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issor Sisters
10년도 더 지난 일인데, 80년대 초 이화여대를 중심으로 하는 비합법 정치 조직에서 당시 총학생회가 없는, 학군호국단 뭐 어쩌고 하는 촌시런 군부 독재의 나팔수들이 설치던 대학가에 경종을 울리기 위해 각 학교 학생 조직에 작은 상자 꾸러미를 발송했다. 그 상자 꾸러미 안에는 '가위'가 들어 있었더랬다. 말하자면 이 시원찮은 녀석들아, 거시기를 잘라서 떼어버리라는 경고인 셈. 기가 막힌 선물이었다.
미국 레즈비언 커뮤니티에서 Scissor Sisters '
가위 자매들'은 70년대 후반에 등장한 전투적인 레즈비어니스트 혹은 페미니스트를 가리키는 은어다. 얼마나 무서우면 가위 자매들일까 모르겠지만, 2004년에 영국을 뒤흔든 저 발칙한 밴드 '가위 자매들'은 분명 시대 착오적인 듯 보이지만 실제로 활력을 잃어버린 동성애자 커뮤니티에 자극을 줄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다. 물론 그들 뉴욕 출신의 누더기 밴드의 정치적 깊이란 손바닥 손금처럼 뻔히 들여다보이긴 하다.
어느 때는 토킹 헤즈 같다가 또 어느 때는 비지스나 프린스 같다가, 또 어느 때는 데이빗 보위 같다가 또 어느 때는 엘튼 존이나 팻샵 보이즈처럼 보이는 이 횡단의 즐거움, 7- 80년대의 음악적 자원을 모조리 끌여들어와 온갖 누더기로 드렉한 것 같은 '가위 자매들'의 출발은 분명 게이 bar다. 게이 바의 고고보이 출신도 있고, 다섯 멤버 중 세 명이 게이로 알려져 있다. 이들의 음악적 모태는 캠프camp다. 21세기 들어 다시 듣게 되는 캠프의 소음이란 참... 나는 대체적으로 이들의 재귀를 환영한다.
Take your mama
리드 싱어인 제이크는 뉴욕 투어 당시, 동성간 결혼 합법화 추진 단체의 기부 행사의 일환으로 공연을 가졌는데, 자신의 엄마가 2층에서 즐거워하는 동안 Take your mama를 불러제꼈다. 자신의 엄마를 게이 커뮤니티에 데려가서 함께 실컷 즐기라는 이 노래는 '커밍아웃'에 대한 가장 발칙한 송가 중 하나일 게다. http://blog.paran.com/mightman/8482056
2006/09/23
Scissor Sisters | I Can't Decid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