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레즈비언 전문 서점
게재일 : 2009-03-18 조회수 : 578 |
* 이 칼럼에 소개된 모든 서점은 직접 다녀온 실제로 존재하는 뉴욕의 서점입니다. 그러나 구성된 이야기는 픽션으로 혼동 없으시길 바랍니다. 칼럼은 처음부터 순서대로 읽어야 이해하기 쉽습니다. 맥주와 책은 잘 어울리지 않는 조합 같지만 내 책에는 맥주 얼룩이 많이 묻어 있다. 웨스트 빌리지의 맥주바 ‘블라인드 타이거(Blind Tiger)'에 밥은 먹지 않아도 일주일에 두세 번은 꼭 들르곤 한다. 팬실베니아주, 메사추세츠주, 멀게는 캘리포니아와 하와이까지 미국 전역에서 제조되는 생맥주를 이곳에서 맛볼 수 있다. 나름, 저렴하게 미국 일주를 할 수 있는 곳이다. 새로 확장 이전을 했어도 퇴근 시간이 되면 발 디딜 틈이 없이 복잡하고 시끄럽다. 그래서 여섯 시 이전이나 주말에 들러 한가롭게 맥주를 마시면서 책을 읽곤 한다. 문 앞에 앉아 있는 무뚝뚝하게 생긴 흑인은 언제나 신분증을 보자고 한다. 턱수염을 길러도 소용없다. 빅토리 필스너를 시켜 천천히 마시고 있었다. 시간은 일곱 시를 막 지나고 있어서 옆 사람의 이야기도 잘 들리지 않을 정도였다. 창가에 난 스툴에 앉아 머리에 들어오지도 않는 책을 읽었다. 그레이스는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스트랜드에서 봤던 여자는 분명 그녀와 똑같이 생겼었는데…. 나를 30년 동안 기다렸다는 로버트의 말은 모두 사실일까. 그리고 과연, 나는 『도서관을 태우다』를 완성할 수 있을까. 이런저런 생각이 잠겨 있을 때, 누군가 내 어깨를 툭툭 쳤다. 고개를 돌려보니 그레이스가 서 있었다. “서진 씨 맞으시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 이 사람은 그레이스가 아니라 그녀를 닮은 사람일지도 모른다. 게이&레즈비언 전문 서점 오스카 와일드 서점 (Oscar Wild Bookshop)
“나는 천재인 것 빼고는 신고할 게 없어요.” 유명한 게이 작가 오스카 와일드가 뉴욕에 입국하며 세관원에게 한 말이다. 한번도 공개적으로 게이인 것을 선언하지 않았지만 그 발언만으로도 충분하다. 오스카 와일드 서점의 무지개 깃발은 웨스트 빌리지의 다른 무지개 깃발보다 자랑스럽게 걸려 있다. 크리스토퍼 스트리트는 LGBT 인권운동의 발단이 된 스톤월 바가 있는 곳이고, 그곳에 오스카 와일드의 이름을 딴 세계 최초(1967년)의 LGBT 전문 서점이 있다는 것은 자연스럽다. 서점이 생길 무렵 게이 전문 서점이란 곧 포르노 서점을 의미했다. 그러나 창립자인 크레이그 로드웰은 포르노 책을 제외하고 게이와 레즈비언 커뮤니티를 위한 진정한 문학 도서를 진열하는 서점을 만들고 그 이름을 오스카 와일드 서점이라고 지었다. 낯 뜨거울 정도로 야한 책이 있지 않을까 기대 반, 걱정 반을 했으나, 문학 관련 서적이 대부분이다. 서점 건물이 따로 건물을 지은 것이 아니라 타운하우스를 그대로 개조해서 쓰는 것이라 서점은 아담하다. 책뿐만이 아니라 디비디나 비디오테이프 등의 영상자료도 있고, 게이 프라이드와 농담이 섞인 범퍼 스티커, 인형, 목걸이와 장신구 등, 있을 건 다 있다.
