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분주한 학교일과를 맞추고 돌아와 인터넷을 보다가
불현듯 옛날, 정확히는 초등학생때 아주 친했던 여자아이가
생각났읍니다. (이하 H양)
그때는 아직 성정체성을 깨닫기 전이라서 초등학생때 유행하던
앙케이트조사 할때마다 그 H양이 좋다고 자주 썼고,
실제로도 호탕하고 시원한 성격, 성격좋아 보이는 외모로
호감이 갔던것도 사실이었읍니다. 그 아이도 저를 좋아했구요.
갑자기 호기심이 발동하더군요.싸이월드에서 그 H양을 검색했더니
딱 한명이 있더군요. 흔치않은 이름이라서.
우리는 초등학교때 서로 쳐다보기만 하면 얼마나 웃고 유쾌히 지냈는지.
그리고 결국 그 아이가 수원으로 전학가면서도 수원에서 저한테 또 전화하고..
예상대로 그녀는 두 딸의 어머니가 되어있었읍니다.
딸들도 엄마의 어릴적 모습을 얼마나 닮았던지 몰라요.
주부가 된 H양은 초등학교때의 약간 장난기 있던 눈매, 콧날 그대로 였읍니다.
갑자기 그녀가 생각난 이유가 뭘까요?
너무나도 남자를 밝히는 지금의 내모습을 아마도 그녀는 평생 모를지도 모르죠.
그녀의 방명록에라도 글을 남겨보고 싶었지만 선뜻 그게 안되네요.
그나마 내 기억에서 제대로 된 이성교제는 그때가 유일했나 봅니다.
어떤 육체적 매력같은것이 사랑에 별로 어필하지 않던 어린시절이기도 했구요.
예전에는 나의 먼 과거 속에 남아있던 친구,동기들이 결혼해서 애를 낳고 살면
그렇게 살면서 함께 나눌것이 없는 내 입장이 얼마나서글프고 눈물이 나던지.....
하지만 지금은 왠지 그때보단 강해진 거 같다고 생각하고 안심해왔었는데,
H양의 홈페이지에서 그녀의 사는모습을 보고나니 선뜻 다가갈수 없음에
약간의 서글픔....약간이 아니네요. 많이 서글픕니다.
아마도 자매애였을꺼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