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야, 이제 너를 볼 날도 일주일 밖에 남지 않았구나. 그동안 저녁이면 널 볼 수 있는 낙으로 버텼는데 이제 난 누굴 의지해 살아가야 하는지 그저 막막할 뿐이다. 처음에 니가 신애의 뺨을 때리고 새경에게 거침없이 대들 땐 솔직히 살짝 비호감이기도 했단다.
그런데 그게 다 너의 눈치빠른(?) 보석아빠와 무뚝뚝한 현경엄마 때문이란 걸 알고 너그럽게 이해하기로 했단다. 내가 좀 맘이 넓거든.
그리고 병욱 감독님이 사랑타령에 한이 맺히셨는지 정음, 지훈, 세경, 준혁의 시덥잖은 러브라인 놀이에 집중할 때도 너는 꿋꿋히 시트콤 본연에 자세를 유지했지.
너의 활약을 새삼 말해 뭤하겠니? 홍어를 통째 처먹었는가 하면 얼음판에 자빠져도 김연아 얼굴포스는 절대 잊지 않았지. 아 그리고 구은재 연기 때는 아 카리스마란 저런 거구나 절로 무릎이 처졌드랬어. 아마 박해미도 너의 포스엔 레알 기겁하지 않았을까 싶어.
16년 후에 넌 세호와 결혼하게 되더구나. 지금도 이쁘지만 그 땐 더마니 이뻐졌던데 모쪼록 세호와 알콩달콩 잘 지내고 혹시 아이가 퀴어이걸랑 아이에게 절대로 빵꾸똥꾸는 외치지 말아줘. 물론 그러지 않겠지.
대신 아이가 퀴어인 것 때문에 기가 죽거나 슬퍼하걸랑 그 때 세상을 향해 지금처럼 우렁차게 빵꾸똥꾸를 외쳐주렴.
그럼 해리 너만 믿는다. 안녕, 빵꾸똥꾸 해리야.
PS 아빠에게 전해 주렴. 아빠의 '이걸 어쩌줘'도 쉽게 잊혀지긴 글른 것 같다고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