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사당
[한겨레 2006-01-26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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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사당패는 조선조 자기 땅에서 쫓겨난 유랑민 가운데 기예를 팔아 연명하던 집단을 말한다. 남사당패와 여사당패로 나뉜다. 여사당은 주로 노래와 춤 그리고 몸을 팔았다. 각 사당엔 거사라는 기둥서방이 있었다.
남사당패는 풍물(농악) 버나(접시돌리기) 살판(재주넘기) 어름(줄타기) 덧뵈기(탈춤) 덜미(인형극) 등 상당한 기예를 갖춘 연희자들로 짜인다. 규모도 40~50여명이나 된다. 단장인 꼭두쇠와 기획·홍보를 맡는 곰뱅이쇠, 여러 갈래와 기예별 팀장에 해당하는 뜬쇠, 기능 이수자인 가열, 수습에 해당하는 삐리로 구성된다. 은퇴한 광대는 저승패란 이름으로 패거리의 한 성원이 된다. 의지가지없는 삐리는 여장을 하고 지내며, 선배들과 짝을 지어 기예도 배우고 몸도 팔아야 했다. 일부에선 숫동모와 암동모라는 이름으로 숫제 남색 조직을 이루기도 했다. 물론 암동모는 삐리의 몫이었다.
기록에서 사당패는 언제나 패속패륜 집단이다. “궁벽한 민간에 사당이 있어서 무리를 긁어모아 …”(성종 4년) “난리를 겪은 뒤 더욱 괴이한 짓을 좋아해, 북 치고 노래하며 요망스런 춤을 추는 등 행적이 괴이했다.”(선조 7년) 그러나 이들을 부평초처럼 떠돌게 한 것은 바로 그 기록자인 지배계급이었다. 이들은 숙식만 해결해 주면 어디든 찾아갔다. 기예만으로는 풀칠하기 힘들었다. 그래서 머슴이나 하인들에게 삐리의 몸을 팔아야 했다. 이들의 연희 내용엔 지배계급에 대한 풍자, 사회 모순의 고발, 새로운 세상에 대한 열망 등 민중의 건강한 변혁의지가 가득했다.
그런 남사당패가 영화 〈왕의 남자〉로 인해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이차적 속성인 동성애와 남색만 부각된다. 정치권은 노무현 대통령과 유시민 의원을 동성애 관계로 패러디한다. 남사당패의 본디 면목은 외면한 채, 남색을 부각시켜 놓고 낄낄대는 그 저질성의 깊이를 도저히 측량할 수 없다.
곽병찬 논설위원 chankb@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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