이제는 뉴욕의 모든 대형서점에도 ‘게이 앤 레즈비언’ 섹션이 따로 있어서 거리낌 없이 관련 책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이곳에는 여행, 역사, 문학, 회고록 등 세심한 분류가 돋보인다. 서가에는 ‘어, 이 작가도?’ 하는 의문이 드는 문학도서도 곳곳에 꽂혀 있다. 작가가 게이나 레즈비언이 아니더라도 작품이 관련 주제를 담고 있으면 이곳에 꽂히게 된단다. 특히, 시중에서는 잘 보기 힘든 다양한 잡지가 눈에 띈다. 게이 잡지도 성향에 따라 다양한 종류를 구비하고 있고 그보다는 다양하지 않지만 레즈비언 잡지도 갖춰져 있다. 서점은 무척 좁아서 대여섯 사람으로 서점이 꽉 찰 정도다. 4년 동안 이곳에서 일했다는 세실리아(Cecelia Martin)는 대부분의 손님은 관광객이거나 오스카 와일드의 팬이라고 한다. 머리가 짧고 보이시한 외모라 레즈비언이 아닐까 생각했지만(아마도 맞겠지만) 100% 장담할 수는 없다. 사진을 찍어도 되느냐는 내 말에 “저기, 보면 알다시피 여기 있는 책이 죄다 포르노그래피는 아니거든요. 자극적인 것만 찍지 마시고 다양하게 찍어주세요.”라고 웃으며 말한다.
나는 잡지 코너에서 근육을 자랑하는 남자들의 나체가 잔뜩 실려 있는 잡지를 뒤적거리며 시간을 보냈다. 곁에 서 있는 남자의 눈길이 왠지 부담스러워졌다. 이 서점은 2003년 문을 닫을 위험에 처하기도 했지만 많은 사람들의 도움으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뉴욕에도 몇몇 게이&레즈비언 서점이 있었지만 현재는 유일하게 이곳만 남은 상태다.
“찾는 책이 있으세요?” 세실리아가 상냥하게 물어본다. 시원한 숏컷에 시원한 미소가 어울린다. “그것보다, 당신이 가장 아끼는 세권의 책이 궁금해요.” 내가 기다렸다는 듯이 물었다. 세실리아가 아끼는 세 권의 책
“언니가 당신을 꼭 찾아야 한다고 했어요. 또, 헛소리가 시작되는구나 했는데, 정말 당신이란 사람을 찾으리라고는 생각 못했어요. 오후에는 스트랜드 서점, 저녁엔 이곳에 있을 거라고 했는데 맞는 말이었군요.” 술을 한잔도 마시지 않았는데 내가 뭔가 잘못 본 것은 아닐까 싶었다. 분명 그레이스와 똑같이 생겼는데, 동생이라고 한다. 쌍둥이 동생이라고 하더라도 미묘하게 다른 점이 있어야 하지 않은가? “그럼, 지난번에 스트랜드에서 마주친 사람(보러가기)이 바로 당신이군요?” “네, 그때엔 언니를 만나기 전이라서요. 가끔씩 저를 언니로 혼동하는 사람들을 만나곤 해요. 쌍둥이라서 어릴 때부터 그런 일은 자주 당하곤 하지만 뉴욕에서까지 그런 일을 당하면 신경질이 나요.” “맥주 좋아하세요?” 나는 시원한 매직넘버 나인 라거를 주문했다. 무슨 독이 들어 있는 것도 아닐 텐데 조심스럽게 한 모금을 마셨다. 그레이스는 지금 한국에 있는 부모님 집으로 돌아가 요양중이라고 했다. 예전부터 공상을 즐겨 해서 이상한 소리를 하곤 했는데 근래 부쩍 상태가 심해졌다고 한다. 자신은 미래에서 왔으며, 세상에 사라질 책을 보호해야 한다는 그런 이야기 말이다. 뉴욕에는 그녀와 함께 작년부터 살게 됐으며 언니, 동생 각각 다른 학교를 다니고 있었다고 했다. “언니의 그 공상이 심해지면 저와 다투곤 했죠. 혼자 하는 공상이야 상관없지만 책을 집에 대책 없이 쌓아두는 건 참을 수가 없어요. 보름 전쯤 저하고 심하게 싸우고 난 뒤 자취를 감췄지요. 