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별 내용 아닐 수도 있어요. 저번 베를린 영화제 갔을 때 들었던 이야기를 귀국하자마자 꺼내놓고 싶었지만, 통역자의 요청에 따라 공개하지 않았던 이야기가 하나 있습니다. 이제 노무현 정권도 거의 임기 만료이고, 대선도 끝났으니, 이쯤이면 꺼내놓아도 될 듯 하군요.
보베라이트(오른쪽)와 그의 연인 Jörn Kubicki
노무현 대통령 내외가 베를린 시장인 보베라이트를 접견했을 때의 일입니다. 청와대 비서실은 대략, 게으르거나 정보에 무지한 걸까요? 보베라이트 시장이 커밍아웃한 게이고, 부부 동반 접견일 경우, 자신의 연인을 대동하기가 좀 뭣해, 부하 직원의 부인을 대동한다는 사실을 청와대 비서실 직원들은 아예 몰랐거나 알았지만 권양순 여사에게 귀뜸하지 않았던 것으로 밝혀졌지요.
왜냐하면 우리의 권양순 여사께서는 두 번째 날 무척 큰 혼란에 부딪혔기 때문입니다. 첫 날, 보베라이트 시장과 그 옆에 있는 부인과 노무현 대통령 내외가 인사를 했을 때만 해도 권양순 여사는 그 낯선 여인이 보베라이트 시장의 부인인 줄 알았던 거지요. 하지만 두 번째 날 다시 그들이 만났을 때, 권양순 여사께서는 깜짝 놀라고 말았습니다. 베를린 시장 부인이 다른 부인으로 교체되었던 것입니다!
깜짝 놀란 우리의 권양순 여사께서는 혹시나 실례를 할까봐 통역자에게 이렇게 귀뜸으로 물어봤다고 합니다.
"아니, 저 베를린 시장은 부인이 몇 명이나 있는 겁니까?"
그 순간에 통역자, 곤란했겠지요. 아니, 청와대에서는 뭘 하고 이런 기본적인 접견시에 필요한 정보들도 윗선으로 올려보내지 않았던 걸까? 보베라이트 시장이 커밍아웃한 게이이고, 게이 축제와 베를린 영화제의 테디 베어 시상식에 항상 참석하며, 가끔 시청에다 레인 보우 깃발을 펄럭이게 하는 그 유명한 사람이라는 걸 왜 알려주지 않았던 걸까요? 여하튼 통역자는 땀을 뻘뻘 흘리다 이렇게 대꾸했다고 합니다.
"여사님, 베를린 시장은 게이랍니다. 그래서 이런 중요한 접견 시에는 부하 직원의 부인들을 시청으로 초청해서 함께 국빈을 맞이해요. 그리고 공평하게 부하 직원의 부인들에게 골고루 도움을 요청하지요."
그러자, 우리의 권양순 여사께서는 눈을 휘둥그레 뜨면서도 갑자기 반가운 미소를 짓더랍니다.
"아, 그래요? 저 분이 게이였군요. 그래서 그랬던 거군요!"
그리곤 마치 낯선 곳의 신기한 사람을 만난 것처럼 초청된 부하 직원 부인과 신나게 수다를 떨기 시작했다더군요. 이런저런 궁금증을 속사포처럼 쏘아대면서 말입니다.
- 하략 -
P.S
그러나 우리 노무현 씨께서는 그 자리가 불편했던 모양입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법무부에서 우익 기독교의 혀놀림에 현혹되어 차별조장법을 그렇게 통과시키지는 않았을 테니까요.
그리고 명품백을 휘두르고 다니시던 우리 김윤옥 여사께서는 혹여 보베라이트를 비롯하여 세계 각지에 있는 동성애자 정치인을 만났을 때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해집니다. '동성애는 용납되어선 안 된다'던 이명박 씨에 이어 어떤 파격을 선보일지 자못 궁금해져, 아침부터 개말라 콧털을 본 것처럼 몸이 근질근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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