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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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나 2009-04-08 00:08:14
+3 4221

묻지마관광시즌1 "억새밭에 눕다"의 추억


벌써 육년 전이네요.

인권단체로서의 정체성도 모호하고, 대중단체로서의 정체성도 모호했던 시절... 근근이 사무실을 꾸려가기 허덕이다 막 다시 서던 때 “묻지마관광”은 한걸음 더 게이커뮤니티에 가까이 다가고자 하는 의도로 기획된 당시로선 좀 ‘발랑 까진’ 행사였습니다.

그때만 해도 현 대표님인 가람님과 인권팀장 기즈베님은 아직도 하기스 차고 종로 문턱에서 걸음마를 배우던 시절이었을테고... 지금 사무국장님인 이쁜이님이 디펜드 신세를 지기 전, 종로 뒷골목 방황을 마치고 친구사이에 합류해서 한창 기갈을 날리던 시절, 차돌바우님이 최고의 연기-끼없는 무공해녀 연기-를 구사하던 시절이었네요.

참, 지금은 강원도 대표뚱으로 유명하지만 그 때만 해도 날렵한 턱선과 호리낭창한 허리의 뉴페이스로 가는 곳마다 스캔들을 일으키던 이십대 라이카님이 처음으로 준비했던 사업이었기도 했구요. (물론 이 사업의 흥행여부에 따라 이듬해 라이카님이 친구사이 대표로 추대되느냐 마느냐가 결정되는 무언의 약속이 있었다는... 뒷담화가 있습니다.^^) 


묻지마관광시즌1 “억새밭에 눕다.”는 참신한 홍보와 시의적절한 타이밍으로 많은 분들이 관심을 보여서 일단 인원동원에는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당일 아침, 관광버스 회사의 약속불이행으로 일은 틀어지기 시작했습니다. 

45인승 관광버스를 예약했는데 미니버스 두 대가 와버린 거죠. 그것도 예정시간보다 훨씬 늦게...... 관광버스 업체에 전화를 해서 항의했지만 담당자는 이러쿵저러쿵 발뺌하기 바빴고...

급하게 결단을 내려야 했습니다. 미니버스 두 대로 가느냐, 아니면 다른 버스회사를 섭외해서 일정을 지연시키느냐... 간만에 꽃단장하고 나온 미모의 게이 사십여 명은 탑골공원 앞에서 한 시간 넘게 서성거려야 했었고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는 불만들... 참가자들에게 몇 번이나 머리를 조아려 사죄는 했건만... 정말 그때 같이 준비한 분들은 애간장 태웠을 겁니다.


하지만....... ‘관광’은 포기해도 ‘묻지마’는 결코 포기할 수 없었으므로... 주위 지인들을 총동원해서 급하게 관광버스를 섭외하기로 했습니다. 대신 무작정 버스를 기다리기엔 일정이 너무 늦어져서 종로에서 가장 가까운 ‘산’인 서대문구 ‘안산’으로 일단 일행을 인도했습니다.  참가자들은 다행히 거의 낙오자 없이 지휘에 응해주었고 시원한 가을 하늘아래 무난하게 포토타임을 겸한 런치타임으로 1차 관광 ‘안산들놀이’를 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원래 목적지인 명성산으로 출발 했습니다. 


버스 프로그램은 묻지마 관광의 묘미인 본격적인 게임타임! 다행스럽게도 프로급 진행과 참가자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순조롭게 진행되었고 훈남 버스기사님은 생전 첨 보는 게이관광단의 발랄한 모습에 혼자 연신 웃으면서도 안전하게 목적지까지 우릴 데려다줬습니다.

해가 짧아지는 시월 말, 명성산에 도착한 건 해 떨어지기 한 시간 전. 서둘러 올라갔지만 결국 억새밭은 보지 못하고 도중에 내려와야 했고...... 억새밭에는 결국 아무도 눕지 못했습니다.

또다시 저녁시간, 서울로 와서 밥을 먹기엔 너무 늦어버린 시간이고... 다시 급하게 식당을 섭외, 산 아래 허름하지만 운치있는 식당에 모여서 김치찌개와 소주/막걸리로 허기진 배를 채웠습니다.

 안산과 명성산, 둘 다 정상까지 올라가진 않았지만 그래도 등산이라고, 게다가 일찍부터 꽃단장하고 탑골공원 앞에서 서성거린 몇 시간, 버스 안에서의 치열한 프로그램까지 참여하느라 다들 피곤했는지 긴장은 쉽게 풀렸고 술은 술술 들어갔습니다. 술잔들이 오가면서 엇갈리는 눈길들도 뜨겁고... 깊어가는 가을밤의 분위기만큼은 최고였습니다. 

물론 당시에 묻지마 관광 커플이 탄생되기도 했습니다. 억새밭에 눕는 대신 어느 모텔방에 누웠는지는 알 수 없지만요.

묻지마 관광시즌2에는 또 어떤 커플이 탄생할지 궁금합니다.


김하나 2009-04-08 오전 00:09

참고로... 묻지마 관광 시즌1의 최대 수혜자는 게이토끼(가명 모던보이)였습니다.
돌아오는 길 버스안에서 시행한 인기투표에서 자작액션난동극을 부려 최대의 표를 얻었다죠. 이에 격분한 현친구사이 고문 정애언니는 친구사이에 투서를 보내기도 했구요...

제보녀 2009-04-08 오전 00:11

자유게시판을 검색하니 그때 묻지마 관광 관련글만 열 몇개가 올라와 있네요. 회계보고도 있구요. 15만원의 적자가 난 걸로 되어 있는데 일정 펑크 난것 치고는 심하진 않았다는....ㅎ

누군지묻지마 2009-04-08 오전 03:45

이번에도 인끼 얻으러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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