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뒤면 동생놈이 장가가거든요.
얘가 막내라 그런지 평생 '애기'라고만 생각했는데,
막상 청첩장 도안 이것저것 들고와서 비교하고
색시 될 아가씨랑 반지 맞춘 얘기하는 걸 보니
조금씩 실감이 나면서도 영~ 신기하네요.
같이 놀던 일반 친구들이 시집 장가가도
'아니, 저 어린 것이...!' 이랬는데,
동생이 되고보니 '얘네가 잘 살아야 될 텐데...' 싶네요.
주변 사람들 축복받으면서 공개적으로 맺어질 수 있다는 건 부럽지만,
결혼이 곧 '패밀리 비지니스'인 한국 사회에서는
별 쓸데없는 체면이니 조건이니 절차니 신경쓸 게 많다 싶어서
제가 게이인 게 다행스럽다는 생각도 들구요 ^^;
내일은 사돈댁하고 상견례하는데,
연속극에서만 보던 상황이 현실이 된다고 생각하니까
어색하기도 하고 안 믿기기도 하네요.
게다가 엄마는 제가 게이인 줄 뻔히 알면서도
이 참에 다시 장가가라는 소리나 하고 앉았고
덩달아 사부인까지 아가씨 소개해주겠다고 나서서
황당을 금할 수 없지만요 =ㅁ=;
뭐, 나이 먹을수록 쌓이는 기갈 + 연기력으로 버티면 되겠죠~! ^^
그나저나 '시아주버님' 소리는
제가 순식간에 머리 벗겨지고 개기름 줄줄 흐르는 영감 되는 것같아서 @.@;
정말 징그럽고 못 들을 것같은데,
어디 좋은 호칭 없나요? ㅠ.ㅠ
힘일 수도 있고 짐일 수도 있고,
화목하면 더없이 든든한 울타리일 수 있지만 틀어지면 최악의 웬수 될 수도 있고,
자연스러운 관계이기도 하고 인위적인 제도이기도 한 가족...
오히려 나이 먹을수록 통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_+;
개인적으로는 일반이든 이반이든
누구나 행복하게 살려면
'핏줄'만으로는 부족하고
가깝고 미더운 '남'이 분명히 필요하다고 보지만요...
암튼 간만에 장남놀이(또는 장녀놀이) 하려니 기분이 묘~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