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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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경 2009-09-23 21: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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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젠 일하는 직장 과에서 회식을 했다

이성애자들 술자리 정말 유쾌하지 않았다 어쩔수 없는 것이지만

 

일차와 이차 노래방이 끝나고 같은 집 방향으로

가는 과장님이 계셔서 함께 택시타고 가다 그 과장님 댁 근처에서 술한잔 하기로 했다

본인이 평소 자주 간다는 그 술집은 골목길에 공간이 낡았지만 아늑해서 그냥 술집이라고 보기보다

카페같은 느낌 음 술맛도 나쁘지 않고 특히 700cc 짜리 긴 잔은 또 첨이네

술이 오가는 사이 둘을 적당히 취하다

 

같은 나이이기에 이런 저런 말이 오간다

우리서로 이제 말 트자 어색하게 서로의 이름을 부르는....ㅋㅋㅋ

그러다 노무현 김대중 대통령 얘기도 나오고 유일하게 직장에서 근조 검은 리본을 찼는데

우리 대장에게 지적당한 얘기며 내가 알지 못하는 상황들이 있었나보다

애 세딸린 아빠이지만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까? 고민을 하고 있는 친구가 참 이뻐보였다

 

그러던중 갑자기 등장한 커밍아웃!!!!!

 

물론 이제는 흔해진 용어라(이쁜이 언니가 쓴글 참조) 일반들도 낯설지 않겠지만

사실 살짝 놀랐다 그러면서 비난이나 조롱감 없이 동성애란 단어를 사용하는 친구의 감정을

느끼며 조만간 더 친해지고 서로에 대해서 알게되면 커밍아웃을 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힌트를 주긴 했다 지난 주말에 있었던 찬란한 유언장 행사 이야기며

알고보니 광수언니랑도 살짝 엮어있었다 큰 형이랑 형수가 배우분들 인데 광수 언니 작품에 한분은

다른 영화를 통해서 내가 알고 있던 분이시더라 그래서 이름을 언급하진 않았지만 그 작품들을

굉장히 좋아하는 사람들 무리가 있었다 등등의 몇가지 힌트를 주긴 했다

 

직장에서 커밍아웃은 두번째가 될거 같은데

첫번째는 시엠에스 받는데 실패-- (그러나 그분이 직장 관두고 사업을 차리시니 ㅎㅎㅎ 몇달후를 기다려야지)

 

두번째도 애기 셋 키우느라 우울한 경제 사정을 보일거 같기는 한데 어찌댛던 얘기는 해봐야지

올 가을이 다 가기전에 말이죠

 

그리고 그 친구랑 얘기 하다가 직장내에서 우리는 각자 다른 영역의 사람들에 대한 배려가 너무 없다는 얘기에 공감을해서 둘이 일을 꾸미기로 했습니다

 

 

1. 대장에게 시집한권과 편지---- 구성원 내부에서 읽고 또다른 이에게 선물하기

    그래서 서로의 내면을 대하는 시간을 가져보자....

 

2. 가급적이면 마초적인 회식문화를 좀 개선해보자

 

3. 계약직 청소하시는 분들 휴식 공간을 건의해 보자 등등

 

일단 조만간 1번을 실행할거 같아요 ㅋㅋㅋ

이런 직장 생활을 만들어 낼 줄이야

 

 

박재경 2009-09-23 오후 21:16

ㅋㅋ 그 친구는 게이가 아니고 정치적 커밍아웃을 말한거였음
여긴 직장 분위기는 명박이파거든요

김조광수 2009-09-24 오전 00:34

글의 처음에 이성애자들의 회식 이야기 때문에 우울한 건 줄 알았더니 나름 해피엔딩이로군. 재경이 너무 멋진 거 아냐?

차돌바우 2009-09-24 오전 01:32

멋진걸 ^^

damaged..? 2009-09-24 오후 18:05

근조 리본 달았다고 지적하시는 대장님이 흠좀무지만, 보수적인 조직이라면 얼마든지 가능하겠네요.
그래도 시집으로 마음을 움직이려고 하고 마초적 회식 문화도 바꾸려고 할 뿐 아니라
커밍아웃도 하고 CMS까지...! 재경양, 정말 존경스럽고 자랑스러워요~ ^ㅁ^b
이렇게 자기 생활의 터전에서 시작해서 조금씩 바꾸고 개선하는 게 제일 중요한 만큼 어렵잖아요.
마음연결
마음연결 프로젝트는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에서 2014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성소수자 자살예방 프로젝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