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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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8-25 09:02:20
+3 1029

1.

 

오늘 수영모임을 가지고- 이태원 게이바 와이낫으로 향했다.

 

여기서 영화장면을 촬영한다는데, 내용은 정확한진 모르겠지만 게이와 트랜스젠더의 이태원(낙원)으로 도달하기 위한 여정이라고 한다. 내용을 들은 바 안의 사람들은 "서울에서 지하철 타면 올 수 있는데 그게 뭐 대단하다고" 하며 웃었지만, 나는 대충 의미를 이해할 수 있었다. 왜 이태원을 낙원이라 할까. 그 타락과 퇴폐의 거리를.

 

이를테면, 서역을 이상향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게이나 트렌스젠더 같은 성적 소수자들은, 자신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회 속에서 핍박받으며 살아간다. 그것이 외적이든 내적이든, 그들에게는 상당한 압박감일 것이다. 그런 그들에게 있어 이태원은 게이나 트렌스젠더 같은, 이반들의 천국. 즉 "자신을 감출 필요가 없는, 자신이 자신으로 있을 수 있는 곳"이다. 그래서 이태원을 낙원이라 말하는 것이 아닐까. 경멸도 혐오도 잔인한 호기심도 없는. 친구사이도 그와 같지 않을까 싶다. 이반들에게 있어, 그곳은 자신을 숨기지 않아도 되는 "감옥 밖의 세계"이기에.

 

 

 

2.

 

이태원으로 가기 전 잠깐 들린 카페에서. 각자 간단히 커피나 티, 아이스크림을 시키고 한 테이블에 자리잡았다. 올해 40대 중반에 들어선 아저씨형과 20대 중반의 형이 즐겁게 떠들고 있었다. 내용은 조금 경박하고 음란한, 뭐 그런 종류-어떤 종류?-의 것이었지만,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것은 아저씨형의 표정이었다.

정말 즐겁고 밝은 얼굴이었다. 지금의 삶을 전면적으로 긍정하고 있는, 삶을 진심으로 즐거이 여기는 소년 같은 얼굴이었다. 마치 시간을 거슬러 소년시절로 돌아간 듯 활기가 넘쳐흘렀다.

같은 <이반>이라는 세계에서 그들은 동등했다. 나이도 성별도 상관없이. 난 서울로 오면서 반드시 친구사이로 가야지 하고 생각했는데ㅡ 왜 그렇게 결심했는지 나 자신도 알 수 없다. 무엇을 기대한 걸까. 무엇을 바란걸까. 어떤 답을 바라고서, 나는 그들에게로 가겠노라고 결심한 것일까.

 

ㅡ답을 어렴풋이 알 것 같기도 했다. 난 이런 것을 바라고 온 것인지도 모르겠다.

 

 

 

3.

 

하지만 ㅋㄷ과 ㅈ를 선물이라며 준 것은 좀 너무했다고 생각한다(...)

내 안의 순수가 사라지는 소리가 들렸어<<

 

 

 

4.

 

아마 난 두번 다시 이렇게 만남을 가지지 못할 것이다. 그냥 서울 가는 것은 몰라도, 주말을 거쳐 보내는 것은. 하지만 후회하진 않는다. 그만큼 오늘의 만남은 값진 만남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헤어질 거였으면 연락처라도 물어볼 걸 그랬나 싶다(...)

차돌바우 2008-08-25 오후 17:41

첫 만남이 모든 것을 말해줄순 없죠.
전화번호는 원하면 언제든 알수 있으니, 걱정 마시길 ^^

그리고.. ㅋㄷ과 ㅈ의 의미는 좀더 시간이 지나면 다르게 생각할 수도 있을것입니다. ^^

Mr 황 2008-08-26 오전 02:14

[2]에 대한 같은 생각...

2008-08-26 오전 06:44

ㅋㄷ과 ㅈ의 ... 솔직히 이해못하건 아니고 무슨 의도로 준 건지도 대충은 알아요. 하지만 이런 건 본인의 경각심에 달린 문제라고 생각해요. 옆에서 아무리 뭐라고 해도, 결국 본인이 이에 대해 경계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 없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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