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식으로 상근을 한 첫날이었어요. 새해맞이 청소를 상근 환경 만들기도 겸해서 토요일, 일요일 대표님을 위시하여 회원들이 친구사이 사무실을 온통 다 헤집고 공사하며 해서 사무실 환경도 조금 바꾸고, 새로운 기분으로, 아침 잠금쇠를 찰칵. 추울까봐 걱정을 했는데, 다행이 날도 좀 풀리고 요즘 사무실에 사람들이 매일 들락거려서인지 예전처럼 냉기가 구석구석에서 몰려오지는 않았습니다. 훈훈했어요.
별로 한 일도 없이 하루가 후딱 간 것 같아요. 시간이 지나면서 시간 감각 역시도 계속해서 변하겠지요. 상근은 10시부터 7시까지 하려고 해요. 제가 상근할 수 있는 기간은 아마도 4월 정도까지. 그것도 개강을 하면 주중 하루는 빼먹어야 할 듯. 정식적인 상근자를 구하지 못한 상황인데, 이후에도 계속해서 상근을 할 수 있는 적당한 인력이며 재정이 확보되면 좋겠지요.
한동안은 버벅거릴 것 같습니다. 사업에 매달려 있던 작년에 일하는 방식과는 또 다르겠지요. 일단은 너무 일상적인 일들만도 하지 않고, 그렇다고 방방 나대기만 하지도 않으면서 활동들을 잘 채워나가려고 해요. 회원 여러분들의 많은 조언이 필요할 것 같네요.
상근을 하면서 있었던 일들, 들었던 생각들은 게으르지 않게, 최대한 공유하도록 하겠습니다. 또 상근체제라는 시도가 친구사이가 한 발짝 더 나아가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저 스스로, 하고 있는 일의 의미에 대해 고민하고, 새로운 의미들을 이뤄나가고 채워나갈 수 있었으면 하는, 제 바램도 있구요. 한시적으로 하는 것인데도, 우리 단체에 누가 되지는 않을까, 사실, 살짜쿵 무언가가 목마탄 듯 얹힌 것 같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친구사이가 어느 한 사람의 힘으로 굴러가는 단체가 전혀 아니기에, 많은 분들과 함께, 잘 풀려나갈 것이라고 믿습니다.
저녁 때 무얼 좀 사러 사무실에서 나와 거리를 걷고 있는데, 무언가 갑자기 얼굴에 차가운 것이 떨어져 콧등에 물맞은 개처럼 힝힝거리다가 하늘을 보니 아, 눈이더군요. 황급히 쏟아져내리는 오랜만의 눈. 그런 기분으로 오래도록 외롭고, 또 그래서 사람들과 함께 있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낭만적' 소녀 감성이 몰려왔었더랬습니다. 4개월 간의 상근이 그렇게 저에게 특별한 기억으로 남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회원분들 낮에 시간들 별로 안 되실 테지만, 가끔씩 사무실에 놀러오시기도 하세요. 같이 차도 마시고 수다도 떨게요. ^^
p.s. 오늘 사무실에 있는 가장 멀쩡하고 편안한 의자가 불타면서 화재가 날 뻔 한 것은 결코 제 책임이 아님을 밝혀 둠미다. 의자가 추웠는지, 지 바퀴를 굴려 히터 쪽으로 다가가던 것을 제가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습니다. 불쌍한 것. 형이 하는 말 오해하지 말고 잘 들으렴. 반창고 붙인 채로 몇 년만 더 사무실에 살면 안 되겠니? 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