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실은 작년인가, 우.... 이 닭대가리 뇌용적량을 가진 게이토끼를 이해하시라, 아무튼 언젠가의 엠티 때의 일이다. 무쟈게 술을 좋아하는 게이토끼는 엠티 프로그램이 끝나고 나서 뒷풀이 자리에서, 밤새껏 술을 끌이고 앉아서 목젖이 불어터질 만큼 마시고 또 마시고 놀고 있었더랬다. 술 취한 빨간 코 루돌프가 될 때까지 마신 게이토끼.
헌데 이상하게, 사람들이 자꾸 빠져나가는 게 아닌가. 한 명 한 명 사라지는 게 아닌가. 그러려니 했다. 모두가 자기 시작했으니 조금 외롭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굴하지 않고 마지막 한 방울을 입 속에 털어넣고 새벽녘쯤에야 잠을 잘 수가 있었다.
한참 늦게 쿨쿨 자고 있는데, 요란한 소리가 들렸다. 밥 먹는 소리였다. 살짝 눈 뜨고 보니, 60여 명이 되는 요 자껏들이 모두 나만 쏙 빼놓고 길다랗게 식탁에 둘러앉아 도란도란 밥을 먹고 있는 게 아닌가. 아무도 날 깨워주지 않아, 정말로 혼자서 쭈그려 자고 있었던 것. 너무나 외로워서 다시 질끈 눈 감았다가 벌떡 일어나 썬글라스를 집어 쓰고 씻지도 않은 채 그냥 집으로 왔더랬다. (실은 바쁜 일이 있었다)
숨겨져 있던 비화
1. 내가 외롭게 술을 마시고 있을 때, 사람들에게 개무시를 당하며 전우주적 진리와 세계 동성애자 인권운동과의 함수 관계에 대한 괴변을 늘어놓고 있을 때 사람들이 점점 빠져나간 건 자기 위해서 그랬던 게 아니었다. 게이토끼의 협박에 못 이겨 읍내까지 술을 사러 갔던 회원 한 명이 차를 몰고 엠티 캠프장 마당에 막 들어섰을 때, 헤드라이트 불빛에 놀라 후다닥 숨는 사람의 그림자들. 크리스탈과도 같은 순수한 영혼의 결정체인 게이토끼는 사람들이 남몰래 제각기 부딪혔던 얼레리꼴레리 그 눈빛들을 전혀 몰랐던 것이다. 프란체스카 가족들도 아니고 그 사람들은 어둠에 잠긴 마당에 앉아 무슨 밀어를 속삭였던 걸까? 아무튼, 그랬다, 그들은.
2. 그렇게 쏙 게이토끼만 빼고 밥을 먹었던 요 자껏들이 춤 배우기 등의 아침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동안 전화번호와 쪽지를 돌렸던 모양이다. 밤새 밤그림자로 변신해 수다를 떨더니, 아침에 일어나 연락처를 나누었던 것. 이렇게 해서 세 커플이나 탄생하고 말았던 것.
분하다, 이 게이토끼, 외로웠다. 무쟈게 서러웠다. 그래서 다시는 엠티를 가지 않으려 했다. 하지만 이렇게 물러서면 게이토끼가 아니지. 이번 엠티 때는 서러움을 분노로 승화시켜 손도끼 하나를 지참해서 가려고 한다. 술 마시다 캠프장 주위를 손도끼 하나 들고 다니련다. 달짝지근하게 취해서 비틀비틀, 어슬렁어슬렁. 붉은 손도끼, 흔들린다.
조심해라, 기즈베, 데이 등등.
오널의 교훈 :
엠티 갈 때 취하면 안 된다. 크억~
탁탁, 찍~!
쩍쩍, 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