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상 가장 우울한 교향곡으로 알려진 차이코프스키의 '비창'의 부제는 그의 조카 '봅'에게 바쳐져 있다. 차이코프스키가 끔찍하게 사랑했던 조카 봅이 전장터에서 죽자, 그에게 헌정했던 것. 차이코프스키는 봅을 조카로서, 그리고 남자로서 사랑했었다.
정말로 차이코프스키는 왜 죽었을까? 역설적이게도, 19세기 짜르 정권의 우울한 호모포빅 상황이 그를 죽음으로 내몰았던 주장이 가장 매혹적이다. 오스카 와일드가 귀족의 아들과 사랑한 나머지 유형지에서 수형 생활을 해야 했다면, 스텐본크 툴몰 공작의 조카와 사랑을 나누다 고소 당했던 차이코프스키는 비밀재판의 결과로 독약을 먹고 죽으라는 선고를 받았거나, 그 재판 결과 때문에 스스로 비소를 먹고 자살했다는 설이 지금까지 가장 유력하다.
평생 차이코프스키가 가장 사랑했던 남자이자 조카인 봅을 위한 '비창' 교향곡. 턴테이블만 있으면 세상의 소리를 다 들을 수 있을 것 같았던 내 스무 살 어느 날, 난 차이코프스키의 이 교향곡을 들으며 문학소년처럼 가슴을 푸르게 부풀이며 꾀죄죄하게 눈물을 흘렸던 것도 같다.
1845년 5월 1일
내 사랑, 무엇과도 비할 수 없이 매혹적이고 이상적인 봅과 2중주를 했다. 그는 몹시 즐거워했다.
5월 22일
일을 하지 않거나 걷지 않게 되면(걷는 것도 내게는 일이다) 나는 봅이 못견디게 그리워지는 것을 느낀다. 그가 없으면 고독해진다. 무섭도록 그를 사랑하고 있다.
5월 31일
저녁 식사 뒤 그 무엇에 비할 데 없이 사랑스럽고 근사한 봅과 떨어져 있을 수가 없었다. 그는 발코니에서 서성대거나, 작은 벤치에 비스듬히 앉은 매혹적인 모습으로 내 작품에 대해 진지하게 이야기 했다.
6월 3일
한 가지 기묘한 일, 나는 여기를 떠나지 낳으려는 소망이 간절하다. 그 모든 것이 봅과의 관계 때문일 것이다.
비창 제 2악장 (Allegro con grazia D장조 5/4박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