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 날이면 가끔 떠오르는 어린시절 기억 한 조각.
초등학교 삼학년 무렵으로 기억한다.
어버이날 선물을 사기 위해 차곡차곡 모아두었던 돈을 엉뚱하게 탕진해버린 적이 있었다.
그래놓고서 막상 어버이날이 되자 불안해진 나는 하교길에 학교운동장, 동네 놀이터를 배회하고만 있었다. 누가 눈치를 준것도 압력을 준것도 아닌데 어린 맘에 엄청 쫄았었던가 보다.
그림자기 길다랗게 늘어질 무렵, 길가에 떨어져 있던 조그마한 벽걸이 인형.
아싸! 재수.
난 주위의 시선도 아랑곳하지 않고 그걸 냉큼 집어들었다.
다행히도 인형은 누군가 금방 산 다음에 흘리고 간 듯 흠없이 깨끗했다.
집에 돌아와서 콩닥대는 가슴을 누르며 그걸 어머니한테 드렸다.
어머닌 예기치 못했던 선물을 받고서 친지들에게 자랑을 하고 다녔다.
사람들은 어린 놈이 효자라는 공치사를 늘어놓았고 어머닌 더 으쓱해했다.
물론 그 뒷 이야기는 나만 아는 비밀이다.
오랜 세월이 흘렀고 부모님과 나 사이에는 이미 세월보다 더 깊은 골이 패였다.
양쪽 모두, 사랑했던 만큼 배신감도 클 테고 기대했던 만큼 실망감도 크다.
올해도 어김없이 오월은 찾아왔다.
텔레비젼, 인터넷은 어버이 날을 앞두고 한껏 들썩이는 중이다.
젠장,
오월은 해가 지날수록 점점 더 잔인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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