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오전 생각치 못하게 예전애인 두명과 그것도 첫경험을 같이 한 친구한명(신모군-중고딩 학창시절 6년내내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했던 놈)과 진정어린 사랑이란 감정을 깨닫게 해준 또 다른 친구 한명(강모군- 재수시절 룸메이트)과 통화를 하게 되었다.
통화가 끝나고 느낌이 묘했다. 신모군과는 6년동안 서로 볼꺼 안볼꺼 다본 사이라 그런지 정말 오래된 친한 친구처럼 농담을 해가면서 편하게 대화를 했다. 그놈의 바람기가 생각나서 순간 화가 나기도 했지만 그래도 다시 만난다 해도 100% 아무런 감정이 들지 않을꺼라는 확신이 들었다. 이런건 보고 예전애인과 친구가 되었다고 하는건지.. (실은 올 봄에 서울역에서 잠깐 만난 적이 있는데 그때 역시 친구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란걸 느끼긴 했었다. 단지 행복하게 잘 살아야 할텐데 그러지 못할까봐 걱정이 되었다.)
하지만 강모군과의 통화는 그리 쿨하지 못했다. 서로가 친구처럼 편하게 대하지를 못했다. 분명 우리의 관계는 끝이 났고 난 애인이 있다, 거기다 이 친구는 게이가 아니다. 글쎄.. 대화가 편하지 못했던 이유는 잘은 모르지만 어쩌면 그가 나에게는 정서적으로는 첫사랑이라서 그런지 모르겠다.(이 친구와 헤어진 계기는 내가 재수에 실패한 탓도 있고 이 친구가 지방대 의대로 진학하면서 멀리 떨어지게 되서이다.) 전화를 끊고 나서 묘한 기분과 동시에 현재 애인에게 미안해졌다. 마치 순간이나마 딴 사람에게 마음을 준거 같았기 때문이다.
과거는 과거일 뿐일까?? 내가 예전 애인들과 연락을 안하고 전번을 지우고 사는 이유는 그렇게 하는게 현재애인에 대한 도리고 그렇게 하는게 우리의 관계가 롱런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만약 내 애인이 예전애인들과 아무렇지도 않게 연락을 하고 지낸다면? 그리고 예전애인과의 추억을 떠올린다면? 솔직히 기분 별로 안좋을거 같다. 서로를 이해하고 지나치게 얽매지 않는게 좋다는걸 알면서도 그러기가 쉽지 않은거 같다. 한편으로는 그냥 쿨한 만남이 아니라 진심으로 사랑하고 평생 반려자를 찾는거라면 그 상대에 대한 소유욕과 독점욕이 커지는건 어떻게 보면 너무 당연한거 같기도 하다.
과거 역시 그 사람의 삶의 일부이기 때문에 사랑한다면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하겠지만, 난 이기적이게도 상대에게 내가 처음의 남자이기를 바라는게 사실이다. 어찌보면 이것은 남성들이 여성에게 처녀성을 강요하는 가부장적인 태도와 비슷하다는 생각까지 든다.
나는 이렇게 예전애인과 통화도 하고 추억을 떠올리면서도 내 애인은 처녀?이길 바라는 이기적인 태도를 보면 나 역시 어쩔수 없는 경상도 남자인가 싶기도 하다..
다만 좋은 추억으로 남아있는 것까지 막으려한다면, 사람이 아니길 바라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