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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cutnews 2005-10-19 20: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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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게이와 레즈비언 부부의 입양 합법화 반대하는 시민들의 대규모 시위


“어린이 미래가 희생된다”와 “동성애 혐오 정당화하는 짓” 팽팽히 맞서

▣ 브뤼셀=도종윤 전문위원 ludovic@hanmail.net


지난 9월10일 토요일 브뤼셀에서는 대조적인 두 가지 행사가 동시에 열렸다. 하나는 동성애자들의 자녀 입양을 반대한다는 내용의 시위였고, 또 다른 하나는 동성애 커플(레즈비언)이 브뤼셀 시장의 주례로 결혼식을 올린 일이었다.

브뤼셀 시민 3천여명이 모인 이 시위는, 10월(날짜 미정) 중 의회에서 개최될 동성애 부부의 자녀 입양 입법 토론회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계획된 것이다. 입법 반대 단체들은 이미 1만4천여명에 이르는 반대 서명을 받아 이 법안에 반대한다는 뜻을 전할 예정이다.


동성애 부부 입양 반대의 세가지 이유


이날 주최쪽은 하얀색, 푸른색, 붉은색 풍선을 준비했다. 자녀와 함께 온 가족이 참여한 이성애 부부에게 아빠에게는 푸른색, 엄마에게는 붉은색, 어린이에게는 흰색 풍선을 나눠주었다. 이들은 이번 행사로 그치지 않고 인터넷 광고, 거리 시위, 서명 운동 등의 방법으로 동성애 부부의 자녀 입양 법안에 반대한다는 목소리를 모을 계획이다. 이 시위에 참가한 안드레아 티머만(56·여)씨는 “하느님은 분명히 간통과 동성애를 반대하신다”며 동성애 부부의 자녀 입양은 막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동성애 부부의 자녀 입양 반대 시위를 처음 제안한 가톨릭 루뱅대학(UCL) 철학과의 미셸 진 교수는 “남성(아빠)과 여성(엄마)이 어린이 가정 교육의 주도가 되어야 한다. 우리는 여러 사람이 모이는 장소에서 ‘가족권’(le droit a la famille)의 중요성을 알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번 행사를 주관한 단체인 ‘악시에지앵-악손파미에’(actiegezin-actionfamille)의 마에르 다에르트리크씨는 이 행사를 주최한 이유에 대해 “어린이들이 아빠와 엄마로 구성된 가정에서 자라야 한다는 것을 알리고, 동성애자들의 자녀 입양 법안을 반대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우리가 동성애 혐오자들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들이 동성애 부부의 자녀 입양을 반대하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 동성애 부부 가정에서 교육을 받으며 성장한 아이는, 자연이 인간에게 준 성적 정체성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을 것이다. 둘째, 입양은 양부모의 권리가 아니라 어린이의 권리다. 이번 행사가 끝난 뒤, 벨기에 어린이 인권 연맹(La ligue des Droit de l’enfant)은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동성애 부부의 욕심 때문에 어린이의 미래가 희생돼서는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셋째 종교적 믿음이나 윤리로 볼 때 허락될 수 없다. 프랑스 가톨릭 리옹대학의 자비에르 라크루아 교수는 “남성과 여성은 분명 고유의 정체성이 있으며 양자간에는 엄연히 차이가 존재한다. 성 역할을 구분하지 않는 가정에서 자란 어린이는 심리적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악시에지앵-악손파미에쪽은 행사가 끝난 뒤인 9월11일, 벨기에 TV 이 한 여론조사 결과를 근거로, 응답자의 74%가 동성애자들의 자녀 입양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입양이 가능하도록 하는 법을 발의한 발레리 데옹 등 4명의 의원은 “이 법안은 동성애 부부와 이성애 부부간의 형평성을 고려한 평등권에 입각해 있다. 입양은 부부, 동거자, 독신자, 동성애자 모두에게 허락돼야 한다”면서 “우리 사회의 가족 현실은 독신, 이혼, 동성애 부부, 이성애 부부, 재혼 부부 등 다양한 모습을 띠고 있다. 이제 이러한 현실을 받아들이고, 그 틀 안에서 어린이들을 사랑으로 키워야 한다”고 입법 취지를 밝혔다.