저도 아르바이트를 하느라 힘든데, 얼마나 언니를 찾아다녔는지 몰라요.” “아… 그렇군요. 사실은 저와 함께 있었습니다.” 그녀는 나를 쳐다봤다. “짐작은 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저는 지금 더 혼란스러워요. 어쩌면 언니의 말이 맞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니까. 당신도 실제로 존재하는 사람이고. 언니가 찾고 있던 것도, 노력하던 것도 어쩌면 사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그 모든 것이 거짓이 아니라는 증거는 바로 나라는 사람의 존재일 것이다. “지난주에 언니가 비를 맞고 우리 집 문 앞에 쓰러져 있었어요. 다행히 몸이 다친 데는 없었지만 며칠 동안을 고열에 시달렸죠. 나에게 부탁을 한 것이 있는데… 여기에 있는 서점을 방문해 보라고 했어요. 그리고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이 추천하는 세 권의 책을 그 서점에서 찾아보고 책 속을 살펴보라구요.” “그 속에서 뭔가가 나오면 당장 태우라고 했겠죠.” “어떻게 아세요?” 제니스와 나는 연락처를 교환했다. 그녀는 학교 공부와 아르바이트 때문에 서점을 돌아다닐 시간이 없고, 설사 시간이 있더라고 하더라도 말이 안 되는 언니의 부탁을 들어주기는 싫다고 했다. 나는 언뜻 그녀가 언니를 위하면서도 싫어하는 복잡한 심경이라는 걸 알아차렸다. 제니스는 버리기에는 죄책감이 들고, 갖고 있기에는 부담스러운 서점 리스트를 내게 주었다. 나는 뭔가를 발견하면 연락을 주겠다고 했다. 물론 거짓말이었다. 인디만화와 디자이너 캐릭터와의 만남 자이언트 로봇 (Giant Robot) 서점 리스트 중 첫 번째는 오스카 와일드 북숍이었다. 저녁에는 문이 닫혀 있어서 다음날 찾아가 보았지만 점원이 추천한 세 권의 책 속에는 아무것도 들어있지 않았다. 두 번째 리스트는 이스트 빌리지의 자이언트 로봇이라는 곳이었다. 이곳은 내가 즐겨 찾는 만화 전문 서점이기도 했다.
자이언트 로봇은 이스트 빌리지의 여느 작은 상점과 다르지 않다. 톰슨 스퀘어 파크 주위로 레스토랑과, 펍, 커피숍과 부티크는 유행의 첨단을 걷기보다는 젊은이들의 자유스러움이 묻어 나온다. 쇼윈도에 커다란 로고와 인형이 있어서 언뜻 보면 장난감 가게 같지만 안으로 들어가 보면 다른 서점에서 볼 수 없는 책들이 수북하다. 미국의 인디만화, 그것도 미술적으로 탁월하고 이야기 구조도 훌륭한 만화책 말이다. 게다가 벽에는 만화가, 아티스트들이 그린 소품을 전시하고 있고, 바로 옆 가게에는 아예 전용 갤러리와 아트 상품점이 있다. 자이언트 로봇은 LA에 살고 있는 일본인 2세인 에릭 나카무라와 마틴 옹이 의기투합해서 만든 아시아 문화잡지(Asian Pop Culutre Magazine)다. 1994년 무일푼으로 시작된 이 잡지가 다루는 내용은 팝아트 예술인 인터뷰, 디자인 스터디, 여행부터 시작해, 하와이의 빙수 리뷰, 캔커피 리뷰까지 다양하다. 인디 잡지가 그렇듯, 힘겹게 그 명맥을 유지해 오다가 가게를 열어 전환기를 맞았다. 잡지 광고에 실린 캐릭터 티셔츠, 인형, 책들을 팔기 시작했는데 그 반응이 뜨거워서 LA에 두 곳, 샌프란시스코, 그리고 뉴욕에까지 가게를 확장하게 된 것이다.
