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 연예인들 중앙대서 인권 특강
[연합뉴스 2005-06-01 23:26]
탤런트 홍석천, 트렌스젠더 그룹 '레이디' 강사로 나서
(서울=연합뉴스) 홍성록 기자 = 1일 오후 5시 서울 흑석동 중앙대 사범대 강당. 화려하게 차려입은 4명의 여성들이 강의실 뒤편에서 등장하자 강의실 안은 일순간 술렁이기 시작했다.
이들은 트렌스젠더 그룹 '레이디' 멤버들. 이날 동성애자인 탤런트 홍석천과 함께 이 학교 총학생회가 마련한 인권 특강에 강사로 나섰다.
이날 특강은 중앙대 총학생회가 지난 3월부터 시작한 '좋은대학만들기 프로젝트'의 일곱 번째 시간으로 준비됐다. 다양한 대안 교육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취지의 이 프로젝트에 그 동안 소설가 황석영, 진보논객 진중권, 민주노동당 권영길 대표 등이 연사로 참여했다.
이날 행사는 성적 소수자에 대한 편견을 깨자는 취지로 마련됐다. 제목은 '나는 엔터테이너, 그리고 성적소수자.'
레이디 멤버들은 자신들의 성적 정체성과 관련, "내가 선택한 길이 아닌 주어진 삶"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트렌스젠더 이전에 가수로 보아줬으면 좋겠다"는 바람부터 꺼내놨다.
멤버 '사아라'는 "트렌스젠더를 남성과 여성 사이에서 갈등하는 사람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에게는 처음부터 여성의 삶이 주어진 것"이라면서 "성전환 수술을 하면서 부모님에게 죽을 죄를 졌지만 다른 방법이 없었다"고 고백했다.
멤버 '빈우'는 "여성이라는 성(性)을 선택하면서 힘들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트렌스젠더의 길이 힘들었으면 이 길을 걷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트렌스젠더의 삶이 자신에게 편한 길임을 강조했다. 멤버 '유나'는 트렌스젠더라는 점만을 부각하는 일부 언론에 대한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사아라'는 같은 반 남학생을 짝사랑한 경험, 여자 친구를 사귀는 친구들을 보면서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했던 점, 이를 부모님과 친구들에게 말하지 못했던 경험 등을 담담하게 털어놓기도 했다.
그는 앞으로의 포부와 관련 "처음 가수활동을 시작하면서 '트렌스젠더 그룹'이라는 타이틀로 나왔는데 앞으로 열심히 노력해 '트렌스젠더'라는 수식어를 땔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2000년 커밍아웃 이후 성적 소수자와 관련 다양한 활동을 해온 홍석천은 자신에게 주어진 강의시간 동안 동성애자와 트렌스젠더의 차이점 등에 대해 다양한 실례를 들며 설명했다.
그는 성적소수자를 "전쟁터에서 무기 하나 없이 싸우는 사람"에 비유하며 "무기를 많이 가진 일반인들과 24시간 싸워야 한다"면서 사회적 편견과 관련, 성적소수자의 고단한 삶에 대해 털어놓기도 했다.
진한 농담 등을 섞어 가면 강의를 주도한 홍석천은 "우리들 앞에 항상 붙어 다니는 '동성애자' '트렌즈젠더'라는 수식어 대신 '연기자' '가수'라는 수식어가 붙는 그날까지 열심히 노력하고 싸우겠다"고 힘줘 말했다.
그는 올해 주간지 '타임'에서 아시아의 영웅으로 선정된 일과 관련, "관련 기사의 댓글에서 함께 선정된 골프선수 박세리 등과 비교하며 '네가 어떻게 박세리와 대등할 수 있느냐' '짜증난다'는 등의 글이 많았다"면서 축하받아야 할 일임에도 성적소수자이기 때문에 상처받아야 하는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이날 강연에는 학생 200여 명이 몰렸으며 강의는 두 시간 동안 진행됐다.
sunglok@yna.co.kr (끝) <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