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이번 학기에 러시아문학 수업을 듣고 있습니다.
평소에 강의를 하시는 교수님이 기독교적 가치관을
은연중에 설파하셔서 불편한 적이 있는데,
며칠 전 수업에서 불쾌한 발언을 하셨습니다.
“뚜르게네프가 호모였다는 소문도 있습니다.
그렇기에 뚜르게네프 작품 속에 형상화시킨
남성인물들은 결함이 많습니다.”
저는 이 말씀을 듣고 어안이 벙벙했습니다.
왜 ‘동성애’라는 가치중립적인 표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동성애 비하적인 ‘호모’라는 단어를 쓰셨는지,
둘째 왜 뚜르게네프의 동성애 가능성을
작품 속 온전치 않은(?) 인물과 연결시키시는지,
그렇다면 문학에서 도덕적으로 우수한
인물들을 만나려고 읽는지, 등등.
바로 이의제기를 할까 하다가
분위기가 좀 이상해서 일단 수업을 마쳤습니다.
그 때 느꼈던 무력감 내지 불편함.
저는 학과에서 여러 선후배들에게 이 문제를 얘기했습니다.
다들 제 의견에 동조했고 선생님의 발언은 대자보감이라는 의견까지 있었습니다.
동료들은 제게 선생님께 익명으로 편지를 쓰거나
이러한 일이 재발될 경우 즉각적으로 이의 제기를 하는 게 어떻겠냐고 권했습니다.
하지만 다들 그 수업을 수강하지 않는 사람들의 의견 및 동조였습니다.
제가 만일 그런 지적을 이야기할 때 분위기라든가,
이후 보복 등의 절차가 떠오르네요.
하여튼 이런 일이 다시 없기를 바라지만,
만일 재발할 경우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