서점은 이스트 빌리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타운하우스를 개조한 것이라 스무 평 남짓밖에 되지 않는다. 그러나 요즘 인기 있는 디자이너 인형과, 만화책, 미술 및 디자인 잡지, 인디잡지 등으로 꽉 채워져 있다. 물론 대부분의 만화책은 대형 서점에서도 구할 수 있지만 서점에 없는 소규모 출판 방식으로 제작된 책들도 다수 비치되어 있다. 예를 들어 애드리안 토마인(Adrian Tomine)이나 다니엘 클라우스(Daniel Clowes) 같은 스타 인디 만화작가의 단행본도 볼 수 있지만 수십 페이지의 진(Zine)들도 볼 수 있고, 다케시 무라카미, 요시토모 나라 등의 작품집, 대형서점에서는 볼 수 없는 아트 잡지도 구비되어 있다. 이런 아시아를 넘어선 쿨함이 이 작은 서점을 꽉 채우고 있어서 이곳에 들르기만 하면 매번 새로운 것들을 발견하는 기쁨을 누리게 된다. 서가의 반대쪽에는 각종 캐릭터 티셔츠와 디자이너 토이가 판매된다. 자이언트 로봇이라는 자체 브랜드의 티셔츠뿐만이 아니라 데이빗 호바츠와 그의 아내 김선민의 캐릭터로 유명한 어글리돌(Ugly Doll), 요시토모 나라 등의 티셔츠 등 재미있는 캐릭터 위주다.
짙은 뿔테 안경을 쓴 점원에게 세상의 모든 책이 불타버린다면 가져갈 세 권의 책이 무엇인지 물어보았다. 그는 대답 없이 벽을 가리켰다. 그곳엔 다케시 무라카미의 캐릭터 포스터가 걸려 있었다. 나는 그가 보지 않는 틈을 타서 포스터 뒷면을 훔쳐보았다. 뒷면엔 깨알 같은 글씨가 인쇄되어 있었다. 심장이 콩딱콩딱 뛰었다. 나는 그게 무엇인지 금방 알아차렸다.
직원만 없었더라면 그 포스터를 훔쳤을 거지만 나를 유심히 바라보는 탓에 그럴 수도 없었다. 가격은 어이없을 정도로 비쌌다. “저기 사진만 한 장 찍으면 안 될까요? 다케시 무라카미의 열성 팬이거든요.” 그는 한참을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거렸다. 같은 팬의 입장을 이해하는 것 같았다. 일단 전면 사진을 찍는 척하고, 그가 가게 뒤편 짐 정리를 하러 간 사이에 포스터를 떼어 냈다. 그리고 재빨리 뒤집어서 사진을 한 장 더 찍고 제자리에 걸어두었다. 옆에서 티셔츠를 고르고 있던 여자 손님 한 명이 놀라서 나를 쳐다보았지만 나는 윙크를 하고 가게를 빠져 나왔다. 나는 발걸음이 가벼워졌다. 자, 하나를 획득했다. 카메라 액정을 확대해서 보니 분명 『도서관을 태우다』의 원고 일부다. 어째서 포스터 뒤에 인쇄되어 있는지, 뉴욕 서점의 군데군데에 숨겨져 있는지, 쓰지도 않은 나의 원고가 벌써 나와 있는지는 나도 잘 모른다. 일단, 내가 그걸 참고로 소설을 완성할 수 있다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다음 서점은 자이언트 로봇에서 남쪽으로 30분 정도 걸어가면 도착할 수 있는 서점이다. 프린스 스트릿에 서점이 있었나, 의문이 들지만 일단 걷기 시작했다. 발걸음이 빨라졌다. 