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김민철 특파원 = 남아공이 남성 동성애자인 게이의 헌혈 문제를 놓고 논란을 빚고 있다.
14일 현지 언론 매체들에 따르면 이번 논란은 남아공국립혈액원(SANBTS)이 최근 5년 이내에 다른 남자와 성관계를 맺은 남자로부터는 헌혈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지난 12일 발표한 데서 비롯됐다.
SANBTS는 그러면서 비록 콘돔 등을 사용한 안전한 성관계를 맺었더라도 남성과의 성관계를 맺은 것으로 사전 문진표에 기록한 남자로부터는 헌혈을 받지 않을 것이며 또 그런 남자들은 헌혈을 하지도 말 것을 당부했다.
로버트 크룩스 원장은 남성 동성애자의 경우 에이즈바이러스(HIV) 감염 위험이 매우 높다는 게 국제 의료계의 경험인 만큼 수혈자의 안전을 위해 이 같은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그러자 케이프타운에 본부를 둔 동성애자단체인 '트라이앵글프로젝트'의 글렌 드 스와르트 대변인은 "남아공에서 게이 사회의 HIV 감염률에 대한 실질적인 조사 결과는 나와 있지 않다"며 SANBTS의 결정은 편견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남아공에서 그동안 행해진 에이즈.HIV 감염률 조사는 대체로 임산부의 출산전 진료 테스트에 의한 추정치인 만큼 남성 동성애자와는 관련이 없다는 논리다.
이런 가운데 일부 동성애자 단체 소속 120명의 게이들이 이미 헌혈한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동성애자 단체인 게이.레즈비언동맹(GLA) 소속 회원 120명이 다른 남자와의 성관계를 묻는 문진표에 거짓으로 대답한 후 헌혈했다고 GLA의 데이비드 백스터 대변인이 SANBTS 하일 노타드 매니저에게 밝힌 것으로 SANBTS의 이안더 엑솔 대변인(여)이 13일 전했다.
헌혈한 120명 중에는 증세가 완전히 진전된 에이즈환자도 한 명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엑솔 대변인은 제공된 모든 혈액에 대해선 검사가 이뤄지고 있지만 그같은 행위는 혈액을 공급 받아야 하는 환자들의 생명을 위험에 처하도록 하는 것이라면서 게이들이 문진표에 정직하게 답변하도록 촉구했다고 현지 통신 사파(SAPA)가 보도했다.
항체가 형성되지 않은 HIV 감염자의 혈액은 항체 테스트에서 음성 반응을 보이 다 수혈자의 체내에 들어간 후 활동하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해 8월 SANBTS가 한 남성 동성애자의 헌혈을 거부하자 동성애자 단체가 비판하고 나서는 등 논란을 빚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