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에 앉아 무심히 거리에 핀 봄꽃들을 보다 말고 문득.
요즘 내게 심상치 않은 증상들이 나타나고 있음을 알아차린다.
말하자면 너무 굶은 게이 증후군.
1. 갓 피어난 꽃을 보면 질투가 난다. 심지어는 눈물이 날 때도 있다. 그리고는 황사 탓으로 돌린다.
2. 평소엔 거들떠보지도 않던 이반 포털싸이트의 게시판을 꼼꼼히 둘러보고 각종 오프라인의 취미 모임에도 기웃거린다. 그리고 원래 그런데 관심 있었노라고 강력히 자위한다.
3. 친구나 룸메이트가 방바닥에 뒹굴고 있으면 괜히 가서 엉덩짝이라도 두들기고 싶어진다. 내가 생각해도 기가 막힌다.
4. 잠잘 때는 베개 두어개는 껴안아야 잠이 온다. 가끔은 가위에 눌리기도 하지만 아침에 일어나면 그대로 베개를 꼭 안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5. 낯선 남자가 눈길만 줘도 날 좋아하는 게 아닌가 싶어 혼자 흐뭇해한다. 그리고 그날 밤 이반싸이트 사람찾기 게시판을 뒤진다.
6. 별로 친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도 무심코 스킨십을 시도한다. 거부당하면 "별 쉬발스런 년 다 봐. 누가 저한테 맘 있어서 그러나."하고 욕을 한다.
7. 길에서 잘생긴 남자를 본날 밤엔 이상하게 배가 고프다. 꼭 야식을 먹게된다.
8. 평소에 전혀 식이 안 되는 사람의 장점을 갑자기 발견하곤 한다.
9. 아침에 학교에 가거나 출근하면서도 콘돔/젤 따위를 챙긴다. 언제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기 때문이라 변명하지만 늘 별 일이 없다.
10. 번개에 나가 실패하고서는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화려한 싱글' 운운하며 오버한다. 친구가 한마디 하면 마구 짜증을 부린다.
이런 증상들...
최근 반 이상을 경험해 본 사람들, 심각하다. 심각하다...
애인이 있으면서도 몇 가지가 해당하는 사람들, 미쳤다. 진짜 욕심 많은 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