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데, 왜 대성리에 시위하러 가자고 그러는건지...
거긴 미군 기지 이전 문제 때문에 시위하는 장소 아닌가요?
밑에 글을 찬찬히 읽어보니, 모던보이 형과 가람이 형은 미군기지 이전에 반대하고 있고,
용하씨는 미군기지 이전문제 보다도, 매맞고 있는 군인들과 경찰들에 대해 본인의 의사를 밝히고 있는것 같습니다.
그럼 제 의견을 밝히고 싶습니다.
친구사이는 '동성애자' 인권을 위한 단체로서의 성격을 위배하고 있다는 생각입니다.
성명서를 내고 하는 문제는 친구사이 회원들 전체의 의견을 수렴하고 진행되어야 하는 문제 입니다..
게시판의 글을 보니, 동인련에서도 이번 평택문제를 거론하며 함께 시위현장으로 가자는 문구를 넣고 있는데... 동인련또한 동성애자인권단체로서 왜 이런 문제를 가지고 시위를 하는지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동성애자의 인권을 침해한 이유라면 가서 몸을 부대끼며 싸워야 겠지만, 미군기지가 이전하는 문제는 동성애자 인권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것 같습니다.
동성애자 인권단체가 '동성애자의 인권을 위한' 단체가 아니라 '동성애자들이 하는' 인권단체가 된다는데 많은 회의가 듭니다.
친구사이 라는 인권 단체 내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가람이 형이나, 모던보이 형의 존재에 비해 전 발언권이 없을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만, 친구사이라는 모임에 일주일에 한번씩은 참석하던 회원의 입장에서 이번 일로 인해 많은 회의가 느껴지고, 모임에 참석하는 일 자체에도 회의가 듭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을 이 게시판에 써 놓고 보니, 친구사이 내에서 이제 제 역할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새로운 사무실로 이전 후 많은 번창을 이룰것을 바라며...
그들에게 이렇게 말해야 할까요? '동성애자도 아니면서 뭣허러 오셨나요? 가서 노동 문제나 신경쓰삼.'
친구사이가 반전을 비롯해 다른 운동에 주목하고 신경을 쓰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째는 어느 한쪽의 운동만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은 거의 판타지이며, 각기 제 부분이 연대해서 함께 가야만 동성애자가 두 다리 발 뻗고 행복하게 박 탈 수 있는 사회가 온다는 것이 그것이고. 전세계에서 가장 동성애자 운동이 활발하게 일어났던 미국의 70년대 게이 커뮤니티의 모토는 '모든 이들이 차별받지 않을 때까지 함께 싸운다'였습니다. 지금 현재는 조악하게 보수화되었지만.
둘째는, 어떤 사회 문제도 상호간에 '링크'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저번에 친구사이 반이모 회원들이 FTA 반대 집회에 자주 참여했죠? 왜 그랬을 것 같나요. 친구사이 올해 사업은 '가족구성권'입니다. 하지만 한국 사회 시스템 전반을 상업화하는 한미FTA는 추후에 동성애자 가족구성권에 위협을 가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점입니다. 이처럼 동성애자로서의 삶, 그리고 동성애자가 아닌 시민으로서의 삶 전반에 걸쳐 위협을 가하는 것에는 단호할 필요가 있는 거죠. 마찬가지로 평택에 대한 반이모의 입장은 반전이 먼저입니다. 전쟁은 사회 구성체의 근간을 흔드는 가장 위험한 폭력이기도 하지만, 전쟁으로 인해, 혹은 그 위기로 인해 파생되는 온갖 다양한 민족주의 레토릭은 동성애자에겐 가장 치명적이니까요.
여성의 문제는 전체 가부장제의 문제이며, 동성애의 문제는 섹슈얼리티를 구성하고 있는 사회 제반의 문제입니다. 동성애 문제를 동성애자의 아랫도리 문제로 익명화하고 단순화하는 건 역시나 하나의 반동에 지나지 않아요.
그럼에도 친구사이는 그간 연대 활동보다 게이 커뮤니티의 발전에 관한 일에 주력했다고 봐야 할 겁니다. 난 아토스 님이 과연 몇 번이나 친구사이에 왔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회의 자리보다는 뒷풀이 술자리에서 몇 번 봤던 기억밖엔 없으니까요. 몇 번 나오지 않으신 분이 친구사이는 이래서 회의가 든다고 말하는 일반화의 오류는, 친구사이 외부 연대 사업들이 동성애자의 삶과 관계가 없다는 일반화의 오류만큼이나 별로 미덕이 없어 보입니다.
추신
대성리에는 '시위'가 아니라 '엠티'를 가는 거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