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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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던보이 2006-05-10 04:15:38
+1 530
나가기 싫어서 계속 버티고 앉아 흡연 욕구를 애써 무시하려 했지만, 두 시간쯤 지났을까, 와, 하고 냅다 고함을 치며 밖에 나갈까 하다가, 똥 묻은 강아지처럼 온방을 빙글빙글 돌며 담배를 찾기로 작정했다. 책꽂이를 모다 뒤지고 옷가지들의 주머니를 만지며 그렇게 온방을 어지럽게 돌아다니고 있는데, 작년에 입고 여태 입지 않은 점퍼의 주머니를 손으로 잡았을 때, 물컹 잡히는 게 하나 있었다. 심봤다! 담배 아닐까? 쾌재를 부르며 주머니 속에 손을 얼른 집어넣었다.

앗, 따가워. 뭔가가 무는 게 아닌가. 혹시 벌레가 있는 거 아냐? 검지 손가락 끝이 벌써 벌겋게 물들어 있다. 심장이 벌렁거린다. 뭐지? 겁 많은 나는 다시 주머니 속에 손을 넣기가 좀 뭐해, 점퍼를 거꾸로 들고 마구 흔들었다.

쿵!

뭔가가 바닥에 떨어졌다. 맙소사. 난 내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저건 말야... 저건... 손바닥만한 난쟁이 인간... 그러니까 나랑 완전히 똑같이 생긴 담배갑 크기의 인간이 아닌가! 나처럼 잘 생겼고, 몸매가 아름다우며, 눈에 광택이 도는 저 난쟁이 인간은 바로 작아진 나이지 않은가? 내가 놀라서 손가락으로 놈을 툭 치자, 죽은 듯이 누워 있던 나 아닌 나, 바로 고 녀석이 갑자기 벌떡 일어나더니 기울여진 내 뺨을 치기 위해 손을 쳐들고 껑충껑충 뛰기 시작했다. 어림도 없지. 얼른 고개를 뒤로 쳐들어 피했다. 그러자 녀석이 이번엔 내 다리께로 오더니 성난 쥐처럼 사정없이 발등을 깨무는 게 아닌가.

놀라서 내가 소스라치게 비명을 지르며 녀석을 손등으로 툭 쳤다. 녀석이 힘없이 벽으로 날아가는가 싶더니 언제 날개를 달았는지, 잠자리 날개처럼 투명한 날개를 휘저으며 벽 근처에서 휑하니 돌아 다시 내게로 날아왔다. 그리고는 내 얼굴께까지 날아와서는 멈칫하더니 양 손을 허리께에 짚고서 나를 빤히 보며 비열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넌, 말야. 담배 때문에 너무 냄새가 나 임마."
내가 온몸을 떨며 물었다. "넌 누구야?"
"나? 바보 같은 놈."

하고는 녀석이 공중에서 허우적대며 탭댄스를 추기 시작했다. 톡, 톡 마치 구두 소리가 나듯 녀석의 발은 허공을 묵직하게 차며 춤을 추었다. 잠시 그렇게 혼자 빙글빙글 춤을 추더니 다시 제자리에 꽂꽂이 선 채 다시 양 손을 허리께에 올려놓고서 다시 나를 바라보았다.

"팅커벨은 아니니까 걱정하지 마. 지니도 아니니까 지레 기뻐하지도 마. 난 말야, 니가 불렀으니까 나온 실제의 몸이지. 후후... 그럼 이제부터 내 놈의 진실을 까발려주지."

말하는 싸가지하고는, 고약한 놈, 어느새 놀란 마음은 가셔지고 화가 난 눈으로 나는 고 녀석을 빤히 노려보기 시작했다.





Hajime Mizoguchi | Offset Of Love

팅커벨 2006-05-11 오전 08:22

어머, 사실 그거 저였어요. 근데 어찌 모던보이님과 닮았다는 망언을. 호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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