레즈비언들은 왜 독신으로 신고하는가

이것은 브뤼셀 지역 27개 게이(남성 동성애자)와 레즈비언(여성 동성애자) 단체가 가입한 ‘아크 엔 시엘’ 동성애자들의 자녀 입양 청원 이유와 비슷하다. 이들은 동성애 부부도 부부이므로 부모가 될 권리를 갖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한다. 또 입양 자녀를 둔 동성애 부부가 공공연하게 있으므로 법을 정해 이들을 보호해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실제로 동성애 부모에게 양육된 다양한 연령대의 입양 자녀들을 다른 어린이들과 비교해보았을 때 특별히 다른 징후는 발견할 수 없었다고 말한다. 만약 법률이 동성애자 입양을 허가하지 않는다면 사회가 동성애자들을 혐오하는 것을 정당화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지난 2003년 6월 동성애자들간의 결혼이 처음 허용된 이후, 불과 3개월 사이에 벨기에에서는 법률적으로 인정된 139쌍의 동성애 부부가 탄성했다. 이 중 3분의 2는 게이간 결혼이었다. ‘플라망 지역 레즈비언 협회’는 “통계적으로 게이간 결혼이 레즈비언간 결혼보다 많은 이유는, 결혼 이후 자녀를 원하는 커플이 게이 커플보다 레즈비언 커플에 많다는 데 있다”고 설명했다. 즉, 생물학적으로 여성인 레즈비언 커플이 게이 커플보다 자녀 입양을 더 원하는데, 동성애 부부의 자녀 입양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독신인 것처럼 허위로 신고하고 자녀를 입양한다는 논리다. 따라서 통계적으로 레즈비언 부부는 실제보다 적게 나타난다. 문제는, 이런 가정은 법률적으로 가족이 아니기 때문에 동성애 부모는 물론이고 입양아조차도 재산 상속 등 가족으로서 누려야 할 법률적 혜택에 제약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브뤼셀 그랑 플라스 뒷골목의 휘 드 마르셰 오 샤르봉(석탄 거리)에는 길 양쪽으로 각종 게이클럽들이 성업 중이다. 이곳에는 규모가 가장 큰 ‘아크 엔 시엘’부터 ‘르 캉캉’ ‘호모 에렉투스’ 등 유명한 클럽들이 몰려 있다. 밤 10시가 넘으면, 각 클럽에는 중년의 동성애자부터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앳된 청년들까지 서로 어울려 음악도 듣고 술도 마시며 그들만의 시간을 갖는다.

‘호모 에렉투스’에서 만난 크리스토프(가명·20)는 동성애자들의 자녀 입양에 대해서 이렇게 말한다. “모든 동성애자들이 입양을 원하는 것은 아니다. 주로 나이 든 커플이나 레즈비언들이 관심을 갖는다. 파올로(이탈리아 출신의 동거인)와 내가 지금 아이를 입양한다는 것은… 상상하기도 어려운 일이다”라며 싱겁게 웃었다. 반면, 같은 주점에서 만난 중년의 게이는 “아직 세상이 동성애 부부를 별난 종자로 보고 있기 때문에 입양을 반대하는 것이다. 이혼한 부부나 별거하는 부부보다 이상할 것이 조금도 없다”고 주장했다.


독일 사회당 의원까지 건너와서 결혼

이 법안이 통과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악시에지앵-악손파미에가 밝힌 자료에 따르면, 전체 150명의 의원 가운데 이 법안에 찬성하는 의원은 17명, 반대하는 의원은 15명이었다. 나머지는 무응답이거나 대답을 회피했다. 입법안에 찬성하는 경우는 야당인 사회당(PS)과 집권당인 플라망 자유당(VLD) 의원들이 많다. 반면, 연립 여당인 개혁운동(MR)과 또 다른 야당인 기독민주당(CD&V) 등은 입법을 반대하고 있다. 즉, 야당끼리도 이념에 따라 서로 의견이 다르며 연립 여당 내에서도 찬반이 엇갈리는 것이다.

시내에서 입법 반대 시위가 열린 날, 독일 사회당 출신의 유럽의회 의원인 리시 그뢰너(51)씨가 브뤼셀 시청에서 법적인 혼인 신고를 마쳤다. 그는 벨기에에서 결혼식을 올린 이유에 대해 “벨기에는 이성간이나 동성간의 결혼을 아무런 차별 없이 합법적으로 허용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우리의 결혼이 유럽의 미래에 긍정적인 신호탄이 됐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 결혼식은 그의 친구이기도 한 프레디 틸레르만 브뤼셀 시장이 직접 주재했다. 벨기에에서는 지난 2003년 6월1일부터 동성애자의 결혼을 합법적으로 허가하고, 지난해부터는 벨기에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에게도 똑같이 적용되고 있다.

지금 벨기에는, 다양성의 존중과 전통의 고수, 소수자의 보호와 사회적 질서 유지, 이런 복잡한 갈등 속에서 동성애 부부의 자녀 입양 문제를 풀기 위해 힘겨운 줄다리기를 계속하고 있다.


남자 성 따르는 것도 쟁점

동성애자 부부 자녀 입양, 6차례나 입법안 토론회

벨기에는 가톨릭의 전통이 강한 나라임에도 동성애 문제에는 비교적 관대한 편에 속한다. 지난 2003년 2월13일 동성애자간 결혼과 동거를 법적으로 허용했고, 2004년 5월19일에는 프랑스어권 사회당(PS) 의원 4명이 동성애자 부부(동거자 포함)도 자녀 입양이 가능하도록 법률을 개정해줄 것을 요구하는 입법안을 의회에 제출했다. 그리고 올해에만도 벌써 6차례의 입법 토론회가 열렸다. 제출된 법률 개정안은 다음과 같다.

△벨기에 민법 343조에서 규정하는 자녀 입양에 관한 내용 중 제1항의 ‘양부모는 개인, 서로 다른 성(性)을 가진 부부 또는 동거자로 한다’는 규정과 같은 조 제2항의 ‘입양을 원하는 동거자는 적어도 3년 이상 지속적이고 실효적으로 함께 생활하며 서로 다른 성을 가진 사람들’이라는 규정에서 두 조항의 ‘서로 다른 성’이라는 문구를 삭제한다. △353조 1항의 ‘입양된 자녀는 양부모(동거자) 중 남성의 성을 따를 것’이라는 규정을, ‘두 사람 중 한 사람의 성, 또는 두 사람이 지정한 순서에 따라 두 성을 함께 나열해서 쓸 것’으로 개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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