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여름 우연히 만나 연애란걸 하게 되었는데 벌써 3,000일 이라는 시간이 흘렀네요.
처음엔 참 많이도 싸웠었는데...
그런데 함께하는 시간이 늘어갈수록 다투는 횟수는 점점 줄어들게 되더군요. 돌이켜보면 다툼의 원인은 대부분이 서로에 대해서 모르는 부분 때문이거나 상대방에 대한 나만의 막연한 기대 때문이었던 것 같아요. 대부분의 관계가 이런 부분 때문에 위기를 겪게 되는 걸로 알고 있는데 우린 운이 좋게도 잘 헤쳐 나온 것 같습니다. 물론 이 모든 공로는 전적으로 나에게는 한없이 자상하고 너그러운 내 파트너에게 돌아 가야할 것 같습니다.
어디다 내놓을 만큼의 긴 세월은 아니지만 나름 오랫동안 같이 살다보니 이제는 서로의 기분이나 상황을 이해하고 배려하려는 마음이 예전보다는 많이 생겨난 것 같습니다.
당시에는 마치 세상의 전부인 것처럼 크게 다가왔던 것들이 지금은 잔잔한 웃음한번으로 살짝 넘어갈 수 있다는 것도 세월이 흘러서 가능한 것이겠지요.
의도치는 않았지만 대한민국 성소수자인권운동 1세대로 10여년의 세월을 지내오면서, 무수히 많은 일들을 겪었었고 몇몇의 사람들과 몇 번의 사건들은 내 가슴에 큰 생채기를 내기도 했었지만 그래도 이 길 묵묵히 여기까지 오기까지는 늘 같은 모습으로 내 곁에 있어준 지금의 내 파트너가 있어 많은 힘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3,000일과는 비교도 안되는 세월을 동행하며 때론 서로의 늘어나는 주름을 보며 안타까워하고 때론 소주 한 잔에 웃을 수 있는 가슴 따뜻한 벗들이 있어 참 고맙고... 행복합니다. 이들과 함께 좀 더 아름다운 세상을 위해 내 작은 힘 보태다 생을 마감한다 해도 후회 따위는 없을 것 같습니다.
모두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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