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을 잊으려 한다.
그와 만난지 아주 오래된 것은 아니지만,
한때 내가 살고 있다는 것 자체가 벅찬 감격으로
따스하게 와 닿는 연속이었다.
행복에 겨워서 사람들에게
최대한 웃음과 도움을 주기 위해 애썼다.
불현듯 불행은 대외적인 이유에서 찾아왔고
나의 실수와 결정적인 잘못으로 관계가 파국에 이르는 것보다,
훨씬 힘겨운 시간이 몰아쳤다.
난 외부로 禍를 표현하는 것보다,
철저히 나를 자책하며 고독을 느꼈다.
사람이 사람을 잊는다는 것,
특히 한때 매일 만나서 ‘연인’이라는 특이한 인연으로 만나던 사람을
잊는다는 것, 인연을 정리한다는 것은 아주 어려운 일이다.
그와 함께 갔던 술집, 찻집, 밥집, 거리, 도로, 건물 등이 또렷이 떠오른다.
그리고 그와 나눴던 온갖 추억들이
일상에 고스란히 있기에 더욱 힘겹다.
심지어는 안 좋은 기억조차도 그와 나눴던 이유만으로
향기롭게 남아있다. 내 기억은 참말로 낙천적인 속성을 갖고 있다.
전화하고 싶은 마음,
전화를 기다리는 마음,
만나고 싶은 마음,
찾아가고 싶은 마음,
무엇인가 주고 싶은 마음,
무엇인가 도와주고 싶은 마음,
상대방의 삶에 관심을 갖는 마음,
상대방을 도울 궁리를 찾는 마음과 이별해야 한다.
이렇게 하루하루 지나면 불안이 치솟는다.
하지만 그 고비를 넘기면
그 없이도 지속되는 내 일상을 발견할 것이다.
그렇게 끙끙 앓으며 얼마 동안 보내면
이제 그는 내 삶 속에서
더 이상 지금과 같은 비중을 차지할 수 없을 것이다.
그는 나를 금세 잊을 지도 모른다.
나와의 추억을 금새 망각할 지도 모른다.
나 역시 그럴지도 모르고
나중엔 과연 내가 그를 사랑했는가 반문해볼 수도 있다.
진작 헤어지지 않는 것을 탓할 수도 있다.
이제 그에게서 멀어지는 준비를 한다.
그동안 몇 차례 실패했지만,
더 이상은 실패하면 안 된다.
이제 나는 현실을 냉정하게 인정해야 한다.
그 없이 진행될 수 있는 내 삶은 어떤 풍경일까.
나는 살 것이다.
많은 게 망가졌지만, 내 삶과 내 자신과
내 미래는 남아있다. 그게 어디인가.
내 애인은 이런 나의 마음도 모르는지
잘 궁리만 한다. 끝인 것이다.
[퍼온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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