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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물에 테러 당한 기자, 그래도 증오보단 사랑을!

<기자수첩> 김조광수 감독-김승환 부부 결혼식 축하 공연 후기

 

 

   
우측에서 두번째 안경낀 사람이 기자본인이다

2013년 9월 7일은 김조광수 감독과 김승환 레인보우팩토리 대표의 행복한 결혼식이 있었지만, 기자에게는 감독님을 축복하면서 그다지 유쾌하지 못한 날이었다.

 

김 감독님의 결혼식 당일 기독교단체인 '예수재단'이 두 사람의 결혼식에 앞서 무대를 점거하고, 무대 설치를 방해하다 경찰이 출동해서야 해산하였고, 이후 결혼식 중간에는 축하공연중 50대 남성이 자신의 인분을 뿌리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리고 그 인분테러 중간에는 기자역시 포함되어 있었다. 기자는 이날 김조광수 감독님의 결혼식을 취재하러 간 것이 아니라 진심으로 축하하기 위해 '지보이스'라는 게이코러스의 단원으로서 참석했다.결혼식 축가를 위해 일주일전 연습시간을 가졌고, 김조광수 감독님과 김승환 커플…아니 이제는 부부가된 두분을 위해서 정말 좋은 공연, 정말 좋은 목소리, 정말 좋은 화음을 만들기 위해 17~18명되는 단원들이 정말 열심히 노력했다.

 

당일날까지 연습을 하고, 리허설을 하고 최종으로 무대위에 올라가 드디어 축하공연을 하려던 찰나 무대위에 문제의 남성이 올라와 똥물 바가지를 던지고 사라졌다. 미쳐 제지할 틈도 없었고, 똥물 바가지가 기자의 옷 여기저기를 적실때까지도 무슨일이 벌어졌는지 몰랐고, 당황 그자체였다.

 

이것은 기자뿐만 아니라 당시 현장에 있었던 스탭들, 그리고 지보이스의 다른 단원들도 마찮가지 였다. 온몸에 뒤집어쓴 인분으로 인해 냄새가 코끝을 찔렀고, 옷 사이로 구더기로 보이는 벌레들이 기어다녔다. 웃을수만은 없는 상화잉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보이스는 '똥물 세례'를 받고서도 웃음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오늘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열리는 동성결혼식이자, 누군가는 축복을 받아야만 하는 그런 자리였기 때문에…타인이 증오를 부추기더라도 우리는 증오는 사랑을 이길수 없고, 사랑이라는 진심은 언젠가 통할 것이라고 믿기 때문에 노래를 불렀고, 그렇게 공연을 무사히 마쳤다.

 

그리고 공연이 끝나고 무대 아래에 내려와서야 기자와 지보이스 단원들은 울었다. 이날 결혼식은 유명인사들의 축하 뿐만 아니라 김승환-김조광수 양가 부모님들의 허락을 받은 축복받은 결혼식이었다. 특히 김조광수 감독의 어머니는 직접 무대에 올라 "아들의 결혼의 감개무량하다"고 말하기까지 했다.

 

양가 부모, 그리고 본인들이 사랑하고, 1000여명이 넘는 하객들이 축복하는 결혼식에 제3자가 이를 반대한다 마라할 권리가 있을까? 그것도 모자라서 똥물을 들고 찾아온 50대 남성. 그는 자신을 하나님을 믿는 장로라고 소개했는데 하나님께서 과연 이 모습을 보고 좋았다고 생각하셨을지는 의문이다.

 

똥물로 인해 기자는 입고 있던 옷을 버려야 했고, 새 옷을 사야했으며, 종로 한복판에서 사우나에 들어가 냄새를 없애도록 씻어야 했고, 냄새로 인한 고통을 참아야 했다.

 

그런 유쾌하지 않은 기억속에서도 다행이라고 생각되는 점은 그래도 두 사람의 결혼이 성공리에 끝났다는 점. 지보이스의 노래를 끝까지 함으로써 그들이 결혼의 골인했다는 점 등일 것이다.

 

이날 결혼식이 끝나고 종로에 있는 한 술집에서 뒷풀이 현장을 찾은 김조광수-김승환 부부. 이날 지보이스 단원은 '똥물테러'의 기념으로 티셔츠를 선물했고, 김승환씨는 해당 셔츠를 과감하게 입어보였다. 좋지 않은 기억이지만 이 마저도 동성애자의 인권과 향후 달라도 또 같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추억이 되리라.

 

우리는 증오를 하기 위해 태어난 것이 아니라, 사랑받기 위해, 그리고 사랑하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기 때문이다.

 

Steve 2013-09-11 오후 21:24

결혼식 전야까지 발생할까봐 우려했던 일이었는데, 일어난 것은 씁쓸하지만 행사 진행에 큰 방해는 안되서 그나마 다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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