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저께 뚝섬역 근처 목욕탕에 '사랑은 100C' 촬영장에 간식 배달겸 보조출연차 찾아갔습니다.
저랑 기즈베, 이쁜이, 국영 그리고 중간에 이스트님도 잠시 간식을 사들고 왔더군요.^^
아래 글들 보신 분은 알겠지만...
영화는 친구사이 고문이기도 한 김조광수 감독님의 세번째 퀴어 단편 연출작입니다.
스포일러를 살짝 유출하자면.... 이 영화는 게이이자 청각장애인인인 열여덟 소년(청년?) 민수가 동네 목욕탕에서 우연히 게이 세신사(때밀이)를 만나면서 갖게되는 짧고 강렬한 사랑을 그린 영화랍니다.
제목에서 볼수 있듯이, 노골적인 성애를 담고 있어서 게이들 사이에서 화제가 될수도 있을테고, 주인공인 민수의 시선을 벗어나서 세신사(때밀이)의 시점으로 본다면 서글픈 성소수자의 애환이 담겨 있는 영화로도 읽혀질 거라 봅니다. 물론 이성애주의자들이 본다면 불편감과 논란거리들도 충분히 제공하게 될 것 같구요. 전작들이 '착하고 예쁜 판타지?'영화였다면 '사랑은 100도씨'는 좀 더 현실적이고 도발적이지 않을까... 싶어요.
그럼 본론으로 들어가서 배우들 이야기부터 할까요?
감독님의 페르소나인 세번째 민수(참고로 김조감독님의 전작 주인공들 이름은 모두 민수^^)역할을 맡은 배우는 연기가 처음인 무공해 청년입니다.
실제 청각장애인이라서 감독님이나 스텝들과의 원할한 의사소통이 조금 힘들어 보였지만 정말 해맑은 마스크와 다양한 표정을 가진 순수한 청년이더군요. 끄집어낼 게 무한정 많아 보였다고 할까... 개인적 생각으론 '소년소년을만나다'의 풋풋한 소년과 친구사이?의 씩씩해진 청년사이 즈음에 있는 감정적 성장기의 드라마틱한 청년?? 꽤 기대가 됩니다.
세신사 재호 역할을 맡은 배우는 연극을 하던 분이라고 하는데요... 예전에 시나리오 초고를 읽으면서 받았던 재호의 느낌과는 외모상으로는 조금 다른 이미지라 처음엔 조금 의아해 했습니다.
하지만 발성이나 대사처리 등 기본적인 연기력이 일단 훌륭하고 순발력도 뛰어나 보였어요. 아! 저런 캐릭터의 세신사도 있을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아마 주인공 못지 않게 매력적이고 입체적인 캐릭터가 탄생할 것 같다는 예감이 듭니다.^^
그리고 양아치 역할을 맡은 배우는 한 번 등장하는 역할이지만 강렬한 인상과 화끈한 액션 연기를 보이더군요. 캐스팅이 참 잘되었다는 생각이 들었구요, 애드립도 잘하더군요.^^
그외에 민수 동생이나 엄마는 그 날 등장하는 씬이 없어서 보지 못했으니까 패스~~
그리고 수많은 목욕탕 남자들...
싸움 말리다 넘어지는 수퍼마켓 아저씨 역할의 동범씨, 차가운 물에서 몇 시간 동안 냉탕에서 수영하는 백수역할의 맥놀이 ##씨(이름이 기억 안나서 죄송ㅎ) 그리고 온탕에 물보러 들어온 쩍벌남 역할의 국영, 퍼머머리의 온탕 죽돌이 이쁜이님, 수원에서 온 샤워하는 남자 역할의 ##님, 천진난만하게 올누드로 뛰어다니는 깜찍한 어린이 역할의 감독님 조카, 목욕탕 최고 킹카역할의 개말라 등... 여러 명이 있었지만... 뭐니뭐니 해도 파격적인 누드신을 선보인 "때밀다 잠든 남자 야동 전문배우" 역의 기즈베 님이 단연 돋보였답니다.
아마 영화가 공개되는 시점 즈음에선 일본 베어 야동 제작사에서 섭외가 물밀듯 들어올듯 해요.
개인적으로는 '르느와르'의 그림에 나오는 터질듯 농염한 여주인공이 연상되었어요.^^
다음은 스텝들 이야기.
눈에 확 들어오게 멋쥔 남자 스텝은 없었구요ㅎㅎ, 목욕탕 신이다 보니 여자 스텝들의 활약이 돋보이더군요. 어쩔수 없이 노출해야 하는 장면에서 여자 스텝들이 목욕탕 밖으로 나가야 하는데 왔다갔다 하느라 참 힘들었을 거 같아요. 그리고 스모그 담당하신 분. 내 스탈은 아니지만 같이간 몇 몇 분들이 찜했던 분인데 수시로 그 무거운 기계들고 들락거리며 연기 뿌리느라 고생하셨을 듯....^^
김조광수 감독님은 이제 촬영장을 완전히 장악하신듯 감독으로서의 카리스마가 뿜어져 나오더군요. 막판에 목욕탕을 비워줘야 할 시간은 다가오는데 찍어야 할 컷은 남아있고... 다들 초조해서 산만해질수 있었는데 끝까지 집중해서 잘 마무리 하시더군요.
목욕탕 풍경...
한적한 주택가의 목욕탕이고 그리 크지도 작지도 않은 오래된 목욕탕이었는데 전면에 있는 고풍스런 금속벽화조각?때문에 그다지 후줄근해 보이진 않고 조명탓인지 따뜻하고 정감있는 느낌이 났어요.
참고로 수면실은 게이들이 좋아할 법하게 칸막이 하나도 없는 수면실이었고... 이발소에 붙어있는 '아이롱파마' 홍보 포스터랑 수십년 전 이발 대회에서 수상한 사진, 헬스장의 녹슨 기계들 등이 목욕탕의 역사를 알려주는 듯 흥미롭더군요.
그리고 온탕속의 물은 아아아~~ 너무 더러워서 찌꺼기가 둥둥 떠다니는데 그래도 냉탕에서 수영하는 남자 노릇을 한 분을 보며 다행이다 싶었어요. 사실 일년 치 목욕 다 하고 오려했었는데 그 계획은 수포로 돌아가고...^^
마지막으로 간식...
여러 분들이 간식을 많이 사와서 푸짐했어요.
우리는 김밥 한박스랑 우유랑 사갔는데... 다른 팬들이 사온 컵라면이랑 주먹밥 등에 밀려서 촬영 끝날때까지 고스란이 남았어요...ㅠㅠ
조연출 하시는 분이 미리 다른 간식 많다고 말해줬으면 안 사가거나 아님 다른 날에 배달시키거나 했을텐데...ㅠㅠ 만약 상해서 버렸다면 오나전~ 서운~~^^
일단 이 정도로...
밤은 샜지만 재밌는 경험이었어요.^^
소소만이나 친구사이?와는 달리 친구사이가 제작에 참여하는 영화는 아니지만...
훌륭한 작품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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