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하지 않는 사건 Eine aussergewöhnliche Affäre, An Unusual Affair, (2002) 그러게요, 평범하지 않는 사건이겠죠. 마흔 살의 유부남이 스스로 게이라는 정체성을 깨닫고, 삶의 방향을 바꾼다는 게.
매력적이고 능력이 있는 아내, 귀여운 아들과 딸과 함께 다복하게 살아가던 요한에게 어느 날 뜻하지 않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아내와 자신이 선생으로 있는 학교에 새로 온 젊은 선생이 화근이었어요. 이 젊은 톰은 자신이 게이라는 사실을 처음부터 말하고, 요한에게 친근한 미소를 던지기 시작합니다.
마음이 흔들리는 요한은 처음엔 톰에게 거칠게 대하지만, 이내 톰과 사랑에 빠지고 말아요. 그리고 갈등하던 요한은 그 사실을 아내에게 말하게 되죠. 게다가 교실에서 자신과 톰이 키스하던 장면이 학생에게 발각돼 학교는 그야말로 난리가 납니다. 가족이고, 선생들이고, 마을 사람들이고 할 것 없이 모두가 알게 돼요.
이 '평범하지 않는 사건'에 직면한 요한의 선택은 무엇일까요? 결국 요한은 톰을 택하게 됩니다. 눈물과 갈등과 여러 우여곡절 끝에, 마흔이 되어서야 비로소 자신 속에서 발견한 새로운 삶을 찾아 톰과 함께 떠나게 되죠.
독일에서 TV용으로 제작된 이 영화는 전세계에서 동성애자 인권이 가장 잘 발달된 독일 게이 커뮤니티의 위력을 여실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어느 쪽에도 편을 들지 않고, 나름 객관적인 시선을 유지하려는 게 역력해요. 각자의 삶과 욕망에 충실하자는 거죠.
군데군데, 개연성을 확보하기 위해 장치해 놓은 힌트들 때문에 '평범하지 않은 사건'에 직면한 요한의 흔들리는 마음이 설득력 있게 묘사된 드라마네요. 잘 만들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