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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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던보이 2009-03-21 02:49:25
+2 1419



더 이상 햄릿의 정체성이 헷갈린다는 사실은 그리 낯선 이야기가 아니죠. 아버지의 거세 불안에 시달리는 민감한 영혼의 아들 햄릿은 죽느냐 사느냐가 아니라, 프로이트의 말을 빌리자면, 순응하느냐 도착하느냐에 기로에 서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하기는 세익스피어도 게이였으니까요.

그런데 왜 배우들도 덩달아 헷갈릴까요. 20세기 최고의 세익스피어 배우라 불리워지는 로렌스 올리비에도 그렇고, 그 뒤를 이은 후계자 이안 맥컬런도 그렇고요. 이안 맥컬런이야 두 말할 나위도 없지만, 비비안 리와 세기의 결혼식을 올렸던 로렌스 올리비에는 2000년에 죽었는데 사후에 애장품들이 공개되었지요.그 속엔 로렌스 올리비에의 양성애를 지시하는 편지도 숨어 있었습니다. 바로 더글러스 페어뱅크스의 편지였는데, 자신에게 성적인 수작을 벌였던 올리비에에게 냉혹하게 굴었던 자신을 사과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고 합니다. 남자 누드 사진과 함께 캠프의 밀어들까지.




Douglas Fairbanks


잘 나고 예쁜 배우들이 공히 양성으로부터 사랑을 받고, 백치가 아닐 경우 자신의 매력을 즐길 줄 알기 때문에 이런 일들이 일어나는 거겠죠. 젊은 날의 로렌스 올리비에는 아, 예술이죠. 히치콕의 '레베카'에서는 혀 짧은 발음마저 사랑스러울 정도로 매력적이고, '오만과 편견'에서는 눈이 부시지요.


2.
로렌스 올리비에 이야기가 나온 김에, 얼마 전에 개봉했던 '추적Sleuth'에 관해 이야기해 보죠. 마이클 케인과 쥬드 로를 내세워 케네스 브래너가 리메이크한 작품인데, 사실 이 연극을 처음 영화로 만들었던 맨키위즈의 'Sleuth(1972년)'가 리메이크작보다 한 세 배는 더 재미있습니다. 완성도도 훨씬 뛰어나고요. 맨키위즈 작품의 주인공은 늙은 로렌스 올리비에, 그리고 젊은 마이클 케인이 나오죠. 리메이크작에는 늙은 마이클 케인이 역할을 바꿔 늙은 소설가로 등장합니다.

케네스 브래너가 좀 욕심을 부렸지요. 원래 늙은 소설가는 그냥 단순히 '성 불구'로 등장하는데, 리메이크작에서는 동성애적 요소를 끌고 들어와 두 사람의 게임에 긴장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그닥 매력적이지 않아요. 영화가 너무 서둘러서 긴장감을 스스로 갉아먹고 있습니다. 맨키위즈의 영화는 러닝 타임이 두 시간이 좀 넘는 반면, 이 리메이크작은 90분도 안 되더군요. 너무 서두르고 군데군데 흠결 투성이. 그럼에도 마이클 케인이 세월을 흘러 두 개의 영화에 역할을 바꿔 출연한다는 점은 참 근사해요. 쥬드 로가 여전히 앵앵거리는 연기폭을 가지고 있는 반면, 마이클 케인은 그냥 앵글에 잡히기만 해도 그 힘이 대단합니다. 35년을 가로지르는 한 배우의 궤적을 본다는 건 분명 즐거운 일.

안티모던보이 2009-03-23 오전 09:59

모던보이님은 게이가 아니었으면 좋겠어요. 오호홋~

추적걸 2009-03-23 오전 10:35

안티모던보이 = 모던보이의 미모와 잉끼를 질투하는 개가람.

이상.
마음연결
마음연결 프로젝트는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에서 2014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성소수자 자살예방 프로젝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