만이라도 관심 가져주었으면, 그리고 맘속으로라도 그의 건승을 빌어주었으면 좋겠다.

효웅, 화이팅.




효웅의 병역거부 이유서 / 성적 소수자 인권운동 진영 지지서
http://chingusai.net/bbs/zboard.php?id=free&page=1&sn1=&divpage=1&sn=off&ss=on&sc=on&select_arrange=headnum&desc=asc&no=64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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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amaged..? 2006.03.07 15:25
    저 분이 게이든, 트랜스든, 일반이든, 무신론자든, 여호와의 증인이든 상관 없습니다.
    폭력성, 상명하복, 집단주의, 남성주의, 호모포비아로 상징되는 군대에 문제 제기해야죠.
    국가가 개인의 권리를 억압하고 남용하면서 정작 권리하고 자유는 억압하기 쉽잖아요.
    태어날 때 선택의 여지 없이 강요되는 국가가 왜, 누구를 위해서 있는지도 따져봐야겠죠.
    툭하면 '나라와 민족'을 갖다 붙이는 지도층의 병역 비리야 두말 할 것 없지만,
    왜 같은 국민의 의무이면서 병역에 대해서만 난리치고 납세에 대해선 덜 시끄러운지...
    '군대 가야 어른 된다'는 세상에서 찾아보기 힘든 논리가 뿌리 박힌 우리 사회이고 보면
    결국--그것도 말뿐인--국민 개병제의 피해자는 남녀 안 가리고 거의 모든 국민이죠.
    그 점에서 성적 소수자뿐 아니라 우리 모두의 문제입니다.
    짤없이 현역 갔다 온 저한테 군대가 남긴 건 몇몇의 친구하고 요령주의밖에 없더군요 ^^;
    암튼 저 분의 앞날이 너무 험란하지만은 않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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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람 2006.03.07 21:50
    damaged..? 형이 많이 관심 가지시고 이반씨티에도 조목조목 맞는 말씀 많이 올리셨네요. ^^ 형도 화이팅이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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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티가람 2006.03.08 00:27
    '배추'와 '신자유주의' 이야기로 우리를 즐겁게 했던 명랑한 친구로 기억돼요. 그의 용기와 결단에 눈이 부시는. '군대는 꼭 가야 된다'는 얼토당치도 않는 이데올로기가 당연한 진리로 받아들여지는 이 끔찍한 매트릭스 사회에서 그의 선택은 온전한 용기.

    효웅을 지지합니다. 아울러, 친구사이에서도 집회의 형태든, 좌담회의 형태든, 그 무엇의 형태든 할 일을 찾았으면 하는 바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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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amaged..? 2006.03.08 02:53
    평소하고 달리 여기저기 도배하는 바람에 민망하군요 ^^;
    근데 일부 게이들 사이에서도 만연한 국가주의, 군사주의, 마초주의에 식겁했습니다 =_=;
    심정은 이해하지만, 군대로 대표되는 국가 체제가 얼마나 사람을 길들이는지 무섭네요...
    야구든 월드컵이든 한국이나 그 어떤 나라도 응원하지 않는 전 매국노인가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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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미지팬 2006.03.08 03:56
    '군대로 대표되는 국가체제'가, 바로 그 마초이즘이, 젠더를 획일화하는 그 체계가 바로 동성애자의 삶을 주변화시킨다는 것을 모르는 무지의 소치겠죠. 또한 그 무지를 서로 자각하게끔 종용하지 못한 제 인권단체들의 한계도 작용하겠고요. 한나라당에 연호하는 노동자들과 군사주의를 성애화하는 게이들은 어떤 동질성을 공히 나누어 갖고 있는 듯 해요.

    데미지 형, 수고가 많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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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amaged..? 2006.03.09 00:20
    소 귀에 경 읽기더군요. 그것도 귀 먹고 광우병 걸린 소... +_+;
    노예 근성이 제대로 박혔구나 싶어서 놀랍고 짠하고 분통 터지고...
    박격포같은 언어의 폭력에 질려서 이 문제에 대해선 더 이상 글 안 올릴 겁니다 =_=;
    암튼 황우석씨 사태 때보다도 절망적인 기분이네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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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미지팬 2006.03.09 01:31
    '익명화된 아랫도리' = '게이'라는 등식은 성립불가능하다고 봐요. 저도 가끔, 외부의 적보다 내부의 적이 더 무섭다는 생각이 들곤 해요. 데미지 형, 용 쓰셨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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