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메일로 "프리군"님이 보내주신 글입니다.
정체성에 대하여 고민하는 것은 누구라도 겪는 시련입니다. 다만 성소수자의 정체성 고민은 그것이 사회적인 고난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는 점이 더 큰 문제인 것이죠. 저 역시도 이러한 고민에 사춘기 대부분의 시간을 쏟아부었으며, 그러한 시간들이 저를 온전한 한 사람의 성소수자로서 만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이런 이야기로 첫 운을 뗀 것은 올해의 ‘아이다호 데이’를 맞아서, 성소수자의 정체성에 대한 문제를 연구했던 작년 졸업 논문 시즌이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당시 저는 성소수자의 초기 성정체성 형성과 이후 삶의 만족도의 관련성에 대해서 졸업논문을 작성했었습니다. 무슨 정신으로 이런 주제를 택한 것인지 저도 종잡을 수 없었지만, 이왕 시작한 논문이니 계속 해보겠다는 심산으로 하나하나 성소수자들을 찾아가 인터뷰를 했던 차 였습니다.
재밌게도, 연구 결과는 ‘성소수자들의 성정체성은 생각보다 일찍 만들어진다’라는 사실이었습니다. 성소수자의 성향은 5~6살정도부터 방향성을 갖기 시작했다는 결과를 보고, 저는 한참동안 생각에 잠기게 되었습니다. ‘과연 나도 그랬던 것일까?’하는 그런 류의 것이라고나 할까요, 저 역시도 그랬던 것 같았습니다.
이렇게 연구 결과를 보고 있자니, 한 가지 떠오르는 것이 있었습니다. 청소년 성소수자들의 문제 말입니다. 이렇게 성적 취향의 방향성이 일찍 결정되는 것이라면, 우리는 좀 더 어린 성소수자들에게도 눈길을 돌려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최근 성소수자 인권 단체에서 청소년 성소수자에 대한 상담을 늘리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라고 보입니다만, 이렇게 새삼스럽게 깨닫고 나니 생각보다 이것이 깊은 문제임을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현재 교육 현장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성소수자에 대한 교육은 거의 전무하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되려 혐오를 조장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겠죠. 안타깝게도, 중고등교육시간에 존재하는 성교육 시간에는 아예 성소수자와 성적 취향에 관한 내용이 누락되어 있었습니다. 제가 학창시절에도 그랬었고, 아마 지금도 그럴것입니다. 청소년들에게 많이 노출되는 인터넷에서는 성소수자를 비하하여 웃음거리로 만드는 것이 큰 유행이라고 합니다. 부모님 세대의 행동들은 또 어떨까요, 성소수자에 대한 이야기는 커녕, 아직도 성 자체를 터부시하는 문화가 가득합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청소년 성소수자는 무슨 말을 하고 무슨 말을 들어야 할까요.
그리고 이러한 무관심과 혐오는 행동으로도 드러납니다. 자신을 성소수자라 밝힌 청소년이 교내에서 집단 따돌림을 당하고 있다는 이야기는 성소수자들 사이에서는 이미 유명한 이야기입니다. 빈도수도 빈번하기도 하지만, 흔히 ‘커밍아웃’이라는 요소가 가져오는 엄청난 혼란과 불안을 먼저 떠올리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런 상태에서, 청소년 성소수자들은 위축되기만 할 것이고, 그것은 부정적인 자아상과 낮은 자존감을 나타내게 되어 청소년 성소수자들의 미래를 어둡게 만들 것입니다.
청소년 성소수자는 곧 성인 성소수자가 됩니다. 그들은 청소년 시기에 밝고 긍정적인 자아정체감을 형성해야 할 것이며, 그것은 곧 성인시기에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사람이 될 수 있게 된다는 것입니다. 제가 썼던 논문의 결론도 이랬던 걸로 기억합니다. 결론은 우리가 그들을 어떻게 받아들이냐인 것이죠. 아직 우리의 갈 길은 멀고 험해 보이지만 빛은 있을 것입니다. 한 사람씩 더 힘을 모아서 청소년 성소수자들의 밝은 내일을 만들어나가는 것이 좋은 방법일 겁니다.
아이다호의 날은 동성애 항목이 세계보건기구의 정신질환 항목에서 삭제된 날입니다. 이런 날에, 우리는 우리 주변에서 아직도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청소년 성소수자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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