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라다르다구 (Fucking different)
일설에 따르면 올해 퀴어문화축제의 영화제상영작들이 괜찮다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합니다. 물론 퀴어문화축제 사무국에서 흘린 소문임이 확실하긴 하지만, 씨네 21에도 특집으로 실릴 거라고 하고, 사전 예매율도 나쁘지 않다고 하니 근거없는 소문만은 아닌듯^^
인터넷에 파일이 돌며 이미 입소문을 탔던 ‘70년대 게이섹스’ Gay sex in the 70s 나 뒤집어지는 게이코미디 ‘아담과 스티브’의 명성에 가린 듯 하지만 은근히 재밌고 고상하게 웃기는 영화 fucking different.(졸라 다르다구)를 일단 추천합니다.
독일의 젊은 15명의 게이레즈비언 감독들이 만든 단편을 모은 옴니버스 영화인 셈인데 자칫 평범하고 흔해 빠진 퀴어단편모음집이 될 가능성이 농후했던 영화는 게이감독에게 레즈비언 영화를, 레즈비언 감독에게 게이영화를 만들게 하는 참신한 기획으로 색다른 재미를 선사합니다.
따라서 주된 관전 포인트 역시 게이-레즈비언 사이의 편견에 대한 집중공략입니다. 게이들의 여성혐오증, 혹은 레즈비언들의 남성에 대한 이유 없는 피해의식이 퀴어커뮤니티에 만연하고 있다는 건 굳이 지적하지 않아도 다들 느끼고 있을 터. 이성애자 관객이라면 절대 공감할 수 없을 이야기들. 때로는 웃기고 때로는 섬찟하고 때로는 쪽팔리기도 할 순간들을 느낄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물론 편견 뿐 아니라 그동안 게이 혹은 레즈비언들이 몰랐던 자신들의 다른 모습을 발견하는 부분들도 있을 테구요.
모름지기 단편영화란 반전과 참신함을 무기로 하니 스포일러가 될 수 있는 이야기는 하지 않습니다.
다만... 세 번째 영화 ‘심장으로 with heart’의 레즈비언 러브신에선 심장 조심, 네 번째 단편 ‘광채 splendour’에 나오는 꽃미남 게이들의 러브신에선 아랫도리 단속을 잘 해야 할 듯 합니다. 또... 데릭저먼의 ‘블루’를 연상케 하는 ‘멜랑콜리 로즈’, 게이와 레즈비언들의 서로에 대해 갖는 판타지 혹은 편견을 적나라하게 까발리는 ‘발정난 개자식’과 ‘또 다른 행성.’ 키득거리며 웃지 않을 수 없는 ‘마르티나’ 와 ‘누가 두려워해’. 또 뮤직비디오 스타일의 몇 편들 등... 말하자면 종합선물세트인 ‘졸라 다르다구’를 놓치지 마세요.
다음은 졸라 다르다구에 나오는 열 네 편의 제목들입니다. 시간표는 퀴어영화제 홈피에 가서 확인하시구요, http://kqcf.org.
원래 시간표를 수정하여 이 영화를 마지막날 오전에 한 번 더 배치했다는 군요.
1) 발정난 개자식
2) 또다른 행성
3) 심장으로
4) 광채
5) 누가 두려워 해.
6) 블루박스 브루스
7) 맬랑콜리 로즈
8) 마르티나
9) 대양을 부르며
10) 모터사이클인러브
11) 게이요정들
12) 자전거급사
13) 스타더스트 로스트
14) 해머
4편 광채에 나오는 두 꽃미남 중 한 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