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거리를 지날 때 귓속으로 흘러 들어오는 사람들의 말, 활어처럼 팔딱거리고 그 어떤 것보다 농밀한 비린내가 물씬한 길거리 인간들의 말을 난 좋아한다. 이내 귀는 꽃인 양 벌어지고 내 마음벽엔 그들의 말들이 낙서처럼 새겨지기 시작.
엊저녁 밥을 먹으러 가는 길. 교복 차림의 고삐리 머슴애 둘이 여염집 2층 창문을 바라보며 서 있다.
고삐리 1 : 안 춥냐? 너 계속 여기 있을 거야?
고삐리 2 : 버텨봐야지. 10시까지 있을 거야.
불이 환히 켜져 있는 2층집 창문. 겨울 외투처럼 꼭 다물어져 있다.
고삐리 1 : 히히... 독한 놈.
까까머리 고삐리 2는 아무 말 없이 그 2층집 창문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다. 녀석의 눈빛은 단단했다.
그리고 내가 신문 하나를 읽고 밥을 다 먹은 후 집에 다시 돌아올 때, 그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2층집 창문엔 불이 꺼져 있었다.
2004-11-09
작년 겨울이었군, 이 장면을 본 게.
그렇게 그 사람이 원하던 일을 자신도 모르게 할 때 이미 정작 그 사람이 자신을 떠나고 없듯, 종종 우리는 길고 아득한 시간을 헐어내며 아무도 없는 창문 앞을 서성이곤 한다.
무쟈게 센치해지는 일이다.
호홍,~
A Pure Person | Lim Giong
[Millennium Mambo OST,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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