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주, 국내 첫 ‘이반’의 노래
[스포츠칸 2006-01-09 22:20]
‘가수들의 선생’으로 유명한 실력파 아티스트 박선주가 국내 최초로 동성애를 소재로 한 곡을 소개해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 1990년대 초반 ‘귀로’로 빅히트를 기록하다가 최근 11년 만에 가요계로 돌아온 박선주는 신보에 ‘오버 더 레인보우’라는 심상찮은 곡을 수록, 대중에게 널리 전하고 있다. ‘무지개(레인보우)’는 동성애자들의 상징어로, 미국 샌프란시스코·뉴욕 등지의 동성애자 집에는 무지개 깃발이 내걸려 있는 것이 보통이다.
‘오버 더 레인보우’는 남자에게 관심을 두고 있는 한 여성의 이야기다. 하지만 그 남자는 남자만을 사랑하는 동성애자다. 노래에 등장하는 이 여성은 ‘커피를 함께 마시고, 와인을 함께 즐기고, 누가 봐도 우린 연인/… 그러나 (그가) 하는 말 I have another guy(난 남자가 있어)’라고 아쉬워한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차라리 그게 더 낫겠다 싶어…/누군가를 사랑하고 그래서 행복할 수 있다는 게 그게 중요하지 않겠냐는 네 말’이라면서 동성애자인 이 남성의 ‘사랑법’을 오히려 부러워한다.
김범수, 나얼, 대니정, 서영은 등 수많은 가수들을 발굴하고 4개 대학의 실용음악과 교수를 거칠 만큼 점잖은(?) 경력의 박선주가 동성애 소재의 곡을 발표하게 된 데에는 그만한 사연이 있다.
가수로서의 명성을 뒤로하고 홀연히 미국 뉴욕주립대(NYU)로 유학을 떠났던 그는 돈이 끊겨 하숙집에서 쫓겨난 후 학교 게시판에 ‘싼 돈으로 지낼 수 있는 곳이면 어디든 좋으니 연락을 달라’는 글을 남겼다. 이후 이탈리아 남자 2명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는데, 바로 남성 동성애 커플이었다.
박선주는 “3개월 간 게이 2명과 나, 이렇게 3명이 이상한 모양새로 함께 살았다”면서 “처음에는 ‘AIDS’에 걸리지 않을까 싶어 그들의 옷가지에 손도 대지 못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하지만 박선주는 그들과 동거하면서 ‘그들은 우리와 조금 차이가 있을 뿐 다르지 않다’는 가치관을 갖게 됐다. 이후 박선주는 그들과 어울려 곧잘 동성애 카페에 들르고 동성애 축제에도 참가하는 등 동성애에 깊은 관심을 갖게 됐고, 급기야 몇달 간의 연구를 통해 ‘아시아인의 성 정체성’이라는 제목의 논문을 쓰기도 했다.
“동성애는 과학적으로 본다면 본인의 뜻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임신 8~10주 사이 엄마의 몸에 있는 호르몬 에스트로겐 수치에 따라 아이의 여성성향과 남성성향이 결정된다. 엄마가 만일 남자아기를 임신했는데 에스트로겐 수치가 높았다면 태어날 아기는 자신의 의사와 관계없이 동성애자가 될 확률이 높다.”
박선주는 “여성도 아니고 남성도 아닌 또 다른 성(性)이 전체 인구 중 12%나 된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이들 12% 중 동성애자가 되는 사람들은, 그냥 평범한 것과 차이가 있을 뿐이지 본질적으로는 다르지 않다고 설명했다. 박선주는 여전히 홍대와 이태원 등의 게이바를 자주 간다. 이태원에서 바를 운영하는 홍석천의 가게에도 자주 들르고 있으며, 특히 지난해 말 자신의 쇼케이스 무대에 홍석천을 초대해 화제의 곡 ‘오버 더 레인보우’를 부르도록 했다. 당시 쇼케이스 무대에 오른 홍석천은 노래를 부르다 말고 기쁨에 넘친 표정으로 옷을 벗고 춤을 췄다. 이를 지켜보던 박선주 역시 옷을 훌러덩 벗더니 무대 위로 뛰어올라 갔고, 그렇게 속옷 차림의 두 사람은 한참동안 자유로운 몸짓의 춤을 추었다.
〈강수진기자 kant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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