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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사람이 돈을 모아 마닐라에서 선물을 샀다.

'Would you go to bed with me?

'bed'는 마닐라에서 가장 큰 게이 바였으며, 2층을 비롯해 그 주변 모두가 게이 상권으로 구성되어져 있었다. ILGA의 '연대의 밤'에 참석한 우리는 'bed' 바를 처음 방문할 수 있었다. 공간은 작았지만, 연대의 밤이 있었던 날이 토요일인지 잘 차려입은 멋진 필리핀 게이들로 넘쳐날 지경이었다.

그건 내게 적잖은 충격이었다. 그들을 바라보며 읊조리듯 한상궁마마에게 말했다.

"쟤네들은 우리를 어떻게 생각할까? 저들이 한국에 있다고 생각해 봐. 외국인 노동자 문제가 새롭게 다가오네."

한상궁마마는 시끄러운 음악 속에서 읊조려진 내 속내를 가볍게 넘기는 듯 보였지만, 난 그때 부끄러움을 느끼고 있었다. 막연히, 추상적으로, 또는 추상화된 권력에 대한 분노로서만 외국인 노동자 문제를 대했던 것이 갑자기 부끄러워진 거였다. 심지어 몇 년 전에 한국 게이와 손 짤린 외국인 노동자와의 이야기를 시나리오로 써서 제작 지원금까지 받았던 이력이 있는 나로서는 과연 그럴 자격이 있는 걸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그들은 내 식성이었고, 이국적 모습에 대한 막연한 호기심까지 덧대져 더욱 아름다웠고, 한국에 비해 1/3도 되지 않는 경제 여건 속에서 각자 자기 삶을 꾸려가는 젊은이일 터였다.

그런 그들이 일자리가 없는 고국을 등지고 한국을 찾아와서 뼈빠지게 노동을 한 댓가로, 내쫓기고 추적당하고 불법이란 미명 하에 탄압 받는다는 사실이 'bed'라는 게이 바 안에서 내 부끄러움을 더욱 자극했던 것이리라.

아니나다를까, 한국에 오는 비행기 안에서 한상궁마마가 들고 있던 신문을 슬쩍 곁눈질로 보니, '외국인 불법 체류자'에 강제 추방이 예고되어 있었다. 더군다나 조금 잠을 자고 일어나 켠 테레비젼 첫 번째 뉴스 역시, 강제 추방 스트레스에 시달려 지하철에서 자살한 외국인 노동자를 추모하며 '더 이상 죽게 하지 말라'는 플랭카드를 휘두르며 시위를 하는 외국인 노동자들, 그들을 오늘부터 강제 추방하겠다는 정부 방침 고시 등으로 장식되어 있었다.

우리는 마닐라 거리에서 필리핀 동성애자들을 위해 퍼레이드와 시위를 하며 자위할 수 있겠지만, 정작 그들 중 일부는 한국에서 내쫓길 운명에 처해 있었던 것이다. 설령 동성애자가 아니다하더라도, 각자의 젊음을 밑천 삼아 한국에 와 뼈를 심고 땀을 뿌렸던 그들이 아닌가.

외국인 노동자 문제는 동성애자 문제와 더불어 그 사회의 민주성, 다양성, 함께 삶을 호흡하려는 노력 등을 체킹하는 바로미터로 기능하는 게 오늘의 현실이다.

잔인한 노무현 대통령과 강금실 법무부 장관은 자살하면서까지 추방에 저항하는 저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우리의 식성들을 추적-추방하는 게슈타포 짓을 그만두어야 한다.

외국인 노동자, 우리의 식성,  우리의 형제들을 추방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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