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르시아의 목을 가져 와라', 라는 샘 페킨파 감독의 영화(1974년)는, 돌이켜 보면, 참 잘 만든 영화다. 돈만 쫓는 자본주의적 군상들에게 가르시아 목을 따 오라는 명령이 내려지고, 마침내 가르시아의 목이 댕강 잘라진다. 가르시아 모가지를 놓고 벌어지는 혈투가 바로 이 영화의 주된 플롯이다. 파리가 끓고, 머리가 자동차 안에서 머리가 구르고,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관객을 곤혹스럽게 하는 영화. 알프레도 가르시아의 목을 가져 와라.
돈 대신 치명적인 미모가 참수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오시마 나기사의 '고하토'의 옴므 파탈은 그를 놓고 이뤄지는 질투의 포화가 사무라이 집단 전체를 뒤흔들어버리자 결국 벚꽃이 지듯 댕강 목이 잘려진다. 멈추지 않는 욕망과, 그로 인해 빚어지는 핏빛 파국의 진혼곡을 미연에 차단하기 위해서는 욕망의 발원지인 저 옴므 파탈, 팜므 파탈의 모가지를 쳐야 한다.
저기 살로메가 요한의 모가지를 쟁반에 담아 들고 간다. 피, 뚝뚝 듣는 성자의 모가지를 들고 가는 살로메의 흔들거리는 엉덩이를 보라. 간통한 어머니의 사주를 받은 살로메는 서구 역사에서 가장 고혹적인 춤으로 왕을 꼬드긴다. 아버지, 요한의 모가지를 치세요.
저도 사주합니다.
저 간교한 큐피트의 모가지를 가져 오세요. 그의 모가지를 꺾어 오시면, 대신 저는 춤을 춰드리겠습니다. 큐피트의 모가지를 쟁반에 담아 느릿느릿, 빙글빙글 돌며 춤을 추겠습니다. 화살통 하나를 훔치는 일만으론 우리들의 거사가 실패할 게 뻔해요. 그의 모가지를 잘라야 할 죄목은 바로 그의 장난과 변덕이 가끔 도를 넘어선다는 점입니다.
점점 이러다, 큐피트의 모가지를 향해 손톱을 치켜 세운, 흰 머리칼 휘날리는 미친 마녀가 되겠어요. 2005-03-27
Haris Alexiou | Wit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