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공안, 최대규모 동성애문화제 개막 저지
[연합뉴스 2005-12-17 10:39]
(서울=연합뉴스) 이상민 기자 = 중국 공안(경찰)은 16일 밤 중국 최대 규모의 동성애 문화제인 '제1회베이징(北京)동성애문화제' 개막 장소를 급습해 개막을 저지했다고 대만 언론들이 17일 보도했다.
이 행사는 당초 16일 밤부터 18일까지 베이징에서 개최될 예정이었으나 공안은 16일 밤 개막 리셉션 장소를 급습해 참가자들을 심문하고 해산시켰다.
현장에 나온 허씨 성의 공안 관리는 "그들은 이 행사를 개최하는 허가를 받지 못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참가자들은 허가 문제보다 동성애라는 민감한 주제로 행사를 개최하기때문에 공안이 저지한 것이라고 말하고, 공안의 행동은 동성애에 대한 뿌리 깊은 비관용적 태도를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참가자들은 이번 문화제 행사 중 일부라도 개최하기 위해 현재 공안과 협상 중이라고 밝히고 각종 행사 개최 장소나 시간이 변경되었다고 말했다. 16일 밤 개막 리셉션도 장소가 바뀌어 다른 곳에서 열렸다.
올해 초에는 베이징대학에서 개최될 예정이던 동성애영화제가 공안의 압력으로 장소가 바뀌어 열리기도 했다.
공안은 개막 행사를 취재나온 중국 기자를 저지하며 "당신은 동성애자냐"고 물었다. 이번 대회에는 동성애에 대해 관용적 태도를 표방해온 학계, 예술계, 사회 각계 저명인사 등 다수의 비동성애자들이 참가하고 있다.
개막 행사에 나온 영화 전공 대학생 추이는 "중국 내의 동성애에 대한 태도는 여전히 대단히 보수적이다. 불법으로 인식되고 있는데 동성애 문제들에 대해 더 많이 이해하는 것이 무엇이 불법이냐"고 말했다.
올해 24세 된 또 다른 대학생 샤오밍은 "공안은 체제순응주의자들이지 문화다원주의자들이 아니다. 동성애같은 다른 견해들은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공안의 급습 후 인근 식당으로 피한 대회 참가자인 자오융량은 "공안은 이 행사가 나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생각한다. 이는 명백하게 차별이다"고 말했다.
이번 동성애문화제는 문학, 영화, 연극, 노래, 춤, 강연과 좌담회, 중국 동성애 역사 회고 전시회 등 각종 행사들을 통해 동성애에 대한 이해 부족을 일깨우고 오해를 해소하고 동성애자들이 걸어온 어려운 역사를 되돌아볼 계획이었다.
이번 문화제의 문화예술총감독인 추이쯔인(崔子恩)은 "동성애가 금(金)은 아니지만, 이 사회의 관용 정도를 측정하는 시금석임에 틀림이 없다"고 개막에 앞서 말했다.
이번 문화제는 중국 각계 단체, 개인 및 조지 소로스 기금 등 국제단체의 자금 지원까지 받았다.
중국은 2002년 동성애를 정신병으로 분류하지 않는다고 발표했으며, 중국에이즈예방협회의 통계에 따르면 중국에는 현재 약 3천만명의 동성애자가 있으나, 학계는 약 4천만명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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