서점이 패션화하기 시작하다 맥널리 잭슨 서점(McNally Jackson Bookseller) 소형 서점은 고풍스러운 서재와 먼지가 내려앉은 책들이 있고, 나이 많은 해박한 주인이 자리를 지키고 있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은 이 서점에서 사라진다. 연보라와 연초록색을 베이직 컬러로 한 깔끔한 외관과 로고, 밝은 원목과 하얀 벽으로 꾸민 환한 내부, 그리고 커다란 카페와 감감적인 책 배열까지…. 서점의 위치가 대로에 위치한 것이 아니라 놀리타(Nolita-Soho, Noho, Lower East Side, Chinatown, Little Italy가 만나는 지역)의 프린스 스트릿에 있어서 뉴욕의 딱 한가운데 위치하고 있다. 그런데 이 서점이 캐나다에 세 군데 지점을 두고 있는 맥널리 로빈슨(McNally Robbinson)의 뉴욕 지점이라는 건 홈페이지를 통해 알게 되었다. 사장의 딸 사라 맥널리(Sarah McNally)가 2004년 겨울에 미국에서는 최초로 뉴욕에 문을 열었다. 캐나다 본점에 비해 그 규모는 1/3 정도 밖에 되지 않지만 지하 1층과 1층의 1/3을 차지하는 카페를 포함해 동네 서점보다는 훨씬 넉넉한 크기를 가지고 있다. 특별 할인되는 책이 아니라면 어차피 책값은 똑같다. 유행에 민감한 뉴요커-특히 여성 고객을 잡기 위해서라면 이런 깔끔한 서점도 나쁘지 않다고 본다. 캐나다에 둔 본점이 반즈 앤 노블 같은 대형 서점 체인의 느낌이라면 이곳은 여성의 취향에 맞게 보다 아늑하고 세련된 느낌이니까. 매주 두 번씩 열리는 작가 낭독회와 스페인어 클럽, 픽션 리딩 클럽, 아트&뷰티 북클럽, 동화책 읽는 시간 등 대형 서점에 버금가는 꽉 찬 이벤트도 마련되어 있다. 20% 특별 할인 행사를 하는 책들도 보였다.
서점의 분위기는 보통 서점 같지 않다. 짙은 갈색의 마룻바닥을 기본으로 밝은 컬러의 책장, 그리고 흰 천정과 벽을 둔 밝은 조명은 어떤 서점보다 깔끔한 느낌을 주기 때문에 마치 갭(Gap) 패션 의류매장에 온 느낌이 들 정도다. 헷갈리지 않게 큼지막하게 섹션을 적어주는 센스와, 통일된 파스텔&그린 톤은 상큼한 느낌을 눈다. 서점 중간 중간에 있는 안락의자, 조명, 지구본 같은 소품도 분위기를 한껏 살린다. 문학, 예술, 잡지 등 손이 쉽게 가는 책들은 1층에 있고 여행과 역사, 인문 서적은 지하에 있다. 커다란 창을 통해 프린스 스트릿이 보이는 카페에서 커피를 시켰다. 번잡한 대형 서점의 카페와는 달리 조용히 차를 마시거나 간단한 식사를 하는 손님들이 보였다. 점원에게 좋아하는 책을 물어보니 매니저를 부르겠다고 잠시 기다리란다. 잡지 코너에서 꺼낸 『The Believers』 매거진을 대충 훑어보면서 커피를 마셨다. 사이렌 소리를 내며 경찰차가 지나갔다. 뉴욕에서는 늘 있는 일이다. 고개를 드니 여자 한 명과 경찰이 함께 서 있다. 콧수염이 나고 배가 무척이나 튀어나온 경찰이 나를 내려다보고 있다. “당신이 서점을 태우겠다고 협박하고 다니는 사람이오?” 아니라고 말도 하기 전에 경찰이 말했다. “일단 경찰서로 